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면2단| 기사입력 2011-06-22 17:33
“당신은 경질되는 것으로 끝날지 모르지만 우리들은 그 정도로 그치지 않습니다.
나는 목숨을 걸고 하고 있단 말입니다.”
2002년 북한과 일본의 수교 교섭이 잘 진척되지 않자 북한 측 협상 대표가
일본 측 대표 다나카 히토시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에게 던진 말이다.
일본 측 협상단은 이 북한 대표를 ‘미스터 X’라고 불렀다. 정체불명의 인물이라는 의미다.
미스터 X는 스스로를 국방위원회 소속 ‘김철(金哲)’이라고 소개했다.
수행한 부하들은 그를 ‘실장님’이라고 불렀다.
‘40대 중반, 흰 피부, 적당히 살이 찌고 적당히 근육질’인 이 인물로부터 일본 측 협상단은 누구나
‘부드러운 남자’라는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당시 수교 교섭은 일본 아사히 신문 칼럼니스트 후나바시 요이치의 저서 ‘The Peninsula Question’(2006)을 통해
줄거리가 알려졌다. ‘김정일 최후의 도박’이란 제목으로 한글로도 번역된 이 책이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올해 초 99발의 총알 세례를 받고 처형됐다고 지난달 알려진 류경(柳敬) 북한 국가안전보위부 부부장이
바로 미스터 X라는 견해가 한국 정보기관에서 부상하고 있다고 아사히 신문이 보도한 것이다.
일본 측 협상단은 미스터 X가 외무성과 노동당 사람들과는 냄새가 다르며,
스스로 군인이라고 말한 점, 정보에 정통한 점을 주목했다.
류경은 작년 9월 북한군 상장(중장급)으로 승진했고 보위부는 비밀경찰이다.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있다.
류경은 2009년 3월 두만강 미국 여기자 납치 사건을 기획·지휘했으며
그해 8월 이들의 석방·인도를 위해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하도록
사전 조정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김정일 체제에서 북한의 대외관계는 외무성 제1부부상을 12년간 지낸 강석주 내각부총리가 외교를,
김양건 노동당 통일선전부장이 남북관계를 맡는 쌍두체제로 이뤄져 왔다.
류경이 미스터 X인 게 맞다면 김정일의 비도(秘刀)였던 셈이다.
그런 그가 올해 1월 초 김정일의 호출을 받고 관저에 들어가다가
호위총국 친위대에게 체포되어 취조를 받고 처형되었다고 한다.
혐의는 수뢰와 부정축재. 집에서 거액의 달러가 발견되었다는 것.
그의 처형 장면을 핵심 간부만 모아서 보게 한 뒤 충성을 맹세하는 감상문을 받았다고 한다.
마구잡이 처형으로 피지배층에 공포를 심는 게 전제왕정 말기의 특징이다.
이런 체제에서 벼슬살이는 정말 목숨을 걸고 하는 일일 것이다.
문일 논설위원 norw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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