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라사랑.시사.

미군의 무차별 분당폭격, 황당한 반미영화 '감기' - 종북은 이렇게 영화로도 침투한다.

by 설렘심목 2013. 8. 30.

 

영화 ‘감기’를 봤다. 영화는 독감 바이러스의 공포를 섬뜩하게 그리며 관객을 빨아들였다.

그런데 영화는 중반부터 강한 정치성을 띠기 시작했다. 분당신도시에서 치사율 100%의 독감 바이러스가 발병하자 정부는 분당을 봉쇄한다. 미국과 미국의 하수인 같은 한국 국무총리는 통제선을 벗어나려 하는 분당시민들을 향해 발포명령을 내린다. 바이러스가 확산되면 전 세계에 재앙을 몰고 온다는 이유에서다. 정의로운 한국 대통령이 발포에 반대하지만 “작전권이 미군에 있다”는 한마디에 대통령은 속수무책이다. 군중을 향해 무차별 사격이 가해지고, 미국 관리는 한국 대통령 면전에서 미 공군 전폭기를 대거 출동시켜 분당시민 폭격을 명령한다.

“작전권을 뺏기니 저런 일이 벌어질 수 있구나.” 극장을 나서면서 젊은이들이 나누는 대화가 들린다. 양문석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차관급)은 페이스북에 “전시작전권을 둘러싸고 논란 중인 이때 전시작전권이 한국 국민들의 생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아주 현실감 있게 보여준 영화”라고 썼다. 일부 언론도 “전작권 논란에 강렬한 메시지를 던진다”고 논평했다.

영화가 반미든 친미든 필자는 개의치 않는다. 완성도 높고 재미만 있으면 좋다는 게 개인적 영화관이다. 하지만 영화처럼 대중을 상대로 한 예술장르가 터무니없이 왜곡된 사실관계를 바탕에 깔고 이뤄져서는 곤란하다는 생각이다.

전쟁 발발 시 미군 장성인 한미연합사령관에게 작전권이 주어지는 건 사실이지만 그 작전권은 미국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는 게 아니다. 연합사령관은 그 어떤 경우에도 양국 합참의장으로 구성된 군사위원회(MC), 그리고 그 위로 양국 대통령이 대표하는 ‘국가통수 및 군사지휘기구(NCMA)’의 지휘를 받게 된다. 이 두 단계의 상위 지휘단계에서 어느 한쪽의 반대가 있으면 연합사령관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MC와 NCMA는 양국 간 합의제로 운영된다. 작전 전개도 양국이 미리 합의해 작성해 놓은 작전계획에 따라야 하며 항상 양국 대통령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전시가 된다고 해서 모든 한국군의 작전권이 무조건 넘어가는 것도 아니다. 한미 간에는 데프콘(DEFCON·방어준비태세)의 각 단계에 따라 연합사로 배속되는 부대를 규정한 ‘포스 리스트(Force List)’가 있다. 이 리스트엔 ‘자동배속(automatic)’과 ‘요구에 따라(requested)’의 두 항목으로 각각의 부대들이 구분돼 있다. ‘요구에 따라’로 규정된 부대는 연합사령관의 배속 요청을 한국 측이 수용해야 배속된다. 데프콘 격상은 한미 양국의 합의로 정하므로 한국이 원치 않으면 작전권은 연합사령관에게 넘어갈 수 없다.

전작권 전환 논란이 한창일 당시 상당수 해외 군사전문가들은 “주권국가가 전작권을 단독 행사하는 게 이상적이지만, 거대한 군사력을 지닌 적에 맞서 연합전력 구성이 불가피하다면 전시에는 단일 지휘체계가 효율적”이라고 충고했었다. 서유럽 국가들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참여해 나토 사령관에게 지휘권을 맡기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나토는 각 회원국이 작전권을 넘길지를 결정하는 단계를 거치는 시스템이다.

양문석 상임위원은 “왜 한국의 일부 정치세력과 언론은 미국의 이익을 위해 자국의 국민을 배반하는 데 혈안인지 영화가 끝난 후 생각의 여운을 길게 끌어준다”고 썼다. 전작권 전환 시기를 2015년 말에서 더 연기하는 방안을 놓고 논쟁이 이는 것을 언급한 것 같다. 그런 논쟁에 개입하고 싶지는 않지만 이런 정도의 코멘트는 해주고 싶다.

전작권에 대해 ‘한국의 누군가’가 ‘감기’ 제작자나 양 위원과 다른 의견을 말하고 있다면, 그들이 그렇게 하는 것은 ‘미국의 이익을 위해 자국 국민을 배반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렇게 하는 게 자국의 국민과 자국의 이익을 위한 길이라고 판단해서일 수도 있음을 명심하라고.

이기홍 사회부장 sechep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