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김명자(45·여) 씨는 ‘웃음전도사’로 불린다. 7년 전 유방암에 걸린 것이 계기가 됐다. 오른쪽 가슴에 만져지던 멍울이 왼쪽 가슴으로 번지고 나서야 정밀 검사를 받았다. 가슴 절제수술을 받고 항암치료가 시작됐다. 몸과 마음이 모두 아파 웃을 일이 없었다.
김 씨는 무작정 웃고 싶다는 생각에 한국웃음연구소가 주최하는 ‘송년 웃음 콘서트’를 찾았다. 항암 치료로 빠진 머리를 가발로 감추고 갔다. 그는 “이렇게 웃어 보세요” 하는 강사의 지도에 따라 억지로 “하하하” 웃었다.
신기하게도 집에 돌아오는데 무심결에 씩씩하게 걷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고 한다. 억지웃음이라도 마음을 즐겁게 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그 일을 계기로 그는 전문적으로 웃음을 전파하는 길로 들어섰다. 병원 환우회, 기업체, 평생교육원 등에서 웃음을 통해 행복을 나누는 비결을 강의하고 있다. 김 씨는 “(가슴절제 수술로 인해) 빈 가슴에 웃음이 들어왔다”고 말했다.
○ 의식적으로 웃으려 하다 보면 자연스레 웃음 번져요
생활 주변에서 웃음이 사라지다 보니 웃음을 다시 찾겠다고 노력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유머 고수가 되는 법’을 소개한 각종 책들이 꾸준히 팔리고 있으며 웃음으로 몸과 마음의 병을 극복한다는 ‘웃음 치료’를 환자 진료에 활용하는 병원도 늘고 있다. 일터에서 웃음을 되찾고 경영 효율성을 높인다는 ‘펀(Fun)경영’도 뜨고 있다.
21일 저녁 건국대 산학협동관에서 열린 ‘펀들펀들’ 모임. 이들은 건국대 ‘펀리더십센터’ 수료생들이 만든 웃음 동아리다. 센터에서 5주간 ‘웃음 찾는 방법’을 배운 후 2주에 한 번씩 모여 함께 웃고 즐긴다. 전문가를 초빙해 ‘웃음’ 강의도 듣는다.
20여 명은 처음에 간단히 몸 풀기 운동을 한 후 인위적으로 웃는다. 강사가 “따라 하세요” 하면서 먼저 크게 소리 내서 웃는다. 수강생들은 처음에는 어색해하지만 금세 자연스럽게 웃기 시작하고 분위기가 고조되면 크게 웃는 웃음으로 이어진다.
한홍구(38) 씨는 직장 때문에 가족과 떨어져 혼자 서울에 살면서 웃음을 잃어 갔다. 주변에서 표정이 어둡다는 얘기를 들은 그는 “웃으면 인상이 좋아지겠지’ 하는 막연한 생각에 모임에 나오기 시작했다.
그는 “애써 의식적으로 웃다 보면 나중에는 얼굴에 자연스럽게 웃음이 번지게 된다”면서 “가족의 빈자리를 웃음으로 채우다 보니 예전보다 표정이 밝아지고 자신감도 생겼다”고 말했다.
○ 웃음의 이유가 외부에 있다는 생각부터 바꿔야
법무사 사무소에서 사무장으로 일하고 있는 김영옥(43) 씨는 파트타임으로 기업체에서 웃음 강연을 하고 있다.
그는 “어느 날 문득 거울을 보니 내 얼굴이 너무 삭막해 보여 웃어 보기로 했다”면서 “‘재미있는 일이 없는데 어떻게 웃느냐’고 불평하기보다는 자신 내부를 들여다보며 웃음거리를 만들어 내라”고 조언했다.
웃음전문가들은 “웃음을 되찾기 위해서는 ‘웃음의 이유가 외부에 있다’는 선입견을 버리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말한다.
사람들에게 웃는 이유를 물어보면 “누가 웃기에” “칭찬받았으니까” “좋은 일이 있으니까” 등 외부 요인들을 거론한다. 그러나 이런 웃음은 오래갈 수 없다는 것이 웃음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명지대 사회교육대학원 유머&웃음치료학과 이재선 교수는 “웃는 감각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삶을 익살스럽게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자신의 상처를 직시하고 한 걸음 떨어져 바라보면 가장 창피했던 순간도 남에게 쉽게 이야기할 수 있게 된다. 즉 다른 사람이나 외부 환경이 아닌 바로 자신이 웃음의 이유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때로는 억지로라도 웃어야 한다. ‘펀들펀들’ 모임을 비롯한 대다수 웃음 동아리에서 가장 먼저 배우는 것은 ‘억지로 웃는 법’이다.
이 교수는 “웃는 연습을 하기 위한 첫 단계는 자주 거울 앞에 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거울을 들여다보며 크게 심호흡을 하고 천천히 입술 끝을 올리며 미소 짓는다. 이 교수는 “하루 3분씩 한 달 정도 꾸준히 웃는 표정을 연습하면 얼굴이 ‘웃는 상(像)’으로 변한다”고 말했다.
자기 몸 이곳저곳에 ‘웃음 버튼’을 만들어 놓고 누군가 그곳을 건드릴 때마다 ‘하하하’ 웃는 것도 한 방법이다.
전문가들은 “신문, TV, 책 등에서 재미있는 구절이나 장면을 볼 때마다 ‘웃음 노트’를 만들어 다른 사람과 나누다 보면 어느새 생활 자체가 유머인 사람, 즉 ‘유머형 인간’이 된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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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치료… 생산성 향상… 웃음 수요 ‘활짝’ 웃음 연구 ‘함박’
요즘 웃음을 가장 활발하게 활용하고 있는 곳이 병원과 기업이다.
병원은 환자 치료를 위해, 기업은 생산성 향상을 위해 다양한 웃음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웃음 치료는 1995년 인도의 한 의사가 5명의 환자와 함께 시작한 ‘래프터 클럽’이 시초다. 한 번에 20∼30분씩 요가처럼 다양한 동작을 곁들인 웃음 운동을 하는 것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5000여 개의 래프터 클럽이 운영되고 있다.
웃음 치료는 2000년경 국내에 도입됐다. 화상전문병원인 베스티안 서울병원은 화상 환자를 대상으로 ‘행복웃음 프로젝트! 웃음치료 학교’를 열어 화상의 고통을 웃음으로 극복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있다.
병원 측은 “화상 환자들은 외모 변화와 치료에서 오는 통증으로 우울감과 무기력감에 시달리기 쉽다”며 “웃음 치료 후 환자와 보호자들이 한결 밝아진 표정과 긍정적인 사고를 갖게 되는 걸 자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웃음을 경영에 처음 접목시킨 기업으로는 미국 사우스웨스턴 항공사가 꼽힌다. 이 회사는 기내에서 코미디, 분장쇼 등 다양한 이벤트로 승객을 즐겁게 함으로써 매출 상승을 이뤄 냈다. ‘펀경영’은 2000년경 국내에 소개돼 ‘신바람 일터 만들기’, ‘행복경영’ 등 다양한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다.
기업, 병원을 비롯한 사회 각 분야에서 웃음 수요가 늘면서 최근 수년 동안 웃음을 연구하는 단체도 급증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한국웃음연구소’ 등 500여 개 단체가 웃음에 대한 전략 전술을 연구하고 있다. 이들 단체에서 소정의 과정을 거치면 민간 자격증을 받을 수 있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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