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그네 한사람이 산길을 갑니다.
어느 덧 해가 서산에 걸릴 때쯤 외로운 나그네는 스님 한사람을 반갑게 만나게 되어 어두워가는 첩첩산길을 적적치 않게 동행하게 되었습니다.
이윽고 오두막 한채를 발견하고 하룻밤 묵게 되었는데 오랜만에 길손을 맞게 된 주인부부는 정성을 다하여 군불을 지피고 저녁밥과 함께 걸쭉한 탁배기 한 주전자를 대접하기에 인색치 않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둘중 하나는 젊쟎은 스님이었으니 대접하는 일이 기쁘고 영광스러웠습니다.
융숭한 대접을 받고 막걸리와 온정에 취한 이 나그네는 뿌듯한 마음으로 노독에 지친 몸이 쓸어질 듯 단잠에 곯아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새벽 동틀 무렵 목이 칼칼하고 소피생각에 잠이 깬 나그네는 스님이 없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어 자기 괴나리 봇짐이 눈에 띄지 않음에 의아해 합니다. 그런데 점점 이상해졌습니다.
머리가 썰렁하여 만져보니 어느 새 삭발이 되어 있었고 옷은 승복이 입혀져 있었으며 괴나리 봇짐대신 시주바랑이 머리맡에 놓여 있는 것이 마치 자신이 승려가 되어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내가 술이 덜 깨었나?” 정신을 가다듬고 찬찬히 보았습니다.
이제보니 자기가 스님이었습니다. 삭발한 머리, 승복에 바랑까지 의심할 여지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보니 없어진 것은 자신이었습니다.
“스님은 여기 있는데 그럼 나는 이 새벽에 어딜 갔단 말인가?”
나그네는 문을 벌컥 열고 주인에게 소리쳤습니다.
“여보 주인장, 나 어디 갔오?”
주인은 말귀를 알아듣지 못하여 혀를 차며 대답합니다.
“허,, 거 참 스님 뭔소린지 모르겄소. 우리집 술이 독하긴 독하지.”
“아! 글쎄 스님은 여기 있는데 내가 어디 갔냐말이요? 내가,.. 이거야 당췌,...”
나를 잃어버린 현대인을 적절하게 말하고 있습니다.
편리를 추구하는 현대문명속에 서서히 잃어가는 자신의 진정한 가치...
맘몬의 거대한 힘앞에 한낱 세속과 육신의 도구로 전락해 가는 현대인들...
"또 이르되 내가 이렇게 하리라 내 곳간을 헐고 더 크게 짓고 내 모든 곡식과 물건을 거기 쌓아 두리라. 또 내가 내 영혼에게 이르되 영혼아 여러 해 쓸 물건을 많이 쌓아 두었으니 평안히 쉬고 먹고 마시고 즐거워하자 하되, 하나님은 이르시되 어리석은 자여. 오늘 밤에 네 영혼을 도로 찾으리니 그러면 네 준비한 것이 누구의 것이 되겠느냐 하셨으니 자기를 위하여 재물을 쌓아 두고 하나님께 대하여 부요하지 못한 자가 이와 같으니라." -누가복음 12장 18-21절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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