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법, 물타기 말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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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말 한 모임에서 북한을 자주 방문하는 재미교포 종교인과 우연히 같은 테이블에 앉았다. 장성택 즉결처형 직후라 북한의 인권문제가 자연스럽게 테이블에 올라왔다. 북한 전문가라는 그는 이런 취지로 말했다. “북한에서 공개처형은 그렇게 특별하지 않습니다. 그냥 그런가보다 하죠. 북한의 인권문제는 그들의 시각에서 바라봐야 합니다.” 이어 그는 한국사회의 모순과 미국의 한반도 분단 책임에 대해 장황하게 늘어놓기 시작했다. 북한 주민들이 돼지인가? 자유와 정당한 법적 절차 등 우리 모두가 누리고 있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모르고 짐승처럼 살아도 그냥 그뿐이란 말인가? 이 위선적 종교인의 면상에 테이블을 뒤엎고 싶은 충동이 순간 들었지만 사실 그 같은 태도나 인식이 우리 사회에선 그리 낯선 것도 아니다. 최근 민주당이 근 10년간 외면해온 북한인권문제에 대해 전향적인 입장을 밝혀 주목되고 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13일 신년연설에서 북한인권문제에 대해 언급한 것이다. ‘신(新) 햇볕정책’이라는 오묘한 말도 당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2월 임시국회에서 그동안 논의조차 반대해온 북한인권법을 테이블에 올려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야당 의원들이 입에 올리는 ‘북한인권’은 국제사회에서 통용되는 내용과 사뭇 다르다. 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해 현재 국회 외교통일위에 계류중인 관련 법안은 ‘북한주민 인권증진법안’(심재권), ‘북한민생인권법안’(윤후덕), ‘북한 영유아지원에 관한 법률안’(정청래), ‘북한주민 모자보건 지원에 관한 법률안’(심재권),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에 관한 특례법안’(인재근) 등 총 5건이다.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북한주민들의 인권증진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이 아니라 사실상 또 다른 ‘퍼주기’ 법안이라 할 만하다. 국군포로, 납북자, 이산가족 문제 등을 거론하긴 하지만 초점은 북한에 대한 식량, 비료, 의약품 지원 등의 업무에 맞춰져 있다. 한편 2005년 이후 새누리당(한나라당)의 윤상현, 황진하, 이인제, 조명철, 심윤조 의원 등이 대표발의한 북한인권법은 유엔과 EU, 미국, 일본 등이 2003년 이후 통과 시켜온 북한인권법안이나 북한인권결의안과 그 취지가 유사하다. 통일부 산하 북한인권 자문위원회 설치, 외교부 북한인권대사 임명, 북한인권재단과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설립 등이 골자로 돼 있다. 지난 16일 66개의 북한인권 관련단체들이 모여 ‘올바른 북한인권법을 위한 시민모임’을 결성했다. 민주당이 정체불명의 ‘북한인권민생법안’을 통과하겠다고 하고 새누리당이 자칫 이런 민주당의 법안과 타협, 수용할 수 있다는 데 대한 우려가 이들을 긴급히 한자리에 모이게 한 것이다. 종북 논란과 장성택의 처형으로 국내외 비난이 일자 그동안 철저히 외면하던 ‘북한인권법’에 동조하는 척 하면서 사실상 북한정권을 지원하는 대북지원법안을 처리하려는 야당과, 자칫 여야합의라는 미명하에 10여년간 북한인권 활동가들이 피땀 흘리며 그 통과를 위해 노력해온 북한인권법에 물타기를 하여 사실상 무산시키려는 여당 의원이 있다면 그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다. 정체불명의 면피용 북한인권법이라면 차라리 통과되지 않는 편이 낫다. 이미 많이 늦어버린 북한인권법은 북한의 형제들에 대한 우리 국민의 사랑과 관심을 보여주는 최소한의 제스처이며 통일 준비의 첫걸음이다. 발행인 김범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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