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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듯한세상

유화진.김연경 판사 `여풍당당'

by 설렘심목 2009. 12. 22.

 

유화진.김연경 판사 `여풍당당'

(광주=연합뉴스) 손상원 기자 

 "사람들과 말하는 게 좋은데 환자들 입을 벌려 놓아야 하니.." (치과의사 출신 김연경 판사)

"의사는 환자를 1대 1로 상대할 수밖에 없는데, ...

좀 더 넓은 틀에서 세상을 공부하고 싶었어요" (의사 출신 유화진 판사)

 

광주지법 유화진(40.여.제5민사부), 김연경(33.여.제2형사부) 판사가 법조인의 길을 걷게 한 것은 `사람에 대한 관심'이었다.

유 판사와 김 판사는 남들 하나도 하기 힘든 의사.치과의사 시험과 사법 시험을 모두 통과한 이색 경력의 소유자.

서울대 의과대를 졸업하고 미국의사 면허까지 취득한 유 판사는 2002년에, 같은 대학 치의학과를 졸업한 김 판사는 이듬해 나란히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모두가 선망하는 의료인의 길을 포기한 데 대한 아쉬움도 있지만 판사로서 일하며 얻는 보람은 미련을 덮고도 남는다고 이들은 입을 모았다.

대학 졸업 후 서울시 여성보호센터 등에서 의료활동을 한 유 판사는 8일 "가지 않은 길에도 미련이 생기는데 한 번 갔다가 중단한 길에 왜 미련이 없겠느냐"며 "그러나 환자들을 개별적으로 치료하는 의사와 달리 판사의 판결은 앞으로 사람들의 행동양식의 지침이 된다는 점에서 더욱 큰 틀에서 사회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만삭으로 `쥐띠 아이'의 출산을 눈 앞에 두고 있는 김 판사는 "다른 사람과 대화를 즐기는데, 환자는 입을 벌리고 치과의사는 마스크를 쓰고 있으니 대화를 할 수 없더라"며 "수련을 마치고 개업한 치과대 동창들은 나를 이해 못하지만 사법시험을 준비할 때부터 촘촘한 법 규율을 공부하는 것이 좋았고 사건을 통해 사람 사는 것을 보고 내 판결로 그들에게 삶의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는 데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비록 의사 가운이 아닌 법복을 입고 있지만 이들은 전공 지식 만은 틈틈이 활용하고 있다.

의료사건과 지적재산권 분쟁을 주로 맡아 처리하는 재판부에 근무 중인 유 판사는 2006년 예비 판사 시절 대법원 재판연구관실에 배치돼 의료사건 조사.연구 업무를 맡았으며 김 판사도 광주지법의 의료사건 전담 재판부를 거쳤다.

 

`다른 길'을 체험해 본 판사들은 앞으로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도입과 함께 판사의 출신 다양화 시대를 이끌 후배들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유 판사는 "전문화 시대라고 하니 학부 때에는 자신의 전공 분야에 매진해 스페셜리스트(전문가)의 소양을 쌓고 로스쿨에서는 법조인으로서 준비를 갖추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sangwon700@yna.co.kr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