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고를 ‘거꾸로’ 보다!
<조갑제닷컴>이 세월호 1주기를 맞아 《연속변침》(李東昱 著, 732쪽, 2만 2000원)을 펴냈다. 著者(저자)는 기존의 접근방식과 다른 취재 방법을 선택했다. 직접 21분간 潛水(잠수)하여 船體(선체)와 작업 상황을 확인하고, 해경 구조대원 집단 인터뷰·새로운 航跡圖(항적도)를 발굴하는 등 사고의 全과정을 입체적으로 밝히려고 노력한 것이다. 그래서 ‘거꾸로 쓴…’이란 副題(부제)가 붙었다.
21분: 세월호 취재 위해 최초로 21분 간 潛水!
저자인 李東昱(이동욱) 기자(前 月刊朝鮮 기자)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구조에 최선을 다한 海警(해경)이 해체되고, 언론은 해경을 亂打(난타)하는 등 선동적 분위기에 반발, 이를 檢證(검증)하고자 잠수취재를 결심했다고 말한다. 그는 230시간이 넘는 잠수 경력을 가졌음에도 ‘21분’간 잠수를 한 뒤 ‘숨이 막혀 왔다’며 잠수부들의 구조가 일반인들의 생각보다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고백한다. 이 책에는 李東昱 기자와 해경 잠수요원들이 바닷 속에서 벌인 임무수행(유실방지망 점검) 과정, 침몰한 세월호 船體(선체)의 外觀(외관) 등이 사진과 함께 실려있어 현장감을 더해준다.
21초: 침몰의 원인은 ‘급변침’ 아닌 21초간의 ‘연속변침’
검찰은 공소장에서 세월호 침몰의 주된 원인을 ‘急變針(급변침)’으로 지목, 언론도 이를 그대로 수용해 급변침만 다룬 기사를 많이 보도했다. 저자는 ▲變針(변침) 시간 간격 ▲항적도 ▲타겟 리스트 등 새 자료를 수집·분석, 검찰 공소장의 오류를 지적하며 5도 → 5도 ‘연속변침’이 침몰의 진짜 원인이었음을 증명했다. 즉 21초간의 연속변침으로, 過積(과적)되고 제대로 固縛(고박)되지 않은 화물들의 ‘左舷(좌현) 쏠림 현상’이 생겼다는 것이다. 저자는 사고 당일 조타실 내부에서 벌어진 연속변침 상황을 사실에 입각해 再구성, 세월호가 처했던 21초간의 ‘운명적 상황’을 생생하게 재연해냈다.
言論의 선동·왜곡 보도 비판
세월호 사고 후 메이저 언론사들까지, ‘해경의 구조작업은 실패했다’며 ‘얼치기’로 표현하고, 구조작업을 ‘엉망’으로 단정하는 등 일방적으로 비난하는 투의 기사를 쏟아냈다. ‘살릴 수 있는 생명을 살리지 못한’ 책임을 해경에 씌우고 꾸짖음으로써 正義를 구현하려고 했지만 결과적으론 不義(불의)를 저지른 셈이 됐다. 진실 위에 정의를 세워야 자유를 지킬 수 있지만, 正義 위에 진실을 세우려고 하면 진실은 수단화되거나, 거짓을 낳는다. 미리 내린 결론에 사실을 구겨 넣으려 하기 때문이다. 이 책엔 세월호 사고 직후부터 사실에 기초해 언론의 선동적 보도와 검찰의 무리한 수사를 비판해온 趙甲濟, 李東昱 기자의 글들도 수록되어 있어, 세월호 보도의 선동·왜곡이 얼마나 심각했는지 비교해 볼 수 있다.
海警의 ‘亂中日記’
해경은 세월호 선체 밖으로 탈출 후 구조된 172명의 승객 중, 114명과 1具의 시신을 건져 올렸다(나머지는 어선 등이 구조). 해경은 급박한 상황 속에서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구조에 실패했다’는 汚名(오명)을 쓰고 해체되었다. 이 책의 話頭(화두) 중 하나는 ‘선장이 달아나 지휘기능이 마비된 배가 절벽처럼 넘어가는데, 30분 만에 현장에 도착, 50분 만에 172명을 살린 해경이 왜 해체되었는가’이다.
《연속변침》에는 사고 당시 구조에 투입됐던 해경 구조요원 7명의 手記(수기)와 日記(일기), 인터뷰가 실려 있다. 이들은 구조 당시의 긴박한 상황과 秘話(비화), 언론 비판, 해경 해체에 대한 所懷(소회)를 담담하게 털어놓았다. 이들의 글을 정리한 著者는, “해경은 野性(야성)을 잃어버린 채 묵묵히 일만 하는 황소 같았다”는 인상을 남겼다. 그는 해경 해체를 비판하며 “우리는 바다를 지키는 守門將(수문장)이자 해양의 戰士(전사)들을 홀대하고 있었다”고 개탄했다.
사고 당일, 해양수산부의 중앙구조대책본부가 세월호 승선자 명단을 7번이나 수정 발표하자 不信(불신)의 불똥이 애꿎은 해경에 튀었다. ‘한 번이라도 더 틀리면 해경은 끝장’이라는 절박한 상황에 몰린 해경 형사과 직원들은 정확한 승선자 수를 확인하기 위해 20여 일간 고군분투한다. 著者는 사실확인을 위한 ‘해경의 奮鬪記(분투기)’를, 記者들의 교과서를 만드는 심정으로 기록했다고 말한다.
사고 직후, 공간적·시간적 제약 하에서 구조에 몰입하여야 했던 김경일 정장(당시 海警 123정 정장)에게 1심 재판부는 징역 4년을 선고했다. 趙甲濟 기자(조갑제닷컴 대표)는 ‘김경일 정장에 대한 1심 판결문 비판’이란 글을 통해, 재판부 판단의 모순점, 검찰의 무리한 起訴(기소)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 책엔 인간이 있다!”
李東昱 기자는 세월호 구조와 屍身(시신) 수습에 참여한 해경 요원들에게 우호적이다. 그런 감정은 이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잠수까지 해본 체험의 결과일 것이다. 인간을 통한 취재와 서류를 통한 취재의 결과는 정반대인 경우가 많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엔 인간이 담겨 있다.
그 인간은 全能(전능)한 하느님일 수가 없는, 그렇다고 짐승일 수도 없는 중간적 존재로서의 인간이다. 세월호 사고를 보도한 기자들, 이 사고를 수사하고 판결한 판검사들이 각각 기사와 공소장, 판결문에서 想定(상정)한 인간은 아무리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실수해서는 안 되는 ‘완벽한 인간’이었다. 이 책은, 인간에게 완벽성을 요구하고 그것을 기준으로 인간적 실수를 심판하면 지옥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독자들은, 《연속변침》을 통해 304명의 사망자를 낸 세월호 사고의 원인과 교훈은 물론, 언론과 정치가 만들어낸 ‘제2차 재난’의 폐해를 실감할 것이다.●
|책속으로|
필자 앞에 나타난 수많은 진실의 봉우리들을 보고 망연자실할 무렵, 인천해양경찰청 형사과를 방문했다. 거기서 필자는 마음을 다잡는 계기를 만나게 됐다. 형사들은 기자들보다 더 기자정신이 투철했다. 세월호 승선자 수를 확인하는 고난도의 진실 추적을 해냈던 것이다. 그들은 아무도 알아주지도 않지만, 수도승처럼 묵묵히 끈질기게 그 고통스러운 작업을 완수했다. ‘이 일을 해내지 못하면 우리 海警이 다 죽는다’는 절박감이 그들 스스로를 끝까지 밀어붙인 것이다. (‘머리글’_15페이지)
조준기 操舵手(조타수)가 복창하면서 키를 우현 5도로 돌렸다. 속력은 19노트. 그때부터 약 4분 뒤에 박한결 항해사가 다시 변침 지시를 한다.
“아저씨, 145도요.”
“예, 145도!”
조준기 씨가 타를 오른쪽으로 살짝 틀었다. 그 순간 배가 왼쪽으로 심하게 기울어졌다. 8시48분이었다. 당황한 조준기 조타수가 소리치며 키를 右舷(우현)으로 더 돌렸다.
“어? 타! 어? 타! 타!”
거의 동시에 박한결 3항사가 소리쳤다.
“포트! 포트! 포트!”
그녀는 좌현(포트)을 외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미 배의 船首(선수)는 우현으로 급회전함과 동시에 선체는 좌현으로 점점 기울고 있었다. (‘變針과 침몰’_111페이지)
이번 세월호 사고에서 海警은 물론이고 재난관리의 총체적 책임을 가진 정부조차 ‘합리적 희망’의 종료 시점을 용기 있게 ‘선언’하지 못했다. 용기가 있었다면 2박3일만에 구조 수색은 중단됐을 것이고 차분한 복구가 진행됐을 것이다. 용기가 없는 댓가로 우리는 장장 210일 동안 구조 수색을 했다는 ‘상식 밖의 세계 신기록’을 수립하게 됐다. 세계 최고 수준의 해양국가도 침몰선의 구조 수색을 이만큼 해낸 사례가 없다고 한다. (‘분노의 逆流: 재난의 확산’293페이지)
암벽 등반을 해온 記者가 40kg이 넘는 장비를 짊어지고 사다리를 오르는 일이 그렇게 힘들 줄 몰랐다. 한 칸 한 칸 발을 옮길 때마다 숨이 턱턱 막혀 왔다. 갑판까지 대략 5m의 거리가 고통스러울 지경이었다. 갑판에 오르자 비로소 수많은 얼굴들이 걱정을 하다 무사히 돌아온 기자를 보고 달려들었다. 그들은 기자를 벤치에 앉히고 장비를 탈착시켰다. 다시 한번 미안했다. 만약, 종군 기자였다면 기자의 취재를 위해 현역군인들이 얼마나 희생하는 것일지 궁금해졌다. 좋은 취재가 기자를 영웅으로 만들지는 몰라도 그 기자의 취재를 도와준 현장의 군인과 경찰의 노고는 제대로 알려진 바 없었다. (‘潛水 취재: 세월호 속으로’414-415페이지)
그 작전 뒤 이들 두 대원은 지금까지 트라우마와 싸우고 있으며 감사원과 검찰에 수십 차례나 불려가 조사를 받아야 했다고 한다. 조사 내용은 몇 시에 잠수를 했냐, 진짜 물에 들어갔냐, 왜 저번에 했던 말과 시간이 다르냐, 솔직히 말해라 등. 슬프게도, 목숨 건 우리의 구조능력은 국민들의 기대와 많은 차이가 났던 것이다. 두 대원은 “우리가 그때 죽었더라면 우리 조직이 이 지경이 되지 않았을 텐데…”라며 한탄했다. (‘海警의 亂中日記’- 427페이지)
권재준 경장의 영웅적인 구조활동을 보도한 기사는 없었다. 어느 신문은 세월호 구조 활동을 비판한 기사의 1면 제목을 ‘얼치기만 있었다’고 썼다. 다른 나라의 언론 같으면 권재준 경장을 영웅으로 만들었을 것이다. 해경을 집중적으로 비판하는 데 장애가 되는 정보를 외면해버린 한국의 기자들은 영화 같은 장면을 연출하면서 수십 명을 구조한 권재준 같은 해경 구조대를 ‘얼치기’라고 매도하고 역적 취급을 한다. 그런 언론의 선동 보도에 영향을 받았을 대통령은 海警(해경) 해체를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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