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경제 회복?… 이대로 가면 망한다” ,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일본 이야기
입력 2015-05-19 03:00:00 수정 2015-05-19 16:17:47
‘I am not Abe’… , 나는 아베가 아니다.
엘리트 경제관료 출신 방송진행자가 아베노믹스에 돌직구 던진 사연
일본 도요타자동차 등 3월 결산 기업들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사상 최고를 찍고 3월 경상수지 흑자도 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1등 공신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밀어붙인 ‘엔화 약세’라는 데 이견이 없다. 이제야 일본경제가 살아나는 것 같다는 목소리들에 “이대로 가면 일본은 망한다”고 찬물을 끼얹는 남자가 있다.
3월 27일 TV아사히 저녁 뉴스 프로그램 생방송 도중 ‘I am not Abe(나는 아베가 아니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어 보이고 방송 해설자에서 중도하차한 고가 시게아키(古賀茂明·60) 씨이다.
4일 도쿄 신주쿠의 한 호텔 커피숍에서 만난 그는 본래 정통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고위 경제 관료 출신이다. 도쿄대 법대를 나와 통상산업성과 경제산업성에서 일하며 주로 공무원 사회 개혁에 앞장서는 일을 해왔다. 2008년 내각관방 공무원제도 개혁추진본부 사무국 심의관을 지냈고 다음 해 들어선 민주당 정권 때는 센고쿠 요시토(仙谷由人) 행정쇄신대신의 보좌관으로 공무원 개혁의 밑그림을 짰다.
먼저 방송 도중 피켓을 든 사연부터 묻자 “일본의 미래가 걱정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방송에서처럼 낮고 차분한 목소리였다.
“아베노믹스로 경기가 좋아졌다고 하지만 사실 일본은 매우 위험한 상태이다. 나랏빚은 국내총생산(GDP)의 2배가 넘고 잠재성장률은 1% 밑으로 떨어졌다. 저출산 고령화는 가속도가 붙고 있다. 규제와 재정 분야에서 근본적인 개혁이 시급한데 기득권을 지키려는 관료와 정치인들은 저항하고 있다. 그런데 이를 고발해야 할 언론들이 정권의 눈치만 보고 있다.”
그는 한때 일본 경제 성장의 견인차였던 관료사회가 이젠 국가 발전의 장애물이 되었다고도 했다.
“지금까지는 시험 성적이 좋은 도쿄대 출신 관료들이 선진국 사례를 보고 정답을 찾으면 됐다. 하지만 새로운 발상과 생각이 필요한 요즘 같은 창조경제 시대에는 그런 관료들이야말로 개혁을 막는 당사자이다.” 그의 말을 듣고 있자니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 같았다.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도 거침이 없었다. 그는 “일본의 미래를 위해서는 주변국들과의 과거사 극복이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일본인들은 땅에 머리를 박고 사죄한다는 각오로 과거사와 마주해야 한다”고 했다.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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