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라사랑.시사.

김정일 정권 또 연명시켜선 안된다. - 세종대석좌교수 김영봉 글

by 설렘심목 2011. 10. 3.
<필독> (2011/9/30, 오피니언 포럼, 문화일보)<사진, 김영봉/세종대 석좌교수 경제학>

김정일 정권 또 연명시켜선 안된다.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가 30일 개성공단을 방문했다. 대표의 이번 방북은 이명박 정부의 3년 대북 관계 단절이 끝나고 거대한 ‘북(北) 정권 지원시대’가 열린다는 것을 알리는 신호탄일 것이다.

 

월초 홍 대표는 “북에 ‘근본적으로’ 식량 생산 기반을 조성해 주자”는 국회 연설을 했다. “북한의 농업 인프라를 확충하고 농기계·비료·농약을 지원하고 관개·간척사업을 우리가 추진해 주자”는 등의 내용이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남북경협, 인도적 지원’을 둘러대기 전에 과연 이 시점에 이러한 지원이 북한 주민에게 어떤 운명을 초래할지부터 숙고해 봐야 한다.

 

올해 초 북한에서는 배급체제가 무너져 2000만 지방 인구가 지하시장 경제에 의존한다는 정부 당국자의 언급이 보도된 바 있다. 그런데 최근 탈북 시인 장진성씨는 평양의 소식통을 인용해 요새는 400만 평양 주민도 지방처럼 거의 배급을 받지 못해 배급표가 휴지처럼 됐다는 실상을 전한다. 따라서 평양 주민들도 장마당에 뛰어들어 돈 벌 궁리만 하고, 평양에서 추방하겠다는 기관원의 협박도 먹히지 않을 정도가 됐다는 것이다.

 

원래 북한 정권은 전 주민의 경제적 능력을 빼앗아 ‘밥의 노예’로 만들어야 존속할 수 있는 독제체제다. 이는 10여년 전 마커스 놀랜드 박사에 의해 ‘기관원 자본주의(apparatchik capitalism)’로 명명됐다. 이는 정권의 핵심기구를 점유하는 계층에 특권을 나눠주고 이들을 통해 전 주민을 통제·압박하는 시스템이며, 평양에는 성분과 충성도가 뛰어난 핵심 주민만 거주가 허용돼 왔다. 그러나 북한 정권의 식량 배급 능력이 상실되자 이들 평양 주민들까지 체제 이탈을 할 지경이 된 것이다.

 

이런 북 체제는 1990년대 말 대기근으로 수백만 주민이 굶주림에 연유해 죽고 탈출할 때 결정적 위기에 처했었다. 당시 서방 전문가들은 김정일 정권이 언제 무너질지를 매일 점치고 있었다. 그런데 이때 김대중 정부의 거대한 지원이 북한에 들어가면서 김정일 정권은 기사회생했다. 이후 북한 주민의 노예생활이 지금까지 연장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북한 주민에게 절호의 기회가 다시 찾아온 듯 보인다. 평양까지 장마당 경제가 지배함이 사실이라면 이제 본격적으로 북한에 자립·발전의 과정이 열렸다고 할 수 있다. 북한 정권이 누구로부터 배급 능력을 다시 수혈받지 않는 한 북한의 장마당에서는 하루하루 작은 자본주의가 싹틀 것이다. 지금은 물건을 팔지만, 곧 수선업소 미용업소가 들어설 것이다. 작은 제조업을 거쳐 수송·금융·중개업이 생기고, 서점과 학원도 출현할 것이다. 이 사(私)경제 생성과 더불어 그들은 상거래 및 재산상의 권리·의무·책임 등에 대해 알게 되고 자유민주주의의 본질에도 눈을 뜨게 될 것이다.

 

마르크스의 유물론은 한 사회의 물적 기초가 그 사회의 관념·제도·권력·정서 등 모든 상부구조를 결정함을 가르친다. 따라서 북한 주민이 지금 한 푼의 돈을 버는 장마당에서는 바로 자유를 찾을 한 줌의 힘이 발생하는 것이다. 평양 주민까지 이 대열에 합류했다는 것은 북 주민에게 이제 60여년 암흑의 노예생활의 끝이 보이고 있음을 의미할 것이다.

 

이러한 때 북한 주민을 돕는 길은 무엇일까. 최소한 장마당 쪽박을 깨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이 정권의 단지 3년 간의 봉쇄정책으로 북 정권은 빈혈상태가 되고 장마당은 무한 성장하고 있다. 북에 외부 지원이 차단된다면 굶어죽게 되는 것은 북한 주민이 아니라 ‘김정일 족쇄정권’일 것이다. 이 정부 말년이나 내후년 간 또다시 10여년 전과 같은 지각없는 정치인들의 행태가 등장해 한국민이 북한 주민에게 용서받지 못할 대죄를 짓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