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석학에 듣는다] 제프리 삭스 美컬럼비아대 경제학과 교수 / 31면3단| 기사입력 2011-07-05 16:45
반기문과 지속적인 개발의 시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재선되면서 세계는 안도의 숨을 쉴 수 있게 됐다.
갈등으로 가득찬 세상에서 국제적인 단결은 특히 긴요하기 때문이다.
지난 5년간 반 총장은 자신의 개인적 외교 역량과 이 필수불가결한 국제 기구의 수장이라는 역할을 통해
이 같은 단결을 구체화했다.
그러나 연임을 통해 유엔을 이끄는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192개국으로 구성된 조직의 수장으로서 사무총장은 첨예한 의견 대립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사무총장은 거의 모든 문제에 관해 대립하는 그룹 사이에 끼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반 총장은 자신의 만장일치 연임 찬성을 유도해낼 만큼 그의 리더십에 대해 전세계에 믿음을 줬다.
반 총장의 연임 지지는 무엇보다도 이른바 P5라고 불리는
5개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미국·영국·중국·프랑스·러시아)이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더욱 놀라운 일이다.
이들 5대 열강은 연합국으로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끌면서 유엔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유엔헌장에 따르면 사무총장 선출은 이들 5개국 모두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반 총장은 이들 5개 상임이사국으로부터 강력한 지지를 계속 받고 있다.
나는 밀레니엄 개발 목표(MDG)에 관한 특별 고문으로 사무총장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영광을 누리고 있다.
이 보람있는 경험을 통해 나는 가난, 환경위험, 폭력적인 갈등과 같은 글로벌 문제들이 궁극적으로 해결될 것이라는
확고한 믿음을 갖게 됐다.
전세계의 온갖 문제들이 사무총장 사무실로 밤낮을 가리지 않고 몰려든다.
전쟁과 평화, 혁명과 쿠데타, 자연재해, 전염병, 부정선거, 아니면 가혹한 굶주림, 가난, 기후변화, 대량 난민이건 간에
온갖 위기에 사무총장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사무총장과 직원들의 업무 부담은 상상을 초월하며 이들이 시시각각 해결해야 할 업무는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최근 나는 반 총장을 수행해 이집트, 튀니지를 돌면서 그가 이들 국가의 민주화 변화 진행을 능숙하게 지원하는 한편,
이 지역의 다른 많은 사회적 격변을 동시에 처리하는 것을 경이롭게 지켜본 적이 있다.
반 총장은 이들 국가에서 올해 정치적 격변의 일선에 서 있던 용감한 젊은 지도자들에게 온후하고 감동적인 지지를 보냈다.
취임 첫날부터 반 총장은 세계가 직면한 최대 과제 상당수 또는 대부분이..
단순하지만 놀랄 만한 한 가지 현실에서 비롯된다고 강조해왔다.
우리는 지금 사람들로 가득차고 전세계적으로 서로 연관돼 있으며 70억명이 자신이 안주할 곳을 찾아 서로 갈등하는
고도로 위태로운 행성에 살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를 먹여 살리고 세계를 말라리아, 후천성면역결핍증(에이즈)과 같은 전염병으로부터 지켜내며
각 지역과 전세계의 환경을 지키면서 동시에 경제성장을 이룩하는 것이 우리 시대의 과제라는 것이다.
전쟁과 폭력은 종종 굶주림, 가난, 인위적인 기후변화에 따른 환경악화 등에서 비롯되곤 한다.
지난해 반 총장은 과감한 새 글로벌 이니셔티브를 출범시켰다.
여성과 어린이들의 보건 향상을 위한 '모든 엄마, 모든 어린이들'이라는 프로그램이다.
그는 에이즈, 결핵, 말라리아와의 싸움에서 승리를 거뒀고 많은 세계 지도자와 주요 인사들에게 동기를 부여했다.
비록 그 자신은 더 빠른 진전이 가능하고 또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반 총장의 지도력 아래에서 놀라운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
또 반 총장 자신의 이야기는 모든 이에게 희망을 줄 만큼 매우 훌륭한 귀감이 되고 있다.
반 총장이 아프리카의 극빈지역을 순방할 때 그는 주민들과 섞여 자신의 성장 과정을 자세히 얘기했다.
1950년대 가난과 상실 속에서 한국이 어떻게 열심히 일하고 교육하며 근대 과학을 발전시키고 가치를 공유함으로써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하고 가장 성공적인 국가 가운데 하나가 됐는지에 대해 그는 설명했다.
반 총장이 가난에서 벗어나 세계의 지도자가 된 것은 한국이 지나온 궤적과도 맥을 같이 한다. 체면, 의지, 관대함을 통해 국제적인 신뢰를 얻게 된 한국의 얘기는 유례없는 위험과 그와 동시에 전에 없는 기회를 맞은 세계에 지침이 될 수 있다.
/정리=dympna@fnnews.com송경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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