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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사설]하라는 공무원연금 개혁은 안 하고 국민연금만 거덜 내나

by 설렘심목 2015. 5. 5.

입력 2015-05-04 00:00:00 수정 2015-05-04 09:21:07

 

[사설]하라는 공무원연금 개혁은 안 하고 국민연금만 거덜 내나

 

공무원연금 개혁은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의 통합이 목표였으나 구조 개혁은 빠지고 현행 틀에서 수치 조정을 하는 데 그쳤다. 더구나 새정치민주연합이 막판에 제기한 국민연금의 명목소득대체율을 현행 40%에서 2028년 이후 50%로 인상하는 방안을 새누리당이 덜컥 수용하고 말았다. 이 방안은 그렇지 않아도 재정 건전성이 우려되는 국민연금의 고갈 시기를 더욱 앞당길 게 분명하다.

‘공무원연금 개혁 실무기구’는 국민연금 문제를 다룰 자격이 없다. 청와대는 ‘월권’이라고 비판했고 관련 정부 부처도 반발했다. 보건복지부 문형표 장관은 2일 합의문을 발표하기 직전에 새누리당을 찾아가 “보험료를 두 배로 올릴 자신이 없으면 소득대체율을 올려서는 안 된다”고 요청했다. 문 장관은 “소득대체율을 40%에서 50%로 올리면 2065년까지 추가로 들어가는 돈만 570조 원이 넘는다”며 “공무원연금 개혁으로 인한 절감분보다 훨씬 더 큰 금액”이라고 밝혔다.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 50%는 현행 9% 보험료율을 16.69∼18.85%로 인상해야 지급 가능한 액수라는 것이 복지부의 계산이다. 현재 수준을 그대로 유지해도 2060년경이면 국민연금이 고갈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그런데도 공무원연금 개혁 실무기구는 거꾸로 가는 방안을 만들어 놓고 ‘재정 절감분 20% 국민연금 투입과 소득대체율 50% 인상’이라는 사탕발림을 했다. 공무원연금을 줄여서 국민연금에 보태 주는 것처럼 위장하는 것은 공무원연금 개혁 무산에 대한 국민의 비난을 희석시키려는 꼼수에 불과하다.

공무원연금은 1995년, 2000년, 2009년 수술대에 올랐으나 공무원 조직의 반발에 휘둘려 한 번도 제대로 된 개혁을 하지 못했다. 개혁의 성공을 위해서는 지급률을 낮추는 것이 관건이다. 이번 개혁안에서 지급률 삭감 폭은 극히 미미하고 그것도 20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낮추게 되어 있다.

기금 고갈로 해마다 수조 원을 쏟아붓는 공무원연금을 개혁하라고 했더니 여야 정치인들은 2007년 4월 국회가 힘겹게 이룬 국민연금 개혁마저 후퇴시켰다. 이대로 시행되면 공무원연금과 더불어 국민연금이 국가재정 파탄의 또 다른 뇌관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자라나는 세대에게 빚 폭탄을 떠넘길 수는 없다고 시작한 일이 정치인들의 무책임과 포퓰리즘으로 혹 떼려다 혹 붙인 꼴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