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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사랑.시사.

일부 종교인들의 뒤집힌 선악관, 마비된 국가관, 파탄난 안보관

by 설렘심목 2012. 10. 12.

일부 종교인들의 뒤집힌 선악관, 마비된 국가관, 파탄난 안보관

          歷史(역사)에 기록될 이 성명은 놀라운 내용으로 일관돼 있다.

사심 없이 事實(사실)을 모으면 眞實(진실)을 깨닫고 眞實(진실)을 알아 가면 眞理(진리)에 가까워진다. 적어도 기독교적 차원에서, 북한문제의 해법은 정권의 종식, 주민의 해방, 이를 위한 기도가 될 것이다. 무엇보다 타이밍이다. 카이로스적 시간은 한계에 다다른 북한의 상황을 말한다. 끓기 직전 주전자처럼, 義人(의인)의 기도가 조금만 이어진다면 지옥의 수문장은 떠나갈 것이다.

현실은 이와 다르다. 절대자는 북한을 포기치 않지만 인간들은 나약한 존재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를 외치며 파이프를 휘두르는 사람들은 넘쳐나도 이웃과 형제, 나라와 민족을 위한 기도의 함성은 미미하다. 북한주민에 대해선 냉담하기 짝이 없지만 북한정권을 향한 남한 종교인들의 열정과 염려는 탄복할 수준이다.

210년 6월17일, 5개 종단 527명의 종교인들은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소위 남북정상회담과 인도적 대북지원을 촉구하고 나섰다. 천안함 희생자들의 피가 마르기도 전에 나온 이날 성명은 이랬다.

“이번 6.2 지방선거 결과로 보건데, 우리 국민의 대다수는 현 정부의 대북强硬(강경)일변도 정책을 강하게 거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지금 이 시점에서 한반도 긴장 해소를 위해 가장 시급한 일은 남북 정상이 직접 만나는 일이다”

“3월26일 발생한 천안함 沈沒(침몰)사건으로 남북 간에는 물론이고 남한 사회 안에서도 서로를 불신하고 반목하는 상황이 극대화되고 있다”

“일부 종교·사회·정치인들은 북한에 대한 증오와 분노를 품고 북한을 상대로 戰爭(전쟁)까지도 불사해야 한다는 말을 서슴없이 하고 있다. 이렇게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 갚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행위는 나라와 민족의 역사 앞에 큰 잘못을 저지르는 일”

“남북 군사 대결 구도로 말미암아 우리마저도 북한 동포들의 고통을 외면함으로써 지금 북한 동포들은 남북 갈등의 최고 희생자가 되어 餓死(아사) 직전의 상태에 놓이게 되었다...북한 동포들에게 사랑과 도움의 손길을 펴는 조건 없는 동포애적인 ‘인도적 지원’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우리 종교인들은 그동안 자비와 사랑을 나누는 종교인으로서의 삶을 제대로 살지도 못했고, 민족의 화해와 평화의 선도자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도 못한 것을 가슴 깊이 뉘우치고 참회한다”

歷史(역사)에 기록될 이 성명은 놀라운 내용으로 일관돼 있다. 성명은 한국 종교계의 뒤집힌 善惡觀(선악관)을 보여준다. 우선 북한정권의 천안함 폭침에 대한 비판은 한 줄도 나오지 않았다. 북한의 도발은 沈沒(침몰)사건, 즉 단순한 海難(해난)사고인 양 표현했다.

성명은 “일부 종교·사회·정치인들은 북한에 대한 증오와 분노를 품고 북한을 상대로 戰爭(전쟁)까지도 불사해야 한다는 말을 서슴없이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천안함 폭침 당시 응징·보복 주장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겁먹은 한국 사회 특별한 반향은 없었다. 일부 인터넷 언론을 떠돌다 묻혀 버렸다. 무엇보다 이런 주장이 ‘전쟁 불사’를 말하는 것도 아니었다. 성명은 실체도 없는 對北(대북) 응징론을 가상의 적으로 만들어 북한정권의 악행에 대해선 한 마디 언급도 하지 않았다.

성명은 “현 정부의 대북 强硬(강경)일변도 정책”을 비난했지만 정부의 조치는 응징·보복도 아니요 심리전도 아니었다. 북한의 천안함 폭침 인정·사과가 없다면 대북지원 할 수 없다는 초보적인 5·24조치에 불과했다. 한국 종교계가 보기엔 이 정도마저 강경일변도로 비춰진 것이다.

성명은 이어 “지금 북한 동포들은 남북 갈등의 최고 희생자가 되어 餓死(아사) 직전의 상태에 놓이게 되었다”며 “동포애적인 인도적 지원”을 촉구했다. 한국의 내로라하는 종교인들이 북한의 도발에 대한 인정·사과가 없어도 북한에 퍼줘야 한다고 말했다. 생명을 잃은 46명 천안함 용사와 한주호 준위, 금양호 선원 9명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정치범수용소, 공개처형, 탈북자 강제송환·강제낙태·영아살해, 지하교인 탄압 등 북한인권 참상에 대해서도 물론 침묵했다.

북한주민의 빼앗긴 자유, 생명, 인권에 대해선 철저히 입을 닫은 채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는 지원만하면 된다는 것이다.

동족 누이들이 지금 당장 겁탈당하고 유린당하고 있는데 그들을 구하는 대신 식량만 주라는 격이다.

이 역겨운 지원이 살육자, 학살자, 테러집단의 배만 불리게 된다는 사실이 북한 핵무기·미사일 개발과 개량된 잠수함 능력을 통해 확인된 마당에 또 다시 ‘지원’을 말했다. 여기에 “인도적”이라는 도덕적 어휘로 포장한 뒤 반대하면 “강경일변도” 심지어 “전쟁불사” 세력으로 몰아갔다. 우상숭배하며 살육하는 북한정권이 惡(악)이 아니며 그 북한정권을 惡(악)으로 부르는 자들이 惡(악)이라는 식이다. 뒤집힌 선악관, 마비된 국가관, 파탄난 안보관. 종교만 있고 신앙은 사라진 글이다.

달콤하고 그럴싸한 논리로 악에 대한 公憤(공분), 북한의 불편한 진실과 본질적 문제를 외면케 만드는 이 성명은 잔인했다. 정의를 질식시키는 성명은 이렇게 끝을 맺었다.

* “주여 나를 평화의 도구로 써주소서. 미움이 있는 곳에 사랑을. 상처가 있는 곳에 용서를. 분열이 있는 곳에 일치를. 의혹이 있는 곳에 믿음을 심게 하소서. 주여 나를 평화의 도구로 써주소서”

* 이 성명에는 기독교계에서 소위 진보 진영 목회자들과 보수 진영 목회자들이 고루 참여했다. 북한문제가 더 이상 보수·진보 문제가 아님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준비위원으로는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을 지낸 인명진 목사를 비롯해 김대선 교무, 김명혁 목사, 김홍진 신부, 박남수 선도사, 박경조 주교, 박종화 목사, 법륜 승려 등이 참가했다. 종교인 서명자 총 527명 (개신교 122명, 불교 108명, 원불교 81명, 천도교 150명, 천주교 66명). (2012/10/02, 리버티헤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