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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사랑.시사.

불량학생 사라진 부천 도당고등학교의 행복한 이야기

by 설렘심목 2012. 6. 2.

[경기 부천시 도당高의 실험]
교사들이 앞장서 예의 갖추고 교내 자치법정 제도 만들어
학생 스스로 벌 내리고 받아… 작년엔 학교폭력 단 1건 기록

공단(工團)지역에 있는 경기도 부천 도당고(남녀공학 일반고)에서는 2010년에 학교 폭력을 저지른 학생이 20명이나 됐다. 평소 학교 분위기도 엉망이었다. 지각하거나 수업 시간에 엎드려 자는 아이가 많았고, 교사가 지적하면 '씩씩' 거리거나 반항하는 학생들이 부지기수였다.

지난해 3월 학교 교사들은 "도저히 안 되겠다. 아이들을 바꿔보자"고 의기투합했다.

먼저 교사들이 등교 시간에 교문 양쪽에 서서 학생들을 맞았다. "교복이 그게 뭐냐" "왜 지각하느냐"고 닥달하는 대신, 배에 양손을 가지런히 올리고 45도로 허리를 숙이면서 "어서 오세요"하고 인사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교문에 교사들이 서 있었다. 교사가 반갑게, 예의를 갖춰 자기들을 대하는 것을 본 아이들은 차츰 먼저 교사에게 인사하고 공손하게 대하기 시작했다.

부천 도당고 학생들과 박수영 학생부장이 활짝 웃고 있다. /도당고 제공

'자치법정 제도'도 시작했다. 자치법정 제도는 학생이 직접 판사, 배심원, 변호사가 되어 교내 규칙을 많이 위반해 벌점 20점 이상을 받은 학생을 대상으로 재판을 진행하고 벌을 내리는 제도다. 예컨대 판사는 수업 시간에 잠을 많이 잔 학생에겐 천자문 쓰기, 지각을 많이 한 학생에겐 교내 봉사활동 등의 벌을 내린다. 처음엔 아이들을 법정에 출석하게 하는 것조차 힘들었다. 교사들의 끈질긴 설득으로 지난해에만 재판이 5번 열려 132명 학생이 재판을 받았다.

교사들은 또 학생들이 학교 생활에 참여하고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쉴 새 없이 진행했다. 개그맨·음악평론가 등 유명인을 불러 강연도 하고, 프로젝트 발표대회, 영어골든벨, 칭찬퍼레이드, 장애인 기관 혜림원 봉사 활동 등을 마련했다. 이렇게 바쁘게 보낸 2011년 한 해 동안 도당고에서는 학교 폭력 사건이 한 건밖에 발생하지 않았다. 학생들은 이제 지나가는 선생님을 보면 꾸벅 인사하고 지각하는 학생들도 크게 줄었다.

도당고의 성공사례는 31일 교육과학기술부가 주최한 '미래교육공동체포럼'에서 소개됐다. 김종태 교감은 "수업 시간에 엎드려 자고 무단조퇴하고 마음속에 불만이 많은 아이가 남을 때리고 괴롭히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학생들을 교사가 인정하고 칭찬해주고 학교에 흥미를 붙이게 하니까 학교 폭력도 자연스럽게 줄어들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