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한반도 빅딜` 시작됐다.
미국과 중국이 한반도 운명이 걸린 밀담을 나누기 시작했다.
중국이 북한 정책을 바꾸기 시작했다는 버락 오바마 미국대통령 발언과
북한의 전쟁 위협이 맞물리면서 대화에 속도가 붙는 모양새다.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은 이런 움직임을 "북한을 붕괴시키는 모습으로 비치는 것을 극도로 꺼려온 중국이
이제는 미국과 북한 문제를 논의하려는 것"으로 간주했다.
북핵 담당이었던 크리스토퍼 힐 전 미 국무부 차관보는 "거대한 스크루가 돌기 시작했다"고 해석한다.
중국의 태도도 예사롭지 않다.
"중국이 북한을 포기했다"는 등 휘발성 강한 발언들이 서방에서 쏟아지는데도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는다.
과거 같으면 주권침해라든가, 이간질이라든가 하는 반박이 있을 법한데 침묵하는 것이다.
반면 미국은 대통령서부터 담당자에 이르기까지 발언에 거침이 없고 그 내용도 구체적이다.
중국에 의존해 북핵 문제를 풀려 했던 미국이나,
막대한 대북 경제지원을 지렛대로 핵 개발을 저지하려 했던 중국 모두 실패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대신 예기치 못한 사건ㆍ사고가 발생하면 미ㆍ중의 오판이 상황을 악화시키고,
한반도에서 양국이 정면충돌할 개연성은 더 높아졌다고 경고하고 있다.
따라서 양국 간 전략적 대화가 절실하고 그 시기는 바로 지금이어야 한다는 주장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문제는 미국에서 논의되는 해법이다.
중국 주도로 북핵을 해결하되, 미국이 중국의 우려를 우선적으로 해소한다는 것이 골자다.
중국이 북한 핵 제거에 나설 경우 미국은 중국을 어떻게 도울지,
한반도 통일 후에도 주한미군은 계속 남는지,
통일 한반도와 미국은 어떤 관계인지 등에 대해 중국에 설명하고 협의한다는 것이다.
이는 북한이 첫 번째 핵실험을 하기 전 미국이 추진했던 방식과 매우 비슷하다.
힐 전 차관보가 2006년 7월 미 의회에서 증언한 미ㆍ중 간 막후 접촉 내용이다.
그는 "한반도 정치 상황에 변화가 있더라도 미국은 전략적 이익을 취하지 않는다.
또 중국의 대북 압박으로 중ㆍ북 관계가 틀어지거나 북한 체제에 이상이 발생하면
미국은 중국의 안보 우려를 이해하고 협력할 것이라고 중국을 설득했다"는 것이다.
요컨대 중국더러 북한 핵을 포기시키라는 것이고 그 대가로 미국은 중국의 우려를 해소한다는 내용이다.
두 가지 버전은 포장만 다를 뿐 핵심은 같다.
북한 정권은 결코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는다.
미국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게 할 방법도, 수단도 마땅찮다.
중국이 '핵무기가 필요 없는 북한정권'을 세운다면 북한의 비핵화는 평화적으로 실현된다.
그러면 미국은 중국이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용인하겠다는 논리다.
중국은 또 주한미군이 통일 이후에도 한반도에 남아 중국을 견제하는 상황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만일 당초 의도와 달리 북한 체제가 붕괴돼 통일된다면 미국은 주한미군 문제도 중국과 논의한다는 얘기다.
요컨대 북한 정권 교체를 통한 비핵화이자 미ㆍ중의 한반도 '빅딜'이다.
전쟁과 평화의 절박한 갈림길에서 이런 발상이 어떻게 전개될지 속단키 어렵다.
하지만 양국 간 대화 레벨이 격상되고, 빈도 또한 잦아진 것은 분명하다.
외교ㆍ군사 사령탑인 미 국무장관과 합참의장이 며칠 후 중국을 방문하고 미ㆍ중 전략경제대화도 곧 개최된다.
전쟁위기가 고조될수록 양국 간의 한반도 논의도 그 깊이를 더할 것이다.
자국 이익을 '절대선'으로 추구하는 것이 국제정치이다.
열강이 한반도를 거래했던 구한말의 아픈 역사가 이를 웅변하고 있다.
북핵 해결 없는 평화, 평화 없는 북핵 해결 모두 불가능하다. 분단의 영속화도 마찬가지다.
북핵의 평화적 해결만이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 안정을 유지하는 유일한 길이다.
전쟁의 악령이 한반도를 배회하는 지금, 박근혜정부의 대응이 초미의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다.
[문일현 중국 정법대 객좌교수].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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