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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넘어 여자가 되겠다는 남편과 이혼후 동거중..트랜스젠더란?

by 설렘심목 2012. 7. 5.

입력 : 2012.07.04 23:34 | 수정 : 2012.07.05 11:26

'난 사실 여자라 생각하며 살았다' 정신과 검증 받고 2년 뒤 수술…
이혼 결심했던 아내, 참고 살기로… 60대男 '본래 모습으로 무덤 갈 것'
태아 단계 性인식 바뀐 神의 실수, 삶에서 강한 건 性보다 情 아닐까

부산 동아대병원 수술실에서는 멀쩡한 여성의 자궁을 떼어내곤 한다. 난자 생성이 왕성한 난소도 메스에 날아간다. 그래도 수술 의사는 감옥에 가지 않는다. '환자'가 원했기 때문이다. 아무런 질병이 없는 풍만한 유방도 절제되며, 모성(母性)의 상징인 도톰한 젖꼭지는 형편없이 축소된다. 여성에서 남성이 되려는 성전환 수술이다. 몸의 겉과 속을 남성화(化)하는 일차 작업이다. 이후에 팔뚝 뼈와 살의 일부를 옮겨와 성기가 만들어진다. 그리하여 뼈대 있는 남성이 완성된다.

집도의는 성형외과 김석권 교수다. 그는 지금까지 303회의 성전환 수술을 했다. 세계 최다 기록이다. 환자의 성별(性別)을 바꾸는 의사로 미국 뉴욕타임스지 한 면을 장식하기도 했다. 대한민국 최초의 대중 트랜스젠더 하리수를 수술하고, 나중에 결혼식 주례까지 섰다. 하리수의 호적이 '이경엽군'에서 '이경은양'으로 합법적으로 바뀌게 된 시발점이 김 교수다. 이리하여 그는 '트랜스젠더의 아버지'로 불린다(어머니는 누군지 모르겠다).

김 교수가 하느님의 허락 없이 시행한 성전환 수술의 사연을 들어보면, 하나같이 기막힌 '사랑과 전쟁' 드라마다. 그중 압권은 유부남의 성전환 수술이다. 어느 날 남편이 아내에게 털어놓은 비밀은 "여자가 되고 싶다"였다. 비록 몸은 남자지만 어렸을 때부터 항상 자신이 여자라고 생각해 왔다는 것이다. 이를 드러낼 경우 쏟아질 사회적 낙인과 질타가 두려워 그동안 남자인 척하고 살아왔다는 고백이었다. 하느님 맙소사! 자식까지 둔 내 남편이 여자가 되겠다니…. 아내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을 것이다. 아내는 이혼을 결심했다. 남편은 이후 2년 동안의 정신과 진료 검증 과정을 거쳐 결국 성전환 수술을 받았다.

위로 누나 셋이 있는 막내아들이 여자가 된 경우도 있었다. 네 번째 만에 불알 달고 태어난 아들을 신줏단지 모시듯 키웠던 부모 입장에서는 미치고 펄쩍 뛸 일이었다. 2대 독자가 여성이 되겠다고 나선 사례도 있었다. 멀쩡하게 생긴 놈이 여자가 되겠다고 하니 부모가 몸져누울 만했다. 성전환 수술 중 최고령자는 60대 남성이었다. 평생을 남성으로 위장하고 살았지만, 관속에 들어갈 때는 자신의 본래 모습으로 가겠다는 것이었다. 육신과 영혼의 성(性)이 어긋난 상태로 죽고 싶지는 않다는 간절함이 환갑이 넘은 그를, 아니 '그녀'를 성전환 수술대에 눕게 했다.

일러스트=이철원 기자 burbuck@chosun.com

호모나 레즈비언과 같은 동성애자(者)는 자신의 본래 성 정체성을 지닌 상태에서 같은 성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경우다. 반면에 트랜스젠더는 성 정체성이 바뀐 상태다. 타고난 성과 반대의 성이 본래 자기의 성이라고 여긴다. 이들은 약 5만 명 중에 한 명꼴로 태어난다. 과거에는 트랜스젠더를 성 정체성이 형성되는 유아기나 사춘기 때 성 정체성에 혼란을 주는 특수한 환경에서 발생한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어 아버지가 없는 가정의 남자 아이가 어머니나 누나들 틈에서 자라다가 드물게 여성화 트랜스젠더가 된다고 봤다. 하지만 요즘은 태아 단계에서 시작된 선천적인 것으로 본다. 정자와 난자가 만나 수정된 순간에 결정되는 성염색체의 성과 반대가 되는 여성 또는 남성 호르몬이 뇌에서 성 정체성을 담당하는 뇌하수체에 우연히 영향을 크게 미쳐 생물학적 성과 정신의 성이 다른 상태로 태어난다는 것이다. 남성은 태아기 남성 호르몬의 영향으로 뇌하수체 크기가 여성보다 크다. 여성으로 태어났지만 남성이라고 생각하는 트랜스젠더의 뇌하수체도 일반 남성만큼 커 있는 점이 그 증거이다. 트랜스젠더는 선천적인 성(性)인식 정신장애인 셈이다. 이러한 신(神)의 실수를 교정하는 성전환 수술은 사전에 일정 기간 정신과 의사의 검증을 거친다. 환각·환청이 오는 정신질환으로 그런 증상이 일시적으로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 김 교수의 진료실을 찾는 트랜스젠더의 절반은 남성이 되겠다는 여성이다. 일본은 남성화(化) 트랜스젠더가 여성화보다 6~8배 많다. 태국은 반대로 여성화가 압도적으로 많다. 사회적 존재로서 어느 성이 유리하느냐에 따라 성을 적극적으로 바꾸려는 트랜스젠더의 움직임도 다르다는 얘기다. 그런 면에서 양쪽이 비슷한 지금 우리나라는 남녀평등 사회다.

거의 모든 성전환 수술은 부모나 친권자의 동의를 받아서 이뤄진다. 가족들은 처음에는 펄쩍 뛰고 몸져눕다가도 나중에는 오죽하면 그러겠느냐며 수술에 동의하게 된단다. 물론 가족과 끝내 의절할 수도 있다. 앞서 유부남에서 여성이 된 트랜스젠더는 수술 후 부인과 계속 살고 있다. '남편'이 얼마나 괴로웠으면 그랬겠느냐며 부인이 '그녀'를 가족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그 말을 들으니 "과연 이성(異性)이란 우리의 삶에 무엇인가"라는 복잡한 생각이 들었다. 성(性)보다 정(情)이 강한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