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이다.
written by. 이정훈 본 내용은 월간 자유 11월호 자유칼럼란에 게재된 글임 (편집자 주)
한미 간의 오랜 난제였던 한미미사일 지침이 10월 7일 천영우 대통령 외교안보수석비서관이 ‘새로운 미사일 정책선언’을 함으로써 개정됐다.
가장 관심을 모았던 탄도미사일 부문은 사거리를 300km로 하면 2t,.. 550km로 하면 1t,.. 800km로 하면 500kg의 탄두를 달 수 있게 되었다. 현재 한국이 갖고 있는 가장 큰 탄도미사일은 사거리 300km, 탄두중량 500km의 현무-2이다.
탄두중량은 그대로인데 사거리는 2.5배 이상(800km) 늘어난 탄도미사일을 한국은 개발·보유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주목할 것은 현무-2처럼 사거리를 300km로 하면 2t의 탄두를 달 수 있다고 한 부분이다. 미사일은 적어도 상대의 전술미사일 공격에서는 벗어나 있는 안전한 곳에서 쏴야 하니 후방에 배치한다. 북한의 전술미사일 사거리 바깥이라 함은 음성을 중심으로 한 중부권을 가리킨다. 평양을 비롯한 북한 주요도시는 그곳에서부터 300km 안쪽에 있다. 그러한 곳을 2t의 탄두로 공격한다면 그 전과는 대단하다. 공산오차가 적어 정확도까지 갖춘다면 핵폭탄에 버금가는 효과를 올릴 수 있다.
북한은 24개의 공군기지를 운용하는데 상당수가 전방에 건설돼 있다. 그 기지의 활주로에 2t의 탄두를 떨어뜨리면 큰 화구(火口)를 만들면, 화구를 메우고 파편을 치울 때까지 전혀 활주로를 사용하지 못한다. 그때 우리 공군은 마음 놓고 공격할 수 있다. 음성에서 봤을 때 북한 전지역은 550km 안에 들어온다. 이러한 곳을 1t의 탄두로, 그것도 공산오차가 적은 정확도로 갈긴다면 그 전과는 상당할 수밖에 없다. 북한의 핵시설과 노동-스커드 미사일 기지가 격파되고, 파괴된 핵시설과 탄두 폭발로 인한 피해는 북한이 입게 된다.
순항미사일은 사거리를 300km로 하면 탄두중량은 무제한, 탄두중량을 500kg으로 하면 사거리를 무제한으로 하도록 했다.
순항미사일은 함정을 잡는 대함(對艦)미사일에서 파생돼 나왔다. 북한에서 급변사태가 일어났을 때 우려되는 것 중의 하나가 중국군의 북한 진입이다. 북한에 진입한 중국군이 괴뢰정권을 세우면 그것과 북한은 민주화를 바라는 세력이 다툼으로써 북한이 분열된다. 민주화를 바라는 세력이 한국과 합쳐진다고 해도 한반도는 완벽한 통일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때문에 북한 급변사태 시 중국군의 북한 개입을 어떻게 막을 것인지를 놓고 갑론을박이 있었다.
최근 중국군은 압록강에 심양군구 소속 부대를 많이 배치했다. 때문에 심양군구가 압록강을 건너 평양에 입성하려 하지 않을까 하는 분석이 많았다. 그러나 중국은 보다 입체적으로 평양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압록강에서부터 평양까지는 대부분이 비포장도로다. 적유령산맥과 묘향산맥 등 험준한 산맥이 있다. 이들을 피해 해안지대로 들어오면 대령강 청천강 등을 건너야 한다.
이보다는 상륙함을 이용해 남포나, 대동강을 따라 들어와 평양 가까운 곳에 병력을 상륙시키는 게 유리하다. 수송기로 평양 순안비행장에 병력을 바로 내리는 방법은 더 신속하다. 중국은 작전에 투입할 보병부대는 기본적인 식량과 실탄을 휴대시켜 상륙함이나 수송기로 평양 근처로 바로 투입한다. 그리고 보급을 해줄 부대는 압록강을 건너 평양으로 남진케 해 둘을 합류시키는 연결작전을 할 가능성이 높다. 많은 병력을 싣고 서해를 건너오는 중국의 상륙함을 막는 방법이 없을까.
대함미사일 발사가 그 방법이다. 순항미사일을 토대로 매우 정확하고 탄두중량이 무거운 대함미사일을 개발해 낸다면 한국은 유사시 남포 앞바다로 향하는 중국의 상륙함들을 견제할 수 있다. 요즘은 대함미사일을 피하기 위한 무기도 많이 발전했기에 아음속인 대함미사일은 초음속으로 발전하고 있다. 중국·인도·일본 등이 그러한 노력을 하고 있다.
개정된 한미 미사일 지침은 순항미사일의 속도에 대해서는 제한을 가하지 않는다. 한국이 초음속 대함미사일, 초음속 대지 순항미사일을 개발한다면 유사시 한국은 대단한 억제력을 가질 수 있다.
무인기 부문의 타결도 환영할 만하다. 무인기와 순항미사일은 사촌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매우 가깝다. 무인기는 탄두대신 정찰 장비 등을 싣는다. 순항미사일은 표적과 정확히 충돌하지만, 무인기는 기지로 돌아와 활주로에 정확히 착륙하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또 무인기는 적 상공에 장시간 체공하며 감시 정찰을 해야 하니 순항미사일보다 월등히 비행시간이 길다는 차이도 있다.
미국의 고고도 무인기 글로벌호크는 30시간 이상 비행한다. 저궤도 관측위성은 한반도 직상공을 2분만에 지나가기에 관측 시간이 짧지만, 글로벌호크는 같은 곳을 오랫동안 감시할 수 있다. 그리고 JDAM(합동집속탄)이라고 하는 초정밀 유도폭탄을 싣고 있다가 적 지하진지의 문이 열리는 순간 이를 투하해 갱도진지를 초토화한다. 한국은 한미미사일 지침에 따라 고고도 무인기를 개발할 수 없었는데, 개정함으로써 글로벌호크(비행고도 20Km, 탑재중량 2250Kg)보다 뛰어난 고고도무인기(비행고도 무제한, 탑재중량 2500Kg)를 개발 보유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개정은 핵과 장거리 미사일 개발에 열을 올리는 북한은 물론이고 센카쿠 사태에 이어 이어도 분쟁을 일으키며 동북아 해양패권을 잡으려는 중국을 견제하는데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다. 장거리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 고고도 무인기를 갖춘 한국이 버티고 있으면 서해를 출입하는 중국 해군은 그만큼 몸조심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바꿔 이야기하면 북한이 핵과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하는 모험주의를 고집하고, 중국이 주변국과 섬 영유권 분쟁을 일으키며 팽창주의를 보여줬기에 한국은 미사일과 무인기에 가해졌던 미국의 제한을 상당부분 푸는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이는 과거의 미국-일본 관계를 돌아보게 한다. 미국은 중국이 핵실험을 하자 일본에 연구 차원에서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중국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개발했을 때는 일본에 우주발사체를 개발할 수 있도록 했다. 북한과 중국의 모험주의 덕분에 한국과 미국 관계는 전례 없이 돈독해졌다. 이러한 때 우리는 또 하나의 난제를 유리한 방향으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 이 난제는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이다. 이 협정은 2014년 만료되니 그 1년 전인 내년에 새로운 협정을 만들어야 한다.
한국은 내년에 만들 새 협정에 한국도 일본처럼 연구와 상업적 차원에서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할 수 있다는 내용을 넣고자 한다. 1991년 소련 붕괴 후 미국은 소련에서 러시아를 제외하고 소련에서 독립한 나라들이 갖게 된 구소련의 핵무기를 파기하는데 전력을 기울여왔다. 때문에 세계적으로 비핵정책을 펼쳐 성공을 보았다. 이러한 분위기에 편승해 한국은 북한과 핵무기를 갖지 말자는 비핵화선언을 했지만, 북한은 어기고 두 차례나 핵실험을 했다.
한국이 바라는 것은 북한처럼 핵무기를 만들자는 것이 아니다. 현재 한국은 21기의 원전을 가동하고 있다. 한국 최초 원전인 고리 1호기를 가동한 것은 1978년이니 그 동안 누적된 사용후핵연료의 양이 어마어마 하다. 현재는 원전 부지 안에 건설한 임시 저장시설에 보관하고 있다. 그런데 이 사용후핵연료를 폐기물로 보고 깊은 지하 터널에 넣어 영구처분한다면, 그리고 앞으로 건설될 원전에서 나올 사용후핵연료의 양까지 고려한다면, 2100년 한국은 서울시 동대문구만한 땅을 필요로 한다.
이 땅은 그냥 땅이 아니라 지진이 나지 않고 두터운 암반으로 된 곳이어야 한다. 아직 한국은 전국적으로 지하지질 조사를 하지 못했기에 지하 500m 이하에 이러한 암반지대가 있는 곳이 얼마나 되는지 모른다.
그러나 서울 등 대도시는 피해야 하고 물이 스며드는 것을 피하기 위해 강이나 호수 주변도 피하다 보면 이러한 지하시설을 만들 수 있는 곳은 제한될 것이다.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 영구처분하는 핵폐기물의 양을 줄여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재처리를 비롯한 다양한 방법으로 사용후핵연료를 가공해야 하는데, 현재의 한미원자력협정은 미국의 동의 없이는 사용후핵연료를 어떠한 형태로든 손대지 못하게 하고 있다.
미국은 한국보다 더 많은 사용후핵연료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미 양국이 사용후핵연료에서 재사용할 것은 뽑아내고 그렇지 못한 것만 영구처분해 핵폐기물의 양을 현저히 줄이는 것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연구를 하려면 미국은 한국이 평화목적으로 사용후핵연료를 가공하는 것을 허락하는 쪽으로 한미원자력협정을 개정해주고 한국과 공동연구를 해야 한다. 한미간의 이러한 합의는 핵무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북한의 노력과 극명히 대비될 것이다.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미국은 슬기롭게 파도를 헤쳐 왔다. 이제는 양국 모두에 득이 되는 쪽으로 협력해 나가야 한다. 한미미사일 지침 개정 다음엔 한국이 사용후핵연료를 가공할 수 있도록 한미원자력협정을 개정하는 합의가 뒤 따라야 한다.(Konas) 이정훈 (월간조선, 주간조선, 시사저널, 신동아 기자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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