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사교육과정 개정과 기독교 서술의 문제점 ▒
필자는 지난 6월 30일 오후 국사편찬위원회에서 열린 ‘2011 역사 교육과정 개정(안)’ 공청회에 다녀왔다. 오랫동안 역사 교과서에 나타난 기독교 서술이 왜곡·축소되었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이것의 시정을 위해 노력해 온 필자는 새로운 역사 교육과정의 내용이 어떻게 수정되었는지 궁금하였다. 현행 역사 교과서는 불교, 유교는 말할 것도 없고, 민간신앙, 천주교(서학), 천도교(동학)도 항목을 설정해 설명하고 있지만 기독교에 대해서는 아무런 항목도 없다. 그런데 이번에 개정된 역사 교육과정도 이전과 다를 바 없었다.
이번 공청회에서 안양대학교 이은선 교수(교회사 전공)는 이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2011년 역사 교육과정 개정(안)을 작성하는 데 책임을 진 서울대학교 오수창 교수(역사교육과정개발정책연구위원장)는 역사 교육과정에 기독교가 들어가지 않은 이유를 설명하였다. 이것을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는데, 첫째 천주교와 동학은 한국 사회에 미친 영향이 크기 때문에 교과서에 들어갔지만 기독교가 과연 그런 역할을 했는가에 대해서는 미지수다. 둘째 기독교가 한국 사회에 미친 영향에 대한 학계의 연구가 축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울러 여기에 대한 논의가 진척되면 기독교 서술이 교육과정에 포함될 수도 있다고 첨언하였다.
하지만 필자로서는 이 답변을 받아들이기 힘들다. 첫째, 한국 기독교는 천주교나 동학운동 못지않게 한국의 근대화, 민족운동, 민주화 운동에 기여하였다. 사실 기독교는 근대화의 통로였으며, 민족운동의 핵심이었고, 민주화운동의 요람이었다. 동학(천도교)이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한국 사회에 큰 영향을 미쳤다면 기독교는 현재까지 한국 사회의 중심세력으로 존재하고 있다. 물론 천주교와 동학이 조선 정부와 마찰을 일으키며 사회에 큰 충격을 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기독교는 더 이상 쇄국정책으로서는 나라를 유지할 수 없다고 생각한 정부가 선교사들을 받아들여 근대국가로 만들려는 커다란 프로젝트 가운데서 유입되었다. 기독교는 조선 정부의 근대화의 협력자로서 한국 사회의 발전에 기여해 왔다.
둘째, 한국 사회에 미친 기독교의 역할에 대해 학계의 연구업적이 축적되지 못했다는 지적은 한국 기독교의 역사를 연구하는 한 사람으로서 매우 가슴 아픈 지적이었다. 필자는 이것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보다 깊은 연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재 한국 기독교가 한국 사회에 미친 영향에 대해 교과서에 실릴 수 없을 정도로 연구가 미진한 것은 아니다. 백락준 박사를 필두로 이광린 민경배 이만열 교수 등 한국 기독교역사에 대한 뛰어난 학자들이 있다. 현재에도 수많은 학자들이 기독교가 한국 사회에 미친 역할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이런 연구 업적들은 다른 종교나 분야 못지않다고 생각한다. 한국 기독교역사 학자들과 일반 한국사 학자들 사이에 보다 깊은 교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한국은 다종교 사회다. 기독교는 한국 사회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다. 그런데 다른 종교인들은 역사 교과서를 통해 자신들의 역사를 배울 수 있는 데 비해 기독교인은 그렇지 못하다면 이것은 또 하나의 종교 편향이다. 역사 교육과정이 공정하게 마련돼 이런 갈등이 유발되지 않기를 바란다.
박명수 서울신대 교수 (한국교회역사바로알리기 운동본부 전문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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