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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0억 들여 개발한 ‘천궁’ 4兆 경제효과 ‘명중’ 국방기술의 쾌거

by 설렘심목 2014. 1. 29.

8000억 들여 개발한 ‘천궁’ 4兆 경제효과 ‘명중’

기사입력  2014-01-28 09:56:04

 
[국방기술의 경제학]

 

 

2008년 12월 18일 국방과학연구소(ADD)의 충남 안흥종합시험장에서 미사일 한 기가 하늘로 솟구쳤다. 공중에서 멈칫 하며 자세를 잡은 미사일은 번개처럼 날아가 무인표적기를 명중시켰다. ADD 주도로 개발된 지대공 유도미사일 ‘천궁’이 시험발사에 성공한 순간이었다.

천궁은 세계적인 명품무기로 꼽힌다. 탐지 및 대(對)전자전 능력, 명중률에서 기존의 미국제 호크 미사일을 크게 앞선다. 내년에 실전 배치되면 영공 방어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천궁의 개발 성공에 따른 파급 효과는 안보분야에 그치지 않는다. LIG넥스원과 삼성탈레스, 두산DST 등 국내 방산업체들이 관련 기술개발과 제작과정에 참여해 경제적 파급 효과도 크다. 천궁이 양산되면 총 3조7465억 원 규모의 매출과 8630명의 고용창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연구개발비(8000억 원)의 5배에 가까운 수치다. 해외 수출로 이어진다면 그 효과는 더 커질 것이다. 정부가 창조경제의 한 축으로 방위산업을 선택하면서 이를 뒷받침할 국방기술의 경제적 잠재력이 주목을 받고 있다.

○ 투자 대비 12배 효과, 40년간 187조 원 창출

ADD는 1970년대부터 자주포와 전차, 군 통신위성, 대잠어뢰 등 150여 종의 무기를 개발하면서 방대한 국방기술을 축적했다. 이를 통해 수입에 의존하던 무기의 국산화 등 국내 방산발전에 크게 기여했고, 국가경제에도 활력소로 작용했다.

이는 국내 기술로 개발된 무기의 수출성과에서 여실히 증명된다. FA-50 경공격기를 비롯해 대함미사일(해성)과 KT-1 기본훈련기, K-9 자주포, 군함 등 국산무기들이 아시아 유럽 중남미 중동 등 세계 각국에 수출됐다. 지난해엔 사상 처음으로 방산 수출 30억 달러를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다.

한국국방연구원(KIDA)에 따르면 지난 40여 년간의 방산의 경제적 효과는 투자비용 16조 원의 12배가량인 187조 원에 달한다. 그 과정에서 축적된 국방기술의 가치와 경제 산업적 파급효과는 더 큰 것으로 평가된다. 세계 정보기술(IT) 산업의 ‘빅뱅(big bang·대폭발)’을 일으킨 인터넷은 미국이 군사통신체계로 개발한 ‘알파넷’을 상용화한 것이다. 자동차용 내비게이션과 에어백도 국방기술에서 파생됐다. 전쟁 상황에서 활용되는 고도의 극한기술이 민수분야에 응용돼 ‘시너지 효과’를 창출한 사례는 이외에도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이 때문에 정부도 방산 창조경제의 핵심 축으로 국방기술에 주목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5월 ADD를 방문해 “국방기술이 창조경제의 한 축을 담당해야 하니 과학기술분야와 협력해 기술혁신과 융합에 나서 달라”고 주문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해석된다.


○ 화약 처리기술 응용해 방사능 폐기물 제거

ADD는 몇 년 전 유도탄 개발기술을 활용해 고온 플라스마를 이용한 폐탄약 처리기술을 개발했다. ADD로부터 이 기술을 이전받은 국내 한 중소업체는 이를 활용해 ‘방사능폐기물 친환경 처리장치’ 사업화에 성공해 매년 30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또 ADD에서 이전받은 군용 초고주파 회로 설계 기술로 인터넷용 광통신 모듈을 개발해 연 매출 수백억 원에 도전하는 중소기업도 있다. 국방기술의 경제적 파급 효과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고 ADD는 전했다.

ADD는 최근 기술협력을 담당하던 ‘민군기술협력 진흥센터’와 국방기술 사업화를 전담하던 ‘창조국방사업단’을 ‘민군협력진흥원’으로 통합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국방기술을 더 적극적으로 민간기업에 전수해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서다. 아울러 최근엔 ‘창조국방 민수사업화 아이디어 100선’이라는 책자를 만들어 방산 등 민간업체에 배포 중이다. 기술이전을 위한 기업설명회를 열고 기술이전 대상 기업을 위한 ‘기술도우미’ 제도도 지난해부터 시행하고 있다. 김인우 ADD 민군협력진흥원장은 “민간기업이 국방기술을 활용하여 고부가가치의 신상품을 개발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도록 최대한 지원할 방침”이라며 “첨단 국방기술이 고부가가치 국가 성장동력이자 창조경제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하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대전=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