10년 전 노무현 대선후보는 안보관(安保觀)과 이념 검증을 가볍게 통과하고 당선됐다. 장인의 빨치산 전력이 노 후보의 사상과 연관성이 있는지 따져보는 것은 필요한 일이었다. 그러나 이회창 캠프도, 언론도 “그럼 나보고 아내를 버리란 겁니까? 여러분이 버리라면 버리겠습니다”라는 노 후보의 한마디에 검증을 포기해버렸다.
盧 ‘북한 변론에 시간 보냈다’ 고백
사상 검증과 이혼은 별개의 문제다. 누구도 노 후보에게 아내를 버리라고 요구한 사람은 없었다. 그럼에도 노 후보는 논점을 교묘하게 비틀어 되받아친 것이다. 이회창 캠프에는 명망가 이론가 교수 율사에 안보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우글거렸지만 ‘권력의 김칫국’ 마시기에 바빴지, 당연한 검증을 위해 파고들어 땀을 흘린 사람은 없었다. 언론도 “또 색깔론이냐”라는 노무현 진영의 상투적 역공에 검증의 칼을 내려놓았다.
당시 노무현 후보가 16대 대통령이 된 뒤에 토해낸 말들은 많은 국민의 귀를 의심케 했다. 그는 주한 미군기지를 “간섭과 침략과 의존의 상징”이라 했고 “북한의 붕괴를 막는 것이 한국 정부의 매우 중요한 전략”이라 했다. 또 “존재하지도 않는 북핵 위협론을 중요 정보인 것처럼 퍼뜨리지 말라”(2003년) “북한이 핵을 가지려는 것은 일리가 있다”(2004년) “북한 미사일 발사를 무력 위협으로 보는 우리 언론이 문제다”(2006년) “평양 가서 핵을 논의하라는 것은 김정일과 싸우고 오라는 얘기다”(2007년)라며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줄기차게 감쌌다. 대통령 퇴임 후에는 “(재임 중) 개별 정상회담에서도 북한을 변론하는 데 한 시간 이상을 보낸 일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2007년 10월 평양을 다녀온 직후 “서해 북방한계선(NLL)이 영토선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국민을 오도하는 것”이라고 정당 대표들 앞에서 말했다. 국가보안법에 대해선 “낡은 유물이다. 낡은 유물은 폐기하고 칼집에 넣어 박물관에 보내는 게 좋지 않겠느냐”(2004년)고 했고, 이를 관철하려고 온갖 무리수를 썼다.
이런 안보관 대북관 대미관은 국민의 안보의식과 군(軍)의 국방태세를 알게 모르게 무너뜨렸다. 요즘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는 이명박 정부를 향해 “평화에 실패하고 안보에 무능한 정부”라고 맹렬하게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 핵과 미사일 개발에 날개를 달았다. 핵 실험을 거쳐 핵 보유국임을 선언했고, 미사일 성능과 사거리를 거듭 경신했다. 그러고 대남 무력도발을 멈추지 않았다. 김·노 정부는 북한을 달래기 위한 퍼주기를 계속했다. 김대중 김정일 간의 6·15선언, 노무현 김정일 간의 10·4선언은 남이 북의 ‘젖소’가 되겠다는 다짐으로 가득 찼다.
朴·文·安 안보문제 끝장토론 하라.
북한 정권이 아무리 겁이 없어도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를 향해 핵과 미사일을 사용하는 일은 상상하기 어렵다. 북이 핵이나 미사일 공격을 획책한다면 그 대상은 대한민국과 5000만 우리 국민일 수밖에 없다. 김·노 정부가 북에 순한 양처럼 굴며 퍼주지 않았다면 심각한 경제난에 빠져있던 저들의 핵과 미사일 개발에도 차질이 있었을 것이다.
북에 의한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이 이명박 정부만의 안보 무능 탓일까. 국군통수권자가 오히려 우리 군의 작전을 방해할 정도로 북의 눈치를 보는 ‘비겁한 전통’이 뿌리내린 것은 김·노 정부 때다. 간첩 수사마저 청와대와 일부 정치권·운동권의 제동에 걸렸던 시절이다. 국민의 안보 불감증이 깊어지고, 국군조차 적(敵)이 누구인지 헷갈리고 만 것이 그때였다. 우리 군은 북한군보다 국내 친북·종북세력의 국론분열 책동과 ‘전쟁세력 낙인찍기’에 더 발목 잡히고 말았다.
지난주 문 후보는 “안보는 보수가 잘할 것이라는 생각은 잘못됐다. 안보의 결과만 놓고 보더라도 참여정부(노무현정부)가 MB정부보다 월등하게 좋았다.”고 말했다. 김일성 김정일을 숭배하는 종북세력이 국가 중추기관에까지 대거 진입한 때가 언제인가. 민노총 전교조 내의 종북파가 대한민국 체제를 공격하고, 교육현장에서까지 평화의 미명 아래 안보를 깨도록 방조한 것은 어느 정부인가. (말은 정직하게 바로 해야 한다.)
이제 우리 국민은 제2의 노무현을 불러내선 안 된다.
박근혜 후보건, 문재인 후보건, 안철수 후보건 18대 대통령이 되겠다는 인물의 안보관 대북관을 보다 엄정하게 검증해야 한다. 10년 전 노 후보도 표를 얻기 위해 이념을 위장하고 정책을 분칠했다. 민주당은 종북세력이 똬리를 틀고 있는 정당 및 이른바 원로그룹과 불과 7개월 전에 정책합의를 한 당사자다. ‘노무현의 도돌이표(반복 부호)’가 아닌지 문 후보를 검증하는 일은 불가피하다.
문 후보와 함께 안보에 관한 끝장토론을 할 것을 박 후보와 안 후보에게도 제안한다. 그 누구도 안보 시험을 면제받고 대통령이 되게 해서는 안 된다. 그러면 국가와 국민이 위험하다. 동아닷컴 배인준 주필 inj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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