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북한·노사·복지·일자리에 대해 허술한 지식과 미숙한 시각 노출 ‘정규재 TV'가 폭로...10만명이 봐”
2012년은 심판론과 자질론의 일대 결전이다. 심판론은 “이명박 정권과 새누리당을 심판”하자는 것이다. 자질론은 “지금 같은 야당에 나라를 맡길 순 없다”는 주장이다.
4·11 총선 때는 야당 자질론에 불이 붙어 새누리당이 크게 이겼다. 야당 지도부의 말 바꾸기와 김용민 막말·저질 파동이 겹친 것이다. 총선 후 불길은 진보·좌파 자질론으로 번졌다. 이석기·임수경 파동과 종북(從北) 논란 때문이다.
최근 새로운 불길 하나가 일어나고 있다. ‘안철수 자질론’이다. 그것은 안철수가 인기 교수를 넘어 과연 대통령을 맡을 능력이 있느냐는 근본적인 문제 제기다.
자질론은 주로 비판자들 사이에서 급속히 커지고 있다. 안 교수를 주시했던 비판자들은 ‘안철수의 생각’이란 책에 실망해 적극적인 반대자로 돌아서고 있다. 그들은 “안 교수가 ‘대통령 감’치고는 너무도 얕은 지식과 미숙한 시각을 드러냈다”고 말한다. “본질적인 고민과 종합적인 식견이 부족한 운동권 신입생 수준”이라는 평도 많다. 이런 인식들에는 근거가 있다.
지도자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은 사안을 냉정하고 종합적으로 보는 능력일 게다. 용산 사태는 이를 시험하는 대표적인 사건이다. 더 많은 보상을 얻어내려는 일부 세입자와 외부세력이 빌딩을 점거하고 폭력사태를 벌였다. 차들이 지나는 도로에 화염병을 던지고 새총을 쐈다.
경찰 진압 때 농성자의 저항으로 화재가 발생해 시위자 5명과 경찰 1명이 죽었다. 법원은 농성자에게 잘못이 있다고 판결했다. 지도자는 법과 질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정당한 공권력을 옹호해야 한다. 그런 후에 재개발 대책을 점검해야 한다. 그런데 안 교수는 ‘개발만능주의 정부가 빚은 참극’이라고 선동했다.
광우병 사태에 대해 그는 이렇게 적었다. “정부가 사람 모이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은 정당성에 대해 자신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는 평화로운 집회와 폭력 시위조차 구별하지 못한다. 경찰관들 옷을 벗겨 린치를 가하고 도심을 무법천지로 만든 게 ‘사람 모이는 즐거운 일’인가.
그는 명박산성이라 불린 경찰 저지선을 규탄했다. 그렇다면 폭력 시위대가 청와대를 점령해도 ‘안철수 대통령’은 괜찮다는 말인가. 한진중공업 사태에 대해서도 그는 불법 점거엔 눈을 감고 엉뚱하게 정부와 기업을 공격했다.
제주해군기지에 대해 안 교수는 이렇게 비난했다. “국가적으로 필요한 사안이라도 이해 당사자인 주민들의 의사를 무시하고 밀어붙일 수는 없다.” 이는 과정을 모르는 무식한 발언이다.
해군기지는 제주도민 여론조사로 추진이 결정됐다. 유치 희망 후보지 3곳 중에서 여론조사로 강정마을이 정해졌다. 이 모든 게 노무현 정권 때 이뤄졌다. 최근 대법원은 사업에 문제가 없다고 판결했다.
북한에 관해 안 교수는 순진한 시각을 보였다. 그는 “이명박 정부가 채찍만 써서 남북갈등이 심화됐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금강산 관광객을 어떻게 죽였고, 천안함·연평도 도발을 어떻게 했으며, 남한이 퍼준 달러가 핵개발에 어떻게 기여했는지, 안 교수는 아무런 지식과 고민을 보이지 않는다.
천안함에 대해 그는 “이견을 무시하는 정부 태도가 사태를 악화시켰다”고 했다. 이는 틀린 얘기다. 정부는 야당 추천 조사위원까지 포함시켰다. 정부가 의문들에 대해 어떻게 설명했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안 교수는 무조건 정부를 몰아세운다. 전형적인 선동이다.
안 교수는 복지·일자리·국민연금·건강보험·노사 등에 관해서도 공허한 얘기를 늘어놓았다. 적잖은 전문가가 그의 허구(虛構)를 고발했다. 대표적인 이가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논설실장이다. 인터넷 ‘정규재 TV’는 안 교수의 거품을 낱낱이 파헤쳤다. 내용이 논리적이어서 관심이 뜨겁다. 조회 수가 10만에 육박한다.
안 교수는 책의 반응을 보고 출마를 결심하겠다고 했다. ‘정규재 TV’를 보는 사람이 늘수록 출마 가능성은 낮아질 것이다.
대한민국이 낭떠러지에 있다고 안 교수는 썼다. 안철수 자신은 자질론의 낭떠러지에 있다.(Konas)
김진(논설위원·정치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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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2월 대통령 선거는 한국 현대정치사에서 처음 보는 이변(異變)을 기록하고 있다. 제도정치권 밖에 있는 장외(場外)의 안철수 교수가 장내(場內) 유력 주자들을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안철수 교수는 그렇다면 한 나라의 대권(大權)에 육박하는 유력 정치행위자의 한 사람으로서 언론의 Q & A(질의응답) 검증대에 당연히 서야 한다.
안철수 교수는 우선 자신이 명실공히 확고한 '제3세력'인가에 대해 답해야 한다. 그는 현재의 좌우(左右) 대결구도를 진부한 구태(舊態)라고 치는 듯하다. 그래서 그 구각(舊殼)을 깨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유권자 일각에도 "올드 보수와 올드 좌파가 국민이 먹고사는 데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불만이 없지 않다. 안철수 교수는 이런 밑바닥의 한 덩치 민심을 대변해 '이것도 저것도 아닌' 제3의 스펙트럼(분광·分光)임을 자임했다.
그러나 안철수 교수가 그런 '제3의 민심' 대변자로서 대선 레이스를 끝까지 완주(完走)한다면 모를까, 그가 만약 어느 쪽(아마도 민주당) 후보와 '묻지 마' 단일화를 한다면 그가 자임했던 당초의 "이것도 저것도 아니다"는 일관성 없는 이미지 메이킹에 불과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묻지 마 단일화'를 할 경우 그는 결국 자신이 그처럼 비판해 마지않던 양당 대결구도의 어느 한 쪽에 확고하게 가담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알고 싶다. 그는 '제3의 길'을 끝까지 놓지 않을 작정인지, 아니면 단일화를 위해선 상대방 노선과 오십보백보로 녹아들 수도 있다는 것인지, 대한민국의 총(總)노선이 걸린 문제라 묻는 것이다.
시국관의 콘텐츠와 관련해서도 '안철수의 생각'은 '복지·정의·평화'라는 총론적 문구에 머물렀다. 그러나 그것은 누구나 꺼내 쓸 수 있는 사전(辭典) 속 공공재다. "복지 하지 말고, 정의 하지 말고, 평화 하지 말자"는 사람은 없을 터이니 말이다. 중요한 것은 현안들에 대한 그의 구체적인 입장이다. 가장 중요한 안보 분야만 놓고 볼 때 '안철수의 생각'엔 두 번 세 번 묻고 답을 들어야 할 사항들이 꽤 있다.
"(천안함에 대한 정부 발표는 기본적으로 믿지만) 이견을 무시하는 태도가 사태를 악화시켰다"고 '안철수의 생각'은 쓰고 있다. 그러나 천안함 폭침이 북한 소행이다 아니다 하는 차이는 '의견의 다양성'으로 볼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어느 게 정답이고 어느 게 오답이냐 하는 과학적 진위(眞僞)의 문제다. 한쪽은 과학, 다른 한쪽은 비(非)과학이다. 그렇다면 천안함 폭침은 북한 소행이라고 한 국제조사단의 '지동설'을 과학이라 믿으면서 동시에 그것이 북한 소행이 아니라고 한 '천동설'도 "무시해선 안 된다"고 할 경우 그것은 정치적인 꼼수는 될지 몰라도 과학적인 자세는 아니다. '정치인 안철수' 아닌 '과학도 안철수'의 생각이 알고 싶다. 그가 본래 의사이기 때문이다.
'안철수의 생각'은 또 "(북한에 대해) 채찍 위주의 강경정책, 기계적 상호주의를 고수한 것은 설득력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자기 입 안의 혀처럼 놀아주지 않는다 해서 대뜸 연평도 주민에게 대포알을 날린 북(北)과 그에 대해 따귀 한 대 변변히 때릴 엄두를 못 낸 이명박 정부 중 어느 쪽이 정작 '채찍 위주의 강경정책'인가? 그리고 예컨대 우리가 비전향 장기수를 보낸 것처럼 북도 우리에게 국군 포로를 다만 몇 명이라도 보내달라고 요청한 것이 과연 '인도적' 절실함이 아닌 '기계적' 야박함이었나? 그는 대답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는 더군다나 뒤로는 북과 비밀접촉을 하며 '이명박 나름의 햇볕'을 시도했는데도 말이다.
안철수 교수는 "북한은 남한이 돈을 주지 않아도 핵무기를 개발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고도 했다. 김정일은 물론 주민 300만 명이 아니라 600만 명을 굶겨 죽이더라도 핵무기를 개발하려 했을 위인이다. 그러나 김대중 정권은 막대한 대북송금을 해줬고 그것은 김정일에겐 정말 가뭄의 단비였을 것이다. 그렇다면 가뭄 때 핵개발을 하는 것 하고, 단비 때 핵개발을 하는 것 하고 어느 게 한결 더 수월했을까?
안철수 교수는 상식(常識)과 비상식(非常識)의 구분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렇다면 그는 체제 쪽이건 반체제 쪽이건 비상식을 똑같은 강도(强度)로 비판해야 상식적이다. 그러나 안 교수는 체제 쪽 비상식을 '약육강식, 승자독식, 시장만능주의'라고 표현하면서 북의 3대 세습과 요덕수용소를 감싸는 반체제 쪽 비상식에 대해서는 어떻게 표현했는지 알려진 것이 없다. 나설 것이라면 더는 늦추지 말아야 할 그의 '출마의 변(辯)'에서 이걸 확인하고 싶다. <조선일보 특별기고. 2012.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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