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詩,그림&좋은글

[이슈]하반신마비 남편 34년간 부양해온 아내 처벌수준 논란

by 설렘심목 2010. 1. 6.

기사출처 한겨레신문 2005년 4월 14일

30여년간 장애인 남편을 돌본 아내가, 독극물을 먹고 “자살을 도와달라”는 남편의 목을 졸라 숨지게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아내의 행위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2005년 4월 14일 20시 현재 누리꾼 투표결과입니다>

<INPUT type=radio value=1 name=Res> 1. '처벌해야 한다.' 122명 (6.1%)
<INPUT type=radio value=2 name=Res> 2. '집행유예 수준이 적절.' 1346명 (67%)
<INPUT type=radio value=3 name=Res> 3. '처벌하면 안된다.' 542명 (27%)

 

[이슈]하반신마비 남편 34년간 부양해온 아내 처벌수준 논란

 

‘딱하다. 오죽했으면….’

 

하반신이 마비된 남편을 34년간 돌보던 아내 ㄱ씨(58·경기도 수원시)가 남편의 자살을 도왔다는 뉴스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이다.

 

ㄱ씨의 남편은 지난 95년에 이어 지난달 29일 두번째 독극물을 먹었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목숨을 끊으려던 남편이 “약을 먹었는데 죽지 않는다. 죽게 도와달라”고 하자, 남편의 목을 졸라 ‘자살을 도왔다’고 말했다.

 

인터넷에서는 “두분 다 안됐다. 정말 처벌하지 마세요. ㅜ.ㅜ”, “정말 불쌍하다. 삼십년 병수발했으면 반평생을 고생했구먼. 무죄 석방해주세요” 등의 글이 이어졌다.

 

결혼 3년만에 남편 하반신마비뒤 34년간 생계 책임지며 남편 돌봐

ㄱ씨는 결혼한 지 3년 만에 남편이 척수염으로 하반신이 마비되자, 농사와 포장마차, 건물 청소 등으로 생계를 이어가며 힘들게 3남매를 키워왔다.

남편이 지난해 휠체어에서 떨어져 다리가 부러지고, 이로 인해 대소변까지 다른 사람이 받아야 했다는 사 실

△남편이 자주 “‘언제 죽나’ 하면서 괴로워했다”는 사실

△“남편이 또다시 독극물을 마시고 ‘죽여달라’고 애원해 힘들었던 순간이 한꺼번에 떠올라 이성을 잃었다”는 ㄱ씨의 자백도 가슴을 찡하게 만든다. 경찰조사 결과, 독극물 중독과 목졸림이 모두 사망의 원인이었다. ㄱ씨가 남편에게 강제로 독극물을 먹인 흔적은 없었다.

 

그러나, ‘딱하다. 오죽했으면…’이란 ‘감성’ 앞에 전문가들은 “촉탁‘살인’에 따른 유죄”라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안락사’와도 결코 비교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전문가 “절대 안락사나 존엄사가 아니다”

한림대 법학부 이인영 교수(형법)는 “딱하다는 것은 30여년의 부양에 대한 감성일 뿐, 처벌을 면해준다면 장애인들의 생명이 경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런 행위가 용서된다면 가족에게 부담을 주고 있는 장애우들의 생명은 다른 가족들의 부담 때문에 희생될 수 있다는 논리가 된다”며 “가족에게 부담이 되는 장애우는 ‘죽여달라’고 해야할 의무가 있는 것처럼 된다”고 지적했다.

 

연세대 법대 전지연 교수(형법)의 지적도 비슷하다. 전 교수는 “자살 중에 있는 사람을 도와주든, 적극적인 살인을 하든 우리나라는 모두 처벌받는다”며 “이런 행위가 처벌되지 않는다면 장애인들이 살해당할 위험이 커지고, ‘내가 죽여달라고 해야지’라는 생각에 환자 등이 생명을 쉽게 포기하게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처벌하지 않는다면 국가가 범죄를 방조 또는 조장하는 꼴”

한국사형폐지운동협의회 사무총장 차형근 변호사도 “삶을 포기하려던 사람도 시간이 바뀌면 생각이 달라질 수 있는데 타인의 생명을 빼앗은 것이다”며 “이를 처벌하지 않는다면 국가가 범죄를 방조 또는 조장하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번 사건을 ‘안락사’와 비교하는 데 대한 전문가의 지적도 많다. ‘소극적 안락사’를 지지해온 이인영 교수는 이번 사건을 안락사와는 전혀 다른 ‘살인’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안락사는 죽음에 임박하여 회생이 불가능한 환자에 대한 것이지만, 이번 사건의 남편은 지체장애가 있었을 뿐으로 자살하려고 했더라도 목을 조른 것은 촉탁살인이다”며 “소극적 안락사도 의료진의 판단을 따라서 의료진에 의해 치료중단이나 보류 등 대단히 엄격하게 적용해야지, 개인이 생명을 좌우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안락사’에 반대해온 샘안양병원 박상은 원장은 “심증적으로 안타깝지만, 감성에 휘둘리면 안된다”며 “생명을 빼앗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든 살려야 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독극물을 먹을 만큼 힘든 상황이었지만, 세상에 수많은 이들이 더 고통스러운 상황을 이기고 살아간다”며 “불행해 보인다고 자살을 도와줘서는 결코 안된다”고 말했다.

 

존엄한 죽음의 선택권을 줘야 한다”는 주장에도 박 원장은 반박한다. 박 원장은 “존엄함의 기준은 참 다양하고, 이 땅에 ‘나는 참 행복해요’라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 남이 부러워하는 과학고에 다니는 학생도 불행하다고 자살을 하지 않았나?”라며 “주관적인 존엄함과 행복함에 우리 생명의 기준을 둬서 안되며, 생명권은 존엄하거나 행복하게 살 권리와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박 원장은 생명의 존엄함에 대해 “식물인간 테리 시아보의 튜브 제거는 굶주려 죽게 한 잔인한 행위다”며 “의식불명 상태의 환자조차 말을 못하고 의식이 없다고 해서, 더이상 가치없는 존재, 무의미한 존재, 목숨을 끝내야 할 대상이 결코 아니다”고 강조했다.

 

“극단적 형태로 드러난 ‘개인에 선택’…사회와 국가의 책임을 따져봐야”

그러나, ㄱ씨 개인에게 이런 요구를 하는 게 또하나의 사회적 ‘폭력’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인권운동사랑방 최은하 상임활동가는 “국가나 사회가 사회적 약자를 책임지지 못하는 상황에서 가족이 져야했던 부양의 책임이 얼마나 버거웠을까 짐작이 간다”며 “사회가 책임지지 못하는 상태의 극단적 선택에 대한 비판보다는 극단적 형태로 드러난 사회와 국가의 책임을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상은 원장도 “아내가 이런 극단적인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던 것은 공동체적인 보살핌이 없었던 사회의 책임이 크다”며 “‘무조건 죽이지 말라’, ‘안락사를 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우리 사회구성원이 공동체라는 인식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ㄱ씨가 유죄의 책임을 져야 하지만, ‘집행유예’ 수준의 처벌을 예상했다.

 

이인영 교수는 “분명한 범죄이지만, 부인이 져야 했던 오랜 시간동안의 고통이 법원이 양형을 선고하면서 고려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차형근 변호사도 “처벌받고 비난받아야 할 대상인 것은 분명하지만, 비난의 정도도 따져봐야 할 것이다”며 “법이 관대하게 처벌해, 1심에서 집행유예가 내려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내다봤다. 전지연 교수도 “처벌받을 수밖에 없지만, 법원이 양형을 결정하면서 집행유예 정도를 내릴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지난해 1월 법원은 희귀병에 걸린 딸의 치료비를 감당하기 어려워지자, 식물인간 상태인 딸의 인공호흡기를 떼어내 숨지게 한 아버지에 대해 징역2년6월에 집행유예3년을 선고한 바 있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詩,그림&좋은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공짜 수술 자존심 상할까봐   (0) 2010.01.06
“法도 따뜻해야” 할아버지 손 들어줘  (0) 2010.01.06
기러기 아빠의 회초리  (0) 2010.01.06
어여쁜 산골처녀야 ....  (0) 2010.01.06
긍정적말습관  (0) 2010.0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