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라사랑.시사.

교사들이 말하는 '대한민국 교직의 현실'

by 설렘심목 2012. 5. 15.

스승의 날(5월 15일)을 맞는 교사들의 분위기가 그리 밝지 않다. 스승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의 막된 태도와 폭행으로 교권(敎權)이 추락해 교사들 사기가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교단을 아예 떠나는 교사들도 늘고 있다.

서울의 한 고교에 근무하던 전모(57) 교사는 올 2월 정년을 6년 앞두고 명예퇴직했다. 몇 년 전만 해도 정년을 채울 생각이었다. 미혼인 딸도 "아버지, 제가 결혼할 때까지 2년만 더 버텨주세요"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전 교사의 생각을 바꾸진 못했다.

전 교사는 젊은 시절 소문난 '열혈 교사'였다. 학교에 안 나오는 문제학생 집을 찾아가 밤새 달래 학교로 데려왔다. 길가다 담배 피우는 학생들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훈계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부쩍 학생 지도를 힘들어했다. 아이들은 잘못을 지적해도 듣지 않고, 교사와의 대화조차 거부했다. 수업시간 엎드려 잠자는 학생을 깨웠다가 봉변을 당했다. 학생에게 "왜 깨우느냐?"는 말을 들었고, 그 학생의 학부모까지 "잠을 잘 수도 있지, 뭘 그걸로 뭐라고 하느냐"고 폭언을 했다. 2년 전에는 치렁치렁한 머리를 한 채 담배를 피우는 남학생의 발바닥 다섯 대를 때렸다는 이유로 학부모에게 '폭행죄'로 고소를 당했다. 스트레스를 받아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져 오는 날이 늘어났다.

전 교사는 "과거 말썽꾸러기 학생들은 교사가 훈계하면 '잘못했다'고 수긍했는데, 지금은 지도해도 말을 안 듣고, 벌주기 금지 등으로 지도할 방법도 없으니 학생들을 보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였다"며 "이러다가 내가 죽겠는데, 어떻게 계속 학교에 남을 수 있었겠느냐"고 했다.

한국교총이 제31회 스승의 날을 맞아 전국의 교원 327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10명 중 8명(81%)이 "교직에 대한 만족도와 사기가 최근 1~2년 사이 떨어졌다"고 답했다. 이는 2009년 10명 중 5명(55.3%)에 비해 크게 늘어난 수치다.

스스로 교단을 떠나겠다고 명예퇴직을 신청한 교사는 2009년 3083명, 2010년 3841명, 2011년 4393명으로 매년 늘어났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3517명이 신청했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5%(724명) 늘어난 것이다. '자녀가 교사 되는 데 찬성한다'는 응답도 2007년 53.8%에서 올해 23.9%로 크게 줄었다.

명예퇴직 수당이 필요해 그만두는 교사들도 있지만, 힘든 학생지도와 과중한 업무 스트레스 때문에 학교를 떠나는 교사들이 늘고 있다고 교육계 관계자들은 전한다. 이번 교총의 조사에서 명예퇴직 증가 원인에 대해 70.7%의 교사들이 '학생 생활지도의 어려움과 교권 추락 때문'이라고 답했다. 경기도 부천의 경력 28년차 중학교 교사는 "반 학생 중 20% 정도는 말을 안 듣고 교사를 놀리기까지 하는 통제 불능 상태"라며 "이 아이들 때문에 스트레스와 마음의 상처를 받아 3년째 위궤양을 앓고 있다"고 했다. 그는 "요즘 들어 교육적 사명감과 심신의 괴로움 사이에서 심각하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교사들은 "일부 학부모들 때문에도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대구지역 한 고등학교 교사는 "한 여학생이 목걸이를 하고 와서 교칙에 따라 일단 압수했는데, 다음 날 학부모가 찾아와 '왜 목걸이를 빼앗아 아이가 스트레스 받게 하느냐'고 고함을 고래고래 지르며 항의를 했다"고 했다. 그는 "과거에는 학부모가 먼저 '우리 아이 잘못하면 따끔하게 지적해달라'고 부탁했는데, 세상이 너무 달라졌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