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이단(그리스도교 계열) : 통일교
2008년 7월 19일 오후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세칭 통일교) 문선명 총재와 부인 한학자 여사 등 관계자 16명이 탄 헬기가 경기도 가평 정락산 자락에 불시착해 20분 만에 폭발했다는 뉴스가 각 언론사로 타전되었다. 이 뉴스는 곧장 CNN, ABC, BBC 등을 통해 전 세계로 보도됐다. 통일교 문선명 총재의 영향력을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통일교는 20세기 들어 한국에서 탄생한 신흥 이단종교 중에서 가장 성공한 종교로 꼽힌다.
1. 통일교의 창설자와 역사
통일교는 문선명이 창시했다. 문선명(본명 : 문용명, 92세)은 1920년 평안북도 정주에서 출생했고, 어린 시절에는 서당에서 한학을 공부했다. 15세에 보통학교 3학년에 편입하였고, 이즈음에 개신교에 입교하게 된다.
젊은 시절에 그는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서울과 일본, 북한 등을 오가는 떠돌이 생활을 하였다. 그러면서도 문선명은 주일학교 교사와 선교사 등의 활동을 하였는데, 그가 접하거나 활동하였던 대다수의 종파들이 이단 내지는 신비주의 계열이었다. 그는 사회질서 문란 등의 혐의로 여러 번 옥고를 겪기도 하였다. 흥남 형무소에 갇혀 있던 문선명은 1950년 유엔군의 진주로 출옥하여 부산으로 내려가서 피난살이를 하면서 친지들에게 자기 교리를 전파하였다. 피난생활 중 그는 부산 범냇골이라는 곳에서 그 유명한 ‘원리강론’이라는 책을 쓰게 된다. 나중에 이 범냇골은 통일교의 성지가 되어, 통일교 신자들이 일생에 한 번이라도 방문하고 싶어 하는 순례지가 되었다.
부산에서 피난생활을 끝내고 서울로 올라온 문선명은 1954년 5월에 ‘세계기독교신령협회’라는 교단을 창립하는데, 이것이 통일교의 시작이다. 처음에는 이 협회에 아무도 큰 관심을 가지지 않았고, 그저 별 볼일 없는 조그마한 신흥종파 중의 하나라고 간주하였다. 하지만 개신교계열 대학인 연세대와 이화여대의 교수들과 학생들 몇몇이 통일교로 개종하는 일이 발생하였는데, 이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이 오히려 통일교의 존재를 세상에 알리고 확산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이 사건 이후 통일교는 본격적으로 선교활동을 시작하였고,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로도 눈을 돌려 일본과 미국 등지에 적극적으로 선교활동을 펼쳤다.
통일교는 경제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종교로도 유명하다. 통일교가 소유한 기업은 국내외에 300여 개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며, 그 자산 규모에 대해서는 엄청나다는 것 외에는 전혀 알려지지 않고 있다. UPI통신사와 워싱턴타임스 등의 언론사도 통일교 소유로 알려져 있으며, 통일교가 손을 대지 않는 영역이 없을 정도로 다양한 사업과 활동을 전개한다. 그 이유는 통일교의 궁극적인 목표가 지상천국 건설이기 때문이다. ‘아담과 해와’의 타락으로 잃어버렸던 에덴동산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물질세계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교리다.
1996년에 문선명은 ‘세계기독교신령협회’를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으로 개명하였으며, 지금은 자신의 원리강론 읽기운동, 이른바 ‘훈독회’를 강조하는 동시에 자기 자녀들을 중심으로 후계구도를 굳히는데 정성을 쏟고 있다. 참고로 문선명은 41세 되던 1960년에 당시 18세이던 한학자와 재혼하여 13명의 자녀를 두었는데, 그 전에 얻었던 3명의 아이와 함께 16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
2. 그리스도교에 대한 통일교의 도전
“앞으로 통일교를 믿든가 도망가든가 죽든가 셋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때가 올 것이다.”, “공자, 석가, 예수도 모두 내 부하다.” 문선명이 했던 말이다. 통일교는 문선명의 왕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선명은 자기 자신을 예수 그리스도를 대신하는 메시아로 자처하고 있다. 통일교 공식 홈페이지에 기록된 그의 소명 사화를 보면 이렇게 묘사되어 있다. “만 16세가 되던 해 4월 17일 부활절이 다가오는 어느 날 아침, 문선명 선생은 밤을 꼬박 새워 기도하는 가운데 예수님을 만나 하늘의 소명을 받았습니다. 그날 홀연히 나타나신 예수님은 죄악 속에서 신음하고 있는 인류와 그로 인한 하나님의 슬픔을 해원시켜 달라는 간곡한 당부를 하셨습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예수는 실패한 메시아이고 자기는 성공한 메시아다.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은 인간구원의 과정이 아니라 구원사업의 실패의 증거라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통일교를 그리스도교 계열로 분류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통일교에 있어서 신·구약 성경은 참고서 수준에 머문다. 교과서라 할 수 있는 주 경전은 문선명이 기술했다고 하는 ‘원리강론’이다. 여기서 말하는 원리란 하나님께서 문선명에게 새롭게 계시하신 가르침이라고 주장하지만, 그 내용은 대부분 ‘이스라엘수도원(이단)’의 교주였던 김백문의 책을 베낀 것에 불과하다. 원리강론에 의하면 인류의 역사과정은 소생기, 장성기, 완성기의 3단계로 나누어진다. 소생기는 구약시대에 해당하고, 신약은 장성기, 그리고 완성기는 성약시대(成約時代)에 해당한다. 그런데 이 성약시대가 언제부터 시작되었는가 하면 문선명과 한학자가 결혼한 1960년으로 보고 있다. 1992년에 문선명은 자신과 한학자 부부를 ‘참부모’로 떠받들기를 선포하고, 이 기반 위에 이듬해인 1993년에 성약시대를 선포하여 이 부부를 메시아로 모실 것을 공식화하였다.
문선명 교주의 추종자들은 문선명을 메시아로 추대할 뿐만 아니라 타종교 지도자들에게도 손을 뻗친다. 2001년에는 잠비아 출신의 임마누엘 밀링고 대주교를 포섭하여 성순례라는 한국여인과 결혼하게 하여 통일교 선전의 최전방에 세우고 있다. 이 결혼사건으로 인하여 밀링고 대주교는 정직제재의 징계를 받았다. 이 징계에 불복한 그는 2006년에 네 명의 기혼자에게 불법으로 주교를 서품하여 자동 파문되었으며, 2009년 11월 13일 성직자 신분에서 완전 제명 처분을 받았다.
물질을 우상화하고 경제성장 위주의 정책을 우선시하는 우리 사회에서 통일교는 한층 더 위세를 떨칠 것이고, 기성 그리스도교에 대한 도전은 더욱 거세질 것이다.
[월간 빛, 2012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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