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급히 눈길을 돌리고 싶을 만큼 불행한 사고가 1848년 한 미국 청년에게 일어나...,
그러나, 놀라웁게도, 의술은 이 처지의 사람을 '살려낸다. 다만', ...)
‘There is no one in the world but commits errors.'
이 세상에서 실수를 범하지 않는 존재는 그 어디에도 없어서...
우리들은 쉼없이 지난 날을 뒤돌아보며, 적어도 '같은 부족함'은 되풀이되지 않도록 자신을 돌보게 됨이리라.
가능하다면, 보상이라도 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 세계적 권위를 가진 '노벨상'조차도 예외는 아니었다.
스웨덴 스톡홀름에 자리한 세계 최대의 동명 의과 대학내 '카로린스카 연구소(Karolinska Institutet)'는
1901년부터 시작된 노벨상의 '생리학・의학부분', --20세기의 인류가 눈부신 발달을 이끈-- 이 분야에서의
세계적 공헌자들을 추렴, 심의하여 그 해의 영예로운 수상자를 선출한다.
학자들의 연구마저도 주춤하게 했던 두번에 걸친 '세계 대전'의 시기, 1915-18, 1940-42년등등을 제외하고
매년 시상은 이어져, 노벨 생리학・의학상에 있어서도 100명이 넘는 석학들의 이름이 나열되는 중에서,
1949년도의 두 명의 수상자중 한 사람, 에가스 모니스 (Antonio Egas Moniz, 1874-1955)씨의 사진 앞에서만은
머리를 옆으로 흔들게 된다.
-그의 수상 이유는, <'전두부 대뇌신경 절단 수술(Prefrontal leucotomy)'법의 치유력 평가>.
이후 '의료 윤리(medical ethics)의 면에서 크게 비난되며
1970년대에 들어서는, 더이상 행해지지 않고 있는 사어(死語)가 된 의술...
(모니스씨의 모국인 포르투갈에서는, 젊었을 때는 정치가이기도 했던 그가
말년에 받은 노벨상을 자랑스러워하나...)
*
인류의 뇌에 대한 관심은, 이미 '기원전 3,500년경'의 고대 이집트문명 유적에서도 엿볼수 있어,
특히나, 인류 최초의 의학서(醫學書)라 불리우는 <에드윈 스미스 파피푸스(Edwin Smith Papyrus)>에서도 이미
죽은 자의 뇌를 해부, 그 구조를 묘사한 귀절들을 읽을 수 있다.
물론, 그 후 현대에 이르기까지, 뇌에 대한 연구는 끊임없이 계속되어
'인간의 생명활동 = 뇌의 활동', '뇌기능의 국재론' 이라는 오늘날의 관찰에 이르게 되지만,
그 사이에 또한, 이 의학의 발전을 위해
수없이 많은 '상처받는 슬픈 생명체들의 뒷이야기'도 존재해...
(...그리고 그 연장선위에서, 전술한 '노벨 의학상'의 그늘, 에가스 모니스씨가 출현한다.)
첫 머리에 올린 그림, 휘니아스 게이지(Phineas Gage, 1823-1860)씨의 경우가 그 한 예이다.
1948년, 당시 25살의 젊은 나이임에도, <미국 버먼트(Vermont)주에서의 '철도 공사현장의 감독관'>에 임명되리만치,
사려깊는 태도와 명철한 분별력, 그리고 강한 책임감을 가졌었던 휘니아스씨.
그러나, 불의의 다이나마이트 폭발사고로
철파이프가 튀며 그의 '왼쪽 안면을 지나 머리 정수리에 관통'...
두부에 심한 손상을 입는 참혹한 불행중에도, 다행히,
사고 소식을 듣고 급히 달려와 신음하는 그를 1시간내에 신속히 처치, 담당하게 되는 의사 'Dr. Hawlow'의
적절한 시술과 솜씨는, --주위의 절망적 탄식에 무관하게--, 한달만에 '기적적인 생환'으로 그를 퇴원시킨다...
다만, 사고후 다시 '생명'을 얻은 휘니아스의 모습은,
사고전의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낯설은 것으로, --사고 이전과는 정반대로--
'즉흥적인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흥분하기 쉬운 난폭한 모습'을 보인다.
그런 그의 갑작스런 '포악한 성격과 행동으로의 변화'는, 그로부터 직장과 가족 친구, 이웃들을 빼앗아,
결국 그는, 여생의 12년간을 집을 떠나 각지를 방랑하며,
마치 서커스의 쇼처럼, 자신의 '불행했던 기적의 상흔'을 대중들에게 보이며 그날그날의 생활을 연명하다가
36살의 젊은 나이로 '고독사(孤獨死)'를...
(사고후의 무대위에 서는 휘니아스씨와, 그의 치료 기록)
그의 치료중에 적은 자세한 카르테는 물론, 시술후 환자의 행동을 추적관찰하여 저술, 발표된
주치의 Dr. J. M. Harlow씨의 <Recovery, Passage of an Iron Bar through the Head>는,
세상에 '인간 뇌의 신비', 특히나 '전두엽'이, 사람의 <성품과 행동에 커다란 영향을 끼치는 뇌>임을
처음으로 주목시킨 한 실례(case)가 되었다.
이를 계기로, 이후 이미 19세기 말부터, 정신분열증이나 격한 성격이상을 보이는 사람들의 치료술로써
환자의 두개골을 열어 그들의 '전두엽'을 도려내거나 파괴하는' <러버터미(lobotomy, 백질 절제수술)>가 시술되나,
대부분의 경우, 수술의 결과로 더없이 유순해진 환자들은, 수술후 얼마안되어 죽는 등 부작용이 드러나며
근 100년 가까이 시술의 착오와 실패를 거듭해 왔었다.
그러던 중, 포르투칼의 의과 교수, 모니스씨가 도입한 <극히 간단한 '러버터미'법>이 놀라운 회생률을 보였음에
노벨상 심의의원회에서는 그에게 수상의 영예를 안긴 것.
*
또다른 한 예는, 12살의 암컷 침팬지 <베키>.
지금은 결코 허용되지 않는 일이나
인간과 가장 비슷한 유전자를 가졌다는 이유로, '침팬지의 생체실험'이 적극적으로 행해지던 1930년대,
그녀 역시, 의학의 발전에 기여한... 그러나, 또 '슬픔을 삼킨 생명'의 예.
대부분의 침팬지가 그러하듯, 기질이 사납고 난폭...
그 위에 베키는, 다른 실험대상으로 테스트를 받을 때도, 결코 참을성을 보이지 않는데다가
자신의 행동과제가 원만히 진행되지 않으면 실험도구를 던져버리거나 부수는 등 포악한 행동을 하였었음에,
'전두엽의 절제수술'의 실험대상으로 주목된다.
그리고, 이 수술을 받은 후에는,
--역시, 실험자의 기대처럼--, 갑자기 '유순해져 실험과제에 순종하는 <베키>'로 변한다.
이 실험결과에 적극적인 접근을 한 사람이, 곧 모니스씨.
(스스로, 베키의 실험을 언급하고 있다.)
그리고, 그는,
--이전의 많은 의사들이,
'대뇌의 다른 피질에는 영향을 주지 않은 상태에서 전두엽만을 완전히 도려내려는(절제) 노력'으로 해서,
오랜 시간을 걸리며 시술했었던 <로버터미>를--
단순히, 그리고 냉정히,
<'전두엽'과 대뇌의 '운동성 피질' 사이에 칼을 넣어, 그저 전두엽의 입출력(入出力)섬유를 '절단하는'>시술을 실행한다...
*
뇌의 연구와 발견은 그 깊이를 더해, 오늘날은,
인간의 뇌, 그중에서도 '전두엽'이, <의지, 언어, 학습, 유추, 기획력, 충동 억제, 사회성등>
인간 삶에 필수적인 '고차원적 기능'을 주도하는 중추임을 밝히고 있다.
<흉폭했던 사람을, 아무런 반응/반항하지 않는 자로, 순하게 한다>는 면은
정신분열증 혹은 이상감성등을 드러내는 질환을 앓는 병자들에게는 일견 유용한 치료법으로 평가될 수도 있으나,
모니스식의 <전두엽 절단 수술>은,
'범죄자'등에 사회적, 정치적 목적으로, 심지어는 '부모의 말을 듣지않는 아이들'에게 까지,
'순하고 반항하지 않으며 말잘듣는 자'로 바꾸기 위해 고의적으로 시술되는 케이스도 늘어...
-실은, 이 수술을 받은 사람들은, 전두엽에 자극이 입력되지 않고, 또 행동을 일으킬 '의지'를 출력할 수없는 상태로
삶에 '무기력'과 '무의지'인 채로 그저 숨을 쉬고 있는 생명일 뿐.
특히나 '본인의 동의없이', 전두엽을 손상시켜, 그 삶을 무력하게 하는 외과적 시술은
'의료 윤리'의 면에서 커다란 의문을 불러 일으키며, 1970년대에 들어서는 많은 나라에서 금지가 된다.
지금도, 미국등에서는, 모니스의 '전두엽 기능 절단수술'의 피해자들의 항소가 이어지고 있으며,
또한, 노벨상 수상자의 명단에서 그의 제명을 요구하는 운동이 일고 있어서...
*
역시, 전장의 전율이 완전히 걷히지 않은 여파속에서 '여전히 불안했던 시대'의 탓,
그리고 '생명체의 생리, 그리고 그에 대응하는 인간의 의술'이 아직 '발전 도상'이었던 탓도
노벨상 심의위원회의 실수를 불렀으리라만서도,
--다만, 뒤늦게나마, 지금이라도 그 잘못을 인정--,
그 시대, 모니스씨와 그의 추종자들이 시술로 인해, 소중한 '생명'에 깊은 상처가, 혹은 결국은 숨마저 잃었던
'수만명에 (The New York Times에 의하면, 미국에서만도 약 4만명에...) 달한다'는 많은 피해자들의 명복을 빌며
이를 바로잡음은 당연한 후세 인류의 양심.
전두엽.
'인간이 소망을 갖고, 내일을 꿈꾸며',
'삶의 주체로서, 자아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행동'하도록 기능하는 뇌.
행여, 삶에 꿈이 작아졌다면, 자신의 삶을 경영하겠다는 의지가 엷어졌다면,
우리의 뇌속의 '전두엽, 그 힘이, 그 활동이 약화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젊음이란, 청춘이란,
곧, 이 '전두엽의 건강한 활력을 의미하는 것'인지도....
- 어떻게 지키고 키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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