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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그림&좋은글

어여쁜 산골처녀야 ....

by 설렘심목 2010. 1. 6.

어여쁜 산골처녀야 ....

    회양골 어여쁜 산골처녀야 .... 
   회양을 지나다가 ... 淮陽過次(회양과차) / 김병연

      
    산골 처녀가 어미만큼 커졌는데                                山中處子大如孃 (산중처자대여양)
    짧은 분홍 베치마를 느슨하게 입었네.                        緩著粉紅短布裳 (완저분홍단포상)
    나그네에게 붉그런 다리를 보이기 부끄러워                赤脚良倉羞過客 (적각낭창수과객)
    소나무 울타리 깊은 곳으로 숨어 꽃잎만 매만지네.       松籬深院弄花香 (송리심원농화향) 
     
                 
    

                                           
    * ' 낭(良)과 창(倉)은  다리를 말함.
    *   김삿갓이 물을 얻어먹기 위해 어느 집 사립문을 들어 가다가 
        울타리 밑에 핀 꽃을 바라보고 있는 산골 처녀를 발견했다.
        처녀는 나그네가 있는 줄도 모르고 꽃을 감상하고 있다가 인기척을 느끼고는
        짧은 치마 아래 드러난 다리를 감추려는 듯 울타리 뒤에 숨었다.        
        속세에 물들지 않은듯 몸과 맘이 싱싱한 그녀가  나이에 비해
        너무 성숙한 몸매를 느낀 김삿갓은 글로 그녀와 회포를 풀었다




   

   김병연 (金炳淵 1807∼1863)


조선 후기 방랑시인. 자는 난고(蘭皐), 별호는 김삿갓 또는 김립(金笠).
본관은 안동(安東). 경기도 양주(楊州) 출생.

선천부사(宣川府使)였던 할아버지 익순(益淳)이
홍경래의 난 때 투항한 죄로 집안이 멸족을 당하였으나,
형 병하(炳河)와 함께 노복 김성수(金聖洙)의 도움으로
황해도 곡산(谷山)으로 도망가 살았다.

후일 멸족에서 폐족으로 사면되어
강원도 영월로 옮겨 살다가 과거에 응시하여 장원급제하였으나,
자신의 집안 내력을 모르고 할아버지 익순을 조롱하는 시제를 택한
자책과 폐족자에 대한 멸시 등으로 방랑길에 올랐다.

도처에서 독특한 풍자와 해학 등으로 퇴폐하여 가는 세상을 한탄하며
일생을 삿갓으로 얼굴을 가리고 단장을 벗을 삼아 각지로 방랑을 했다.
57세 때 전라남도 동복(同福)에서 객사하기까지
삿갓을 쓰고 전국각지를 유랑하였으며, 발걸음이 미치는 곳마다 많은 시를 남겼다.

(후에 둘째 아들 익균(翼均)이 아버지의 유해를 영월의 태백산 기슭에 묻었다.)


   



   여인에게        贈某女(증모녀) / 김병연(金炳淵)


 나그네 베갯머리 쓸쓸하니 꿈을 이룰 수 없네                客枕蕭條夢不仁(객침소조몽불인)
 밝은 달 가을 하늘에 뜨니 더욱 더 간절하네.                 滿天霜月照吾隣(만천상월조오린)
 푸른 대나무와 푸른 소나무는 천고의 절개를 자랑하나    綠竹靑松千古節(녹죽청송천고절)
 복사꽃 오얏 꽃은 해마다 한때의 춘정(春情)이로세.        紅桃白李一年春(홍도백리일년춘)


 왕소군(王昭君)의 귀한 몸도 오랑캐 땅 흙이 되고           昭君玉骨胡地土(소군옥골호지도)
 천하 미인 양귀비도 마외(馬嵬) 땅에 티끌되니               貴妃花容馬嵬塵(귀비화용마외진)
 인간의 성품 본래가 정을 맺게 하나니                          人性本非無情物(인성본비무정물)
 오늘 밤 나를 위해 몸 주기를 아까워 말라.                    莫惜今宵解汝身(막석금소해여신)



왕소군(王昭君)
중국 전한 시대의 비극의 주인공
원제(元帝)의 후궁으로 있다가 정약 결혼의 제물이 되어
오랑캐(匈奴)땅으로 시집가서 호한사단간(呼韓邪單干)의 처가 되었다가
돌아오지 못하고 거기서 죽는다.



蕭  ...... 쓸쓸할 소       
條  ...... 사무칠 조
蕭條(소조) ...... 사무치도록 쓸쓸하다.
霜月(상월) ...... 가을달. 서리가 내릴 때 뜨는 달.
節(절) ...... 절개.
春 (춘) ...... 춘정(春情).  
貴妃(귀비) ...... 양귀비
花容(화용) ...... 꽃다운 모습.
馬嵬(마외) ...... 양귀비가 죽은 곳의 지명.
莫惜(막석) ...... 애석하지 마라.
今宵(금소) ...... 오늘 밤.
解汝身(해여신) ...... 너의 몸을 허락하는 것.

    

김립이 함경도 종성(鐘城)땅에 머물던 어느날

낮에 만났던  여인에게 헌정한 시(詩)
여인치고 제법 교양을 갖춘 과부였다고 한다.

낮에 만난 아리따운 과부가 눈에 선해서 잠을 이룰 수 없다.
가을 하늘에 밝은 달이 뜨니 마음은 더욱 간절할 뿐 .....

소나무와 대나무는 굳은 절개 천년을 지켜도 늘 그 모양인데,
그러나 도화와 오얏꽃은 봄마다 다시 피어도 곱기만 하다.

그렇게 귀하던 왕소군도 양귀비도 죽으면 한 줌 흙이 된다.
살아 있을 때 산 사람에게 인정 쓴들 죄될 일이 있으랴.

김삿갓이 간절하게 프로포즈하는 장면이 지나간다.
이 시(詩)로 인해 생면부지의 두 사람이 만리장성을 쌓았다고 하는 내용인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