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연희 기자
"전남의 한 초등학교에선 여학생 세 명이 임신을 했습니다. 한 학교에 다니는 5학년생 한 명, 6학년생 두 명이 임신했는데 학생에게 임신과 출산 권리를 인정하는 학생인권조례 때문에 학교는 아무런 조치도 취할 수 없었습니다(학부모 A씨).”
“서울에선 한 초등학생이 ‘자꾸 교회에 가자’고 한다며 어머니를 경찰에 고발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학교 상담선생님이 학생인권조례의 ‘종교 강요 금지’ 규정에 따라 어머니를 고발하도록 권유했기 때문입니다. 학생은 어머니와 분리돼 보호소로 보내졌지만 그곳에서 동료 학생들로부터 엄청난 구타를 받고 결국 시설을 도망쳐 나왔다고 합니다(학부모 B씨).”
“남편의 장례식을 찾아 울며 용서를 구했던 학생들이었는데 지금은 태도가 완전히 달라졌어요. 학생인권센터에서 ‘너희는 정당한 권리행사를 했다’며 ‘선생님의 죽음에 대해 죄책감을 가지지 말라’고 했다네요. 학생인권조례는 학생들의 인간성을 마비시키고 있습니다. 남편이 성추행 오명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후 우리 딸은 죄책감과 분노 때문에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저는 매일 울면서 지내고요... 우리 가정은 완전히 박살났습니다(故 송경진 교사 부인 강하정 씨).”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된 지 올해로 8년째. 현재 17개 시·도 중 서울, 경기, 광주, 전북 4개 지역에서 시행 중인 학생인권조례는 ‘모든 학생이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실현하며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이뤄나갈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명분을 내세워 각 시·도 교육감이 제정한 조례다.
2010년 10월 5일 김상곤 경기 교육감이 최초로 제정했다. 이후 2011년 장휘국 광주 교육감, 2012년 곽노현 서울 교육감, 2013년 김승환 전북 교육감이 차례로 뒤를 이었다. 학생인권조례는 ‘차별받지 않을 권리’라는 명목으로 학생의 임신과 출산 및 동성애자가 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한다. 또한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라는 명목으로 체벌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 ‘사생활 보장의 권리’라는 명목으로 소지품 검사를 거부할 수 있는 권리, ‘자유로운 의사표현의 권리’라는 명목으로 학교 내 집회의 자유를 가질 권리를 보장한다.
학생인권옹호관의 지휘 아래 있는 학생인권센터는 학생 인권 침해 사안에 대해 자체적으로 조사·검토한 후 그 결과를 교육감에게 직접 권고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학부모들과 교사들 중심으로 학생인권조례 폐해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학생인권조례로 인해 오히려 ‘학생’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주장이다. ‘학생의 존엄과 가치, 자유와 권리 보장을 위해 학교 교육과정에서 학생인권을 실현하겠다’는 미명 아래 제정된 학생인권조례는 과연 학생의 인권을 얼마나 신장시켰을까?
현재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된 지역에서 발견할 수 있는 가장 뚜렷한 현상은 학력저하다.
지난해 10월 19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조훈현 의원이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한 지역에 학업 부진학생이 상대적으로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3년간 시도교육청별 중고등 기초학력 미달 비율을 보면 전체 16개 지방자치단체 중 서울시가 1위(5.78%), 전북이 2위(4.95%), 경기도가 4위(4.62%), 광주가 7위(3.77%)였다.
2015년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학생인권조례는 수업집중도를 27.6%, 복도 및 계단 정숙도를 31% 감소시켰고 쓰레기 무단 투기를 14.1% 증가시켰다. 교우관계엔 다소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지만 교사와의 관계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학생인권조례에 가장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 학생들은 성적이 하위권인 학생들이었다. 이들은 숙제, 책임감, 복도정숙, 질서 지키기, 쓰레기 투기 등 항목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더 많이 받았다.
서울, 전북, 경기, 광주 지역에서 두드러지는 학력저하 현상은 교사와 학생을 ‘강자(억압자)와 약자(피해자)’의 대결구도로 인식하도록 만드는 학생인권조례에 일부 기인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전교조 강원지부장 출신인 민병희 교육감이 이끌고 있는 강원도 교육청이 제작한 ‘세상을 바꾸는 힘’이란 책은 “학교는 학생을 대상으로 폭력이 자행되는 위험천만한 곳”이라며 “따라서 학생들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학생인권조례와 같은 보호막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뿐만 아니라 “학생들은 자신들의 의견을 실현시키기 위해 집회 및 시위를 개최해 학교 권력에 대항하는 힘을 키워야 한다”고 역설한다. 교사를 투쟁의 대상으로, 학교를 투쟁의 현장으로 인식시키는 것이다.
교사는 ‘강자(권력자)’, 학생은 ‘약자(피해자)’, 학교는 ‘감옥’이라는 왜곡된 인식이 확산되면서 교권침해 현상도 증가하고 있다. 전북 지역은 김승환 교육감 취임 전인 2009년 교권침해 사례가 24건이었으나 2015년 150건으로 무려 6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조훈현 의원이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경기도교육청에 접수된 교권침해 사례는 학생인권조례 시행 전인 2010년에 130건에 불과했지만 조례 시행 후인 2012년에는 1,691건으로 급증했다. 서울의 한 고교 교사는 “학생인권조례로 인한 교권추락은 이루 말할 수 없다”며 “‘학생인권’이라는 허울 아래 선생님에 대한 이상한 저항의식과 불만, 자기권리 주장이 난무하다보니 교사한테 대들거나 폭행하는 일이 늘었다”고 말했다.
학생인권조례의 부작용은 가정에도 미친다. 한효관 건강한사회를위한국민연대 대표는 “학생인권조례는 계급투쟁적인 마르크시즘의 인권개념을 전제로 학교와 가정을 갈등과 투쟁의 장소로 간주해 교사는 물론 부모의 말을 따르지 않게 만든다”며 “아동을 성인과 동등한 성숙한 존재로 간주하고 지나친 권리 강조로 자녀들의 방종을 야기한다”고 지적한다. 통일을향한변호사연대 이태희 변호사는 “현재 시행 중인 학생인권조례는 공통적으로 ‘임신 또는 출산’, ‘성적지향이나 성별정체성’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명시하고 있다”며 “학생들이 임신하거나 출산하는 것, 동성애 행위를 하거나 트랜스젠더로 살아가는 일체의 행위를 학생들의 권리로 규정하고 있는 결과가 청소년 낙태 문제, 동거, 가출, 성매매, 동성애, 강간 등 사회적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의 반발과 저항도 본격화되고 있다. 작년 5월 대전시 교육청이 조례 제정을 시도했으나 학부모 단체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다. 2013년 강원도 교육청이 추진한 학생인권조례도 ‘강원학교사랑학부모연합’ 등 학부모단체의 반대로 실패했다. 학생인권조례 폐지 운동을 시작한 나쁜인권조례폐지네트워크(나인넷)은 작년 11월 20일 “서울시 학생인권조례가 교권추락과 학생 방종을 야기한다”며 서울시에 학생인권조례폐지 주민발의안 청구인 등록을 했다. 이신희 나인넷 공동대표는 “서울시 교육청이 2012년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한 후 학생인권을 보호한다는 명목 아래 학생의 의무와 책임, 타인의 권리는 무시하고 나의 인권만 강조하는 ‘나쁜 인권’ 개념이 팽배해졌다”며 “이로 인해 부모와 자녀 관계가 악화되고 사제 간 존중과 배려 문화가 사라지는 등 사회혼란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좌파 성향 교육감들의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열기는 식을 줄을 모른다. 서울시교육청은 작년 9월 21일 학생인권조례에 ‘혐오표현’을 금지하는 조항을 추가했다. 이후 11월 2일 서울시교육청은 학생인권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안에 따르면 학교는 학생의 의사에 반해 두발과 복장을 규제할 수 없다. 학생들의 의사에 반한 휴대폰 수거도 금지된다. 교내에서 절도 사건이 발생해도 소지품 검사를 할 수 없다. 같은 날 경남 박종훈 교육감은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사항을 준수하는 가운데 민간인과 전문가가 참여하는 학생인권위원회를 구성해 학생인권조례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현상은 일부 교육감들의 개인적 철학과 소신(?)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 처음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했던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은 과거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민교협), 전국교수노동조합, 전태일을따르는사이버노동대학, 막스코뮤날레 등 좌파 성향 시민단체에서 활동했다. 곽노현 전 서울시 교육감은 1991년 민주주의법학연구회 회장, 1994년 참여연대 발기인 및 집행위원, 1995년 5.18특별법제정을위한 범국민대책위원회 대변인, 민교협 공동의장, 2000년 서울지방노동위원회 공익위원을 거쳐 김대중 정부에서 국가인권위원회 설립에 일정한 역할을 했다. 곽 전 교육감은 김상곤 교육부 장관의 요청으로 학생인권조례 자문위원장을 맡아 경기 학생인권조례안을 만들었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은 1994년 박원순 서울시장과 함께 참여연대를 만든 인물로 성공회대학교 교수, 민교협 상임의장, 참여연대 초대 사무처장을 역임했다. 김승환 전북 교육감은 전북대 교수, 전북 평화와인권연대 대표, 전북지방노동위원회 심판담당 공익위원,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위원, 한국헌법학회 회장 등을 지냈다. 김 교육감은 삼성그룹이 저소득층 중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방학캠프에 전라북도 학생의 참여요청을 잇따라 거부했으며, 전북지역 학생들을 삼성전자에 취직시키지 말라고 지시해 해당 지역에서도 반발 움직임이 적지 않았다. 또한 전교조와 맺은 협약을 이유로 학교에 ‘학생들이 방과 후 수업에 나오더라도 교사는 강제 근무를 시키지 말라’는 공문을 내렸다. 자유와통일을향한변호사연대 이태희 변호사는 “우리나라 좌파 세력은 빌헬름 라이히와 엥겔스 등의 ‘성 정치’ 이론과 이른바 '프랑스 68혁명'을 통해 구현된 이데올로기 투쟁 정신을 그대로 계승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며 “학생인권조례는 교사와 학생을 ‘강자’와 ‘약자’의 대결구도로 인식하도록 교육하며 학생들의 임신과 출산, 동성애 행위를 ‘권리’로 규정한 결과 청소년들의 성 윤리가 급격하게 붕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나인넷 등 학부모단체들은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돼 있다”며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밀어붙이는 교육감들에 강력히 반발한다. 학부모들은 “‘인권’과 ‘자율’이라는 달콤한 말로 학생과 가정 학교, 사회와 국가를 망가뜨리는 학생인권조례 때문에 아이들이 특정 정치적 성향과 방종에 선동되는 것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며 “전국적으로 조례 폐지 운동을 전개해나가는 동시에 올해 6월 교육감 선거에서 올바른 교육감들이 선출되도록 힘을 모으겠다”고 밝혔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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