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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사설>구조개혁실패와 복지확대와 정치부재가 낳은 그리스의 교훈

by 설렘심목 2015. 1. 30.

[사설]구조개혁 거부·정치실패 그리스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

동아일보

 

입력 2015-01-27 00:00:00 수정 2015-01-27 00:00:00

25일 그리스 총선에서 집권당이 패배하고 급진좌파연합인 시리자가 압승함으로써 그리스가 세계경제 불안의 핵으로 떠올랐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시리자 대표는 구제금융의 대가로 요구되는 긴축재정을 거부하고 유럽연합(EU) 등과 채무협상을 새로 하겠다고 선언했다. 치프라스는 “유로존에서 탈퇴하는 그렉시트(Grexit)는 없다”고 밝혔지만 그리스의 앞날이 불투명해지면서 세계 증시는 일제히 급락했다.

다시 국가부도 위험성이 커진 그리스의 ‘정치 실패’가 한국 사회에 시사하는 바는 작지 않다. 그리스는 세수(稅收)가 감당하지 못하는 복지 지출로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재정이 파탄 나 현재 국가 부채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175%나 된다. 정부는 “당장은 고통스럽더라도 구조개혁을 통해 위기에서 벗어나자”고 국민을 설득하기는커녕 부정부패와 탈세, 포퓰리즘 정책을 서슴지 않았다. 공공부문은 GDP 대비 40%에 이를 정도로 비대하고 봉급은 민간부문의 1.5배나 되지만 공직자들은 공공개혁 반대 데모에 앞장섰다.

 

정치가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니 구조개혁이 제대로 될 리 없다. 그리스는 2010년과 2012년 EU와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두 차례 구제금융을 받아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를 넘겼지만 공공 의료 교육 등 분야마다 이익집단이 개혁 반대에 나서 경제가 살아나지 못했다. 정부는 노동시장 유연화, 규제 철폐, 부패 척결 등 성장을 위한 개혁을 포기한 채 증세와 복지 축소로 국민에게 더 큰 고통을 주었다. 아일랜드의 부가가치세가 12.5%, 유럽 평균이 20.8%인 데 비해 그리스는 23%나 될 정도다. 빈곤율과 실업률이 25%까지 치솟자 그리스 국민은 긴축 철회, 빈곤층을 위한 패키지 지출을 약속한 급진좌파 포퓰리즘 정당인 시리자에 몰리고 말았다. 유럽의 중도적 정치질서를 뒤흔들어 포퓰리즘 정당의 발호를 예고한 민주주의의 패배가 아닐 수 없다.

금융위원회는 어제 “국제 금융시장의 흐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면서도 “당장은 그리스발(發) 충격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리스는 2월 말 43억 유로(약 5조2430억 원)의 단기 국채 상환 기일을 맞는다. 부채 탕감 협상이 실패해 그리스가 국가부도 상태에 빠지면 유럽과 세계 금융시장이 타격을 받게 돼 한국도 안심할 수 없다.

그리스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한국도 최근 급속한 복지 확대로 재정 적자가 불어나고 있다. 해마다 세수 부족이 계속되는데 저출산 고령화에다 무상급식 무상보육 기초연금 반값등록금으로 복지 분야 고정 지출이 올해만 77조 원을 넘는다. 올해 27조 원이 들어갈 무상보육 무상급식 반값등록금 기초연금에 선택적 복지만 적용해도 당장 예산을 13조 원대로 줄일 수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인기 영합적인 정치 논리로 구조개혁을 미루다 경제를 파탄 내고 국제사회의 골칫덩어리가 된 그리스를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