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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을 결심해야 전쟁이 없다

by 설렘심목 2013. 2. 21.

전쟁을 결심해야 전쟁이 없다

written by. 김진

남한 핵 가져도 북핵 위협 건재 '사즉생' 으로 모든 것 검토해야, 결단 놓치면 핵 인질된다.

 

북한 핵에 대해 여러 대책이 거론된다. 그런데 거의 대부분 북한 핵 보유를 인정하는 것이다. 이는 매우 불충분하고 위험하다. 북한이 핵 미사일을 가지면 남한은 대응이 어렵다. 선제 타격도, 미사일 요격도 쉽지 않다고 많은 전문가가 지적한다. 북한엔 스커드 미사일만 600여 기가 있다. 이동식 발사대는 수십 개다. 북한이 동시에 수십 발을 쏘면 어떻게 할 것인가.

남한 핵무장 주장도 그렇다. 핵을 쓰면 남한의 반격으로 자신도 망하므로 북한이 핵을 쓰지 못할 거란 논리다. 그러나 이는 정상 국가에만 통한다. 북한은 극도로 비정상적인 벼랑 끝 정권이다. 자폭성(自爆性) 핵 공격을 할 수 있다.

그러니 무슨 수를 써서라도 북한 핵무장을 막아야 한다. 북한 정권교체 추진이나 군사적 해결까지도 배제해선 안 된다. 쉽게 택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쉽게 포기해서도 안 된다. 대통령과 국민은 고뇌하고 또 고뇌해야 한다. 국제사회에서는 북한정권을 교체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이 나온다. 이명박 대통령도 최근 “협상이나 대화로 포기시킬 수 없다. 북한 정권이 무너지기 전에 핵 포기를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중국 전문가 사이에서도 정권교체론이 조금씩 등장한다.

 

정권교체 압박은 비용도 적게 들고 효율적이다. 남한은 전단과 확성기로 심리전을 펴고 미·일은 금융·무역을 봉쇄한다. 중국을 설득해 북한 자산을 동결하고 탈북자를 보호하도록 한다. 하지만 여기엔 한계가 적잖다. 중국이 동참할지 회의적이다. 급변사태까지 얼마나 걸릴지도 알 수 없다. 새 정권이 핵을 포기할 거라는 보장도 없다.

 

단계적인 군사적 해결도 배제해선 안 된다. ① 박근혜와 오바마는 중대조치에 합의한다. ② ‘북한 번영을 위한 최종 제안’을 발표한다. 북한이 사찰을 받아들이고 폐기를 진행하면 대규모 경제지원과 평화협정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데드라인을 정하고 북한이 거부하면 군사적 조치를 취할 거라고 공언한다. ③ 북한이 불응하면 핵시설 공격을 선언한다. 만약 북한이 남한을 공격하면 한·미는 북한의 핵심 목표물을 모두 부술 거라고 경고한다. 그리고 목록과 위성사진을 공개한다. 김정은 집무실·관저·대피시설, 김일성·김정일 생가·동상과 금수산 태양궁전, 노동당사, 인민군사령부, 미사일·공군 기지, 군단·사단 본부….

많은 이는 이런 방안을 반대한다. 전쟁이 나면 남한 희생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우려는 지나친 패배주의일 수 있다. 북한이 반격할 수 있을까. 아마 못할 것이다. 북한은 2003년 3월을 기억한다. 미국이 바그다드를 어떻게 때렸고 후세인이 어떻게 무너졌는지 잘 안다.

 

남한은 역사를 돌이켜보고 군사적 선택의 가능성을 냉철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폭로 전문 위키리크스에 따르면 2008년 4월 김영삼 전 대통령은 버시바우 대사에게 이렇게 말했다. “1994년 클린턴이 북한 영변 핵시설에 대한 공격을 원했는데 내가 말렸다. 돌아보면 공격을 허락하는 게 더 나을 뻔했다.” YS는 결단을 내리지 못한 걸 후회하는 것이다.

국가가 끝내 이런 선택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는 이유가 더 나은 방안 때문이어야지 두려움 때문이어선 안 된다. 물론 전쟁은 피하는 게 좋다. 하지만 전쟁을 결심해야 전쟁이 없다. 전쟁을 피하려 양보했던 프랑스는 1939년 독일군의 먹이가 됐다. 63년 케네디가 핵전쟁을 불사하자 소련은 쿠바에서 물러섰다. 76년 박정희는 전쟁을 각오하고 ‘북한 도끼만행 보복 작전’을 감행했다. 김일성이 사과했다. 365일 전쟁을 결심하니 이스라엘엔 전쟁이 없다.

 

결단은 매우 중요하다. 2010년 연평도 때 F-15K로 응징 폭격했다면 북한은 남한을 달리 봤을 것이다. 충격에 김정일 정권이 훨씬 일찍 무너졌을지 모른다. 핵 상황도 지금 달라져 있을 것이다.(konas) 본기사는 2.18일 중앙일보에 개재된 내용입니다.

김진(중앙일보 논설위원·정치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