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김정일이 사라진 북한에서 최고의 실세는 김경희-장성택 부부라고 하죠. 장성택이 어린 김정은을 수렴청정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일 뿐 아니라 최근 대장계급장까지 단 장성택이 화면에 비치기도 했습니다. 이일남의 책 '김정일 로열패밀리'에 보면 장성택이 어떻게 김정일의 친동생 김경희를 만나 김일성의 사위가 되고, 한번 좌천되었다가 복귀했는지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김일성의 본처 김정숙이 김일성에게 낳아준 두 자녀가 바로 김정일과 김경희이지요. 김경희는 김정일보다 다섯 살 어립니다. 이 김경희는 남산고등중학교를 거쳐 김일성종합대학 정치경제학부를 나왔는데 이 때 같은 대학을 다니며 클래스메이트로 지냈던 장성택과 사랑에 빠집니다. 주로 강의시간에 앞뒤로 앉았는데 장성택이 앞에 앉고 김경희가 뒤에 앉았다고 하네요.
이일남에 의하면 장성택은 잘 생겼고, 재주가 많은 매력적인 남자였답니다. 예능에 소질이 많아 아코디언도 잘 연주하고, 말도 재미있게 잘하고, 술도 잘 마시는 사람이었습니다. 이런 장성택에게 먼저 프로포즈 한 것은 김경희였습니다. 강의 시간에 솔잎이나 버들가지로 장성택의 귀를 간지럽히는 등의 장난을 하면서 몰래 연애를 시작했는데 아버지 김일성의 반대에 부딛혀 그만 장성택이 원산 농과대학으로 쫓겨납니다. 그런데 김경희가 워낙 장성택을 좋아해서 그와 결혼하겠다고 울고불고, 원산까지 가서 장성택과 살겠다고 협박하는 등 김일성의 마음을 기어이 돌려놓습니다. 참 대단한 사랑 이야기지요?
김경희와의 결혼으로 로열패밀리로 신분 상승한 장성택은 평양시 당 지도원부터 출발,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조직지도부 당원등록과장을 하고 외화벌이를 진두지휘하는 외교부 담당 과장도 합니다. 김일성의 사위이자, 김정일의 하나밖에 없는 매제인 장성택은 대단한 끗발을 가진 사람이었다고 하네요. 그러다보니 슬슬 장성택의 마음에 건방진 생각들이 들어갔던 것 같습니다.
70년대 초반부터 김정일은 측근들을 모아놓고 예술단 무용수들을 불러 파티를 열고 남한 노래를 부르며 술마시는 유흥을 즐겼는데 이런 파티를 장성택이 흉내낸 것입니다. 장성택은 외교부 간부들 중 자신의 측근들을 모아놓고 여자까지 불러서 파티를 했는데 그것도 1주일에 한번씩 파티를 열게 됩니다. 결국 이 모습을 곱게 보지 않은 정치보위부에서 김정일에게 직보를 했고 김정일은 대단히 화를 내며 장성택을 좌천시킵니다. 김정일은 장성택을 불러놓고 "네가 뭔데 내 흉내 내가며 연회하느냐. 이 땅에서 세도 부릴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고 호통을 쳤습니다.
장성택은 평양에서 두 시간 떨어진 강선제강소 작업반장으로 가게 됩니다. 작업반장이면 평민이고 강제노동을 해야 합니다. 게다가 김정일의 미움을 받아 갔으니 누가 그와 친하게 지냈을지...아주 힘들고 외로운2년의 시간을 장성택은 강선제강소에서 보냅니다. 아마 피눈물을 흘리며 뼈저리게 후회했겠지요.
장성택의 좌천은 김정일의 첫째 부인인 성혜림에 의해서 복귀됩니다. 성혜림이 김경희를 만나 "고모, 고모부 없이 고생이 많구려" 하자 김경희가 "잘못 했으면 처벌받아야지요"라고 했다는데요, 성혜림은 말은 이렇게 하지만 속을 끓이고 있는 김경희의 마음을 헤아려 김정일에게 장성택의 지위를 그만 회복시키자고 했고, 아직 화가 덜 풀린 김정일에게 비밀로 하고 직접 장성택을 관저로 불러옵니다.
관저에게 김정일과 가족들이 식사하는데 김정남이 장성택을 데리고 들어옵니다. 성혜림이 김정일에게 말하지 않고 불러온 것이지요. 이런 때 여성들의 역할이 이래서 중요한 것 같습니다. 장성택은 김정일에게 정중하게 인사했고 김정일은 무반응으로 대꾸했지만 식사하면서 술이 몇 잔 들어가자 김정일이 "너도 한잔 해라, 그리고 앞으로는 그러지 마라"며 용서하게 되지요. 이 때 장성택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했다고 하네요.
이후 장성택은 김정일을 깍듯이 모시며, 월권하는 일 없이 차근차근 신뢰를 쌓아 지금의 자리에 남아있고, 김정일이 사라진 마당에 김정은을 돕는다는 명목으로 북한을 주무를 수 있는 실세를 쥐게 되었습니다. 사실 성혜림의 공을 생각한다면 장성택의 마음 한켠에는 김정남이 남아있겠지만, 글쎄요... 이미 김정일 눈 밖에 난 김정남을 편들 만큼 바보는 아니겠기에 뒷돈이나 보내며 그 은혜를 갚지 않을까 추측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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