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通하지 않으면 先制카드 만질수도
안통하면 선제 폭격카드 만질 수도...
김정은과 '햄버거 대화' 안통하면 선제 폭격카드 만질수도 [美 트럼프 시대] "미국은 더 예측 불가능(unpredictable)해져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IS(이슬람국가) 등 테러 단체 대응 전략으로 내놓은 말이지만, 이는 트럼프의 외교·안보 전략 전반에 적용될 수 있다는 분석이 10일 나오고 있다. 과거처럼 명분에 얽매이지 않고, 변칙 스타일로 적(敵)을 무력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전략은 트럼프 당선인의 대북 구상에도 그대로 묻어나는 분위기다. 김정은의 암살을 암시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가 갑자기 "김정은과 햄버거를 먹으며 협상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외교 소식통은 "사업가 출신답게 채찍과 당근을 동시에 협상 카드로 꺼내는 모양새"라며 "상황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은 유화책과 초강경의 극단을 오갈 가능성이 엿보인다"고 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북한 관련 발언은 그의 말대로 '예측 불가능'하게 널뛰었다. 지난 2000년 자신이 펴낸 저서 '우리에게 걸맞은 미국'이란 책에선 "내게 (북한) 원자로를 폭격할 준비가 돼 있느냐고 묻는다면 완전히 맞다(You're damned right)"고 했다. 그는 "북한이 핵·미사일을 시카고와 로스앤젤레스, 뉴욕에 떨어뜨릴 능력을 갖추게 되면 이런 미친 사람들과의 협상은 소용이 없다는 것을 말해줄 수 있다"고도 했다. 올 초까지 트럼프 당선인의 대북 발언은 강경 일변도였다. 지난 2월 미국 CBS 인터뷰에선 "그자(김정은)를 사라지게 하겠다"고 했다. 사회자가 '암살을 뜻하는 것인가'라고 묻자 "솔직히 (암살보다) 더 나쁜 것들도 들어봤다"고 답했다. 그랬던 트럼프 당선인은 5월 들어 갑자기 "김정은과 대화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했다. 6월에는 한 걸음 더 나가 "김정은이 미국에 온다면 만나서 햄버거를 먹으면서 더 나은 협상을 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공화당 측 인사인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트럼프 당선인은 김정은과 대화하겠다는 말부터 대북 제재를 전적으로 중국에 맡기겠다는 구상까지 언급했다"며 "아마 (임기 중에 북한과) 대타협(grand bargain)을 시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 당국자는 "트럼프 당선인은 사업할 때부터 협상에 자신 있다는 태도를 보인 만큼 임기 초반에는 북한과 협상 모드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했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인도 북한의 '핵 보유' 요구는 그대로 수용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왔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트럼프 발언에서 수식어를 걷어내면 중국을 활용한 대북 제재와 북한 비핵화를 강조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실제 선거 기간 트럼프 당선인은 "중국이 (북핵 문제를) 해결하지 않을 때는 미국의 경제 제재로 중국을 압박해야 한다" "미치광이 같은 김정은이 더는 핵을 가지고 장난을 못 치게 해야 한다"는 말을 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김정은과 '햄버거 대화'를 하더라도 핵 문제를 놓고는 미·북이 이견(異見)을 좁힐 여지가 적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끝까지 이긴다"는 사업 마인드를 가진 트럼프 당선인이 협상이 통하지 않는 상대에게 취할 행동이다. 러시아 출신 한반도 전문가인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는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의지가 아예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트럼프 행정부는) 갑자기 더욱 강경한 노선으로 바꿀 가능성이 크다"며 " 오바마 행정부에선 생각할 수도 없었던, 무력 사용 등 매우 심각한 압력을 가할 수도 있다"고 했다. 현재 트럼프 행정부의 초대 국무장관 후보로는 존 볼턴 전 유엔 주재 미국 대사와 밥 코커 상원 외교위원장 등 대북 강경파들이 주로 거론되고 있다. 우리 외교부도 이날 "미국 새 정부 출범 전 인수위 단계부터 대북 제재 압박 기조를 발전시켜나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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