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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사랑.시사.

북한인권운동의 후원자 故 바츨라프 하벨 전 체코대통령 추모회 열려

by 설렘심목 2012. 1. 8.

“진리와 사랑은 거짓과 미움을 반드시 이긴다.”

 

written by. 최경선

벨벳혁명의 지도자·

북한인권운동의 후원자 故 바츨라프 하벨 전 체코대통령 추모회 열려

 

유혈사태 없이 공산당 정권을 붕괴시켜 ‘벨벳혁명’으로 호칭되는 체코슬로바키아 민주화운동을 이끈 지도자이자, 북한 인권문제에 각별한 관심을 가졌던 바츨라프 하벨 초대 체코대통령이 지난 해 12월18일 세상을 떠났다.

이에 북한인권시민연합과 4월회, 주한체코공화국대사관은 6일 오후 2시 4.19혁명기념도서관에서 故 하벨 대통령을 추모하는 행사를 가졌다.

특히 이 날은 하벨이 주도한 ‘77헌장’(1977년 1월 6일 바츨라프 하벨을 비롯해 체코 내 다양한 직업과 정치관, 종교관을 대표하는 243명의 반체제 지식인들이 체코의 공산정부가 기본적인 인권을 공인할 것을 요구한 선언) 발표 35주년이 되는 날로, 인권을 옹호하고 자유를 위해 투쟁한 그의 업적과 생애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 (사)북한인권시민연합 윤현 이사장이 추모사를 하고 있다.ⓒkonas.net

(사)북한인권시민연합 윤현 이사장은 추모사에서 故 하벨 대통령에 대한 개인적인 추억을 상기하면서, 그의 체코 민주화에 대한 열정과 코피 아난 유엔사무총장에게 북한 인권상황 개선을 위해 국제사회가 공동행동을 취할 것을 요구하고, 본데비크 전 노르웨이 총리와 노벨평화상 수상자 위젤 교수와 함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북한의 인권상황 개선을 위해 적극적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 지난 행적 등을 소개했다.

이어 “우리가 가장 두려워해야 할 것은 사후의 평가 즉, 역사의 심판”이라며, “생전에 유럽의 양심으로 존경 받았는데 그 평가는 사후에도 전혀 변하지 않고 있다”고 故 하벨 대통령의 서거에 대한 안타까운 감회를 나타냈다.

(사)4월회 윤영오 회장도 “故 하벨 대통령이 1991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받았을때 미얀마의 민주운동가 아웅산 수지 여사가 수상토록 기여하고, 중국 작가 류 사오보의 석방을 요구하는 공개서한을 중국 후진타오 주석에게 보내는 캠페인을 전개해 류 사오보가 노벨평화상을 수상하는데 기여했다”며 세계 각지의 민주화운동 인사들을 알리고 지지한 그의 업적을 칭송했다.

윤 회장은 또 “작년 12월 18일과 19일 하루 간격으로 세계는 두 명의 죽음을 마주했다”며 “프라하에서 거행된 장례식에는 힐러리 클린턴 미국무장관과 빌 클린턴 전 미국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등 외국 사절들이 조의를 표했지만 평양에서 거행된 장례식에서는 강제로 동원된 인민 뿐이었다”며 하벨 대통령과 김정일의 죽음을 비교했다.

▲ 주한체코공화국대사관의 이반 블첵 대리대사가 추모사에서 故 하벨 대통령의 생애와 사상을 소개하고 있다. ⓒkonas.net

또한 이 날 행사의 공동주최 측인 주한체코공화국대사관의 이반 블첵 대리대사는 故 하벨 대통령을 “폴란드의 레흐 바웬사와 함께 동유럽 민주화운동의 아버지”라며, 1975년 전체주의가 극에 달한 상황에서 당시 모든 권력을 갖고 있던 대통령과 공산당 서기에게 공개서한을 보낼 만큼 인권과 정치범들을 옹호한 그의 용기를 소개했다.

덧붙여 ‘77시민헌장’ 발표로 5년간 옥고를 치른후 1898년 11월21일 수도 프라하에 모여든 50만 명의 시민을 향해 “진리와 사랑은 거짓과 미움을 반드시 이긴다”고 외친 그의 인도주의적 메시지를 전하면서, 하벨의 사상을 말로서 반복할 것이 아니라 따르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더욱 중요함을 역설했다.

▲ 이 날 행사에는 국방부 군악대가 故 하벨대통령을 추모하는 연주를 했다. ⓒkonas.net

하벨은 특히 북한 인권운동의 정신적 지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각국 요인들과 회견시 북한인권 문제를 제기하고, 각국 언론에 북한인권에 관한 논설을 기고했다.

2004년 6월18일자 위싱턴포스트지에 기고한 ‘북한에 대한 행동을 개시할 때’라는 제목의 글은 북한 인권에 대한 그의 생각이 잘 나타나 있다.

하벨은 기고문에서 “한반도의 북쪽 지역은 수백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세계 최악의 전체주의 독재자가 다스리고 있다. 김정일은 그의 아버지 김일성이 죽은 후 대규모 공산정권을 물려받아 뻔뻔하게도 개인숭배를 강화했다. 그는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군대중 하나를 소유하며 대량살상무기를 제조해 내고 있고, 중앙계획 경제와 주체사상을 통하여 나라를 기근으 몰아넣었다. 북한 정권의 희생자들은 수백만에 달한다.”며 김정일의 북한체제를 비난했다.

아울러 “항시 상주하고 있는 군과 경찰에도 불구하고 수천 명의 절박한 북한 주민이 중국으로 탈출했다. 중국 정부는 여러 국제협약들을 경시하면서 탈북자의 난민 지위를 인정하지 않으며, 관리들은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이 재중 탈북자와 접촉하는 것을 막았다. 중국 정부는 국경선 인근 숲에 숨어 있는 난민들을 적발하여 북한으로 강제 송환하고 이들은 관리소로 보내지면서 여정은 끝나게 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이 모든 일들이 일어나고 있지만 세계는 방관할 뿐이다.”라며 중국의 탈북자 강제송환과 국제사회의 무관심을 지적했다.

하벨 대통령의 이 기고문에서는 한국의 ‘햇볕정책’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도 엿볼 수 있다. “햇볕정책이 아무리 선한 목적을 지향하고 있더라도 결국 끊임없는 양보와 유화책에 기반하고, 수백만 달러의 비용이 투입됨에도 불구하고 정작 문제전반에 관한 해결책을 제시하거나 무고한 인명을 살리는데는 무용지물이다. 결과적으로 이 정책은 평양의 지도자가 집권하는데 도움을 줄 뿐이다.”라고 해 햇볕정책의 문제점을 정확하게 지적한 것이다.

故 하벨 대통령은 문학작품을 통해서도 한국에 잘 알려져 있다. 1990년에 「인간에 대한 예의」가 한국에서 출판됐고, 1992년에는 1979년에서 1982년까지 옥중에 머물면서 그의 아내에게 보낸 편지를 모은 「올가에게 보내는 편지」가, 1994년에는 「프라하의 여름」 등 에세이집 3편이 출판됐다.

희곡 「청중」과 하벨의 마지막 희곡 「리빙」도 한국어로 번역 출판됐으며, 「리빙은 2010년 내한한 체코 아르하 극단이 서울에서 공연하기도 했다.(konas)

코나스 최경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