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미스테리

전 세계에서 단 7명만이 비밀을 알고 있다

by 설렘심목 2010. 7. 27.

전 세계에서 단 7명만이 비밀을 알고 있다




 

 

 

코카콜라 병에 나무 화살이 꽂혀 있다. 그러나 병의 구멍은 화살의 머리와 꼬리보다 작다. 유리를 녹여서 만들었다면 나무 화살은 타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화살을 자른 흔적은 없다.
전 세계에서 단 7명만이 비밀을 알고 있다. 입구보다 큰 테니스공이 가득 찬 유리병 등 우리의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퍼즐 50여점이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입구 지름이 1㎝도 안 되는 유리병 안에는 지름 2㎝의 구리동전이 있다. 주먹만한 정육면체 통나무 속을 파내 만든 상자엔 밤톨만한 구멍밖에 뚫려있지 않은데, 상자 안에는 놀랍게도 구멍보다 큰 골프공이 하나 들어가 있다. 이런 물건들이 ‘불가능(Impossible) 퍼즐’이다. 상식적으로는 제작이 도저히 불가능해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일본에서 이 불가능 퍼즐을 5년째 지속적으로 만들어 발표하며 ‘호기심 많은 사람들 머리에 쥐가 나게’ 하고 있는 미노우라 기요리(箕浦喜順·40)씨가 한국을 방문했다. 일본 기후(岐阜)시에서 컴퓨터 엔지니어링 회사를 운영하는 그는 일본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힌다는 ‘불가능 퍼즐’ 마니아다.

그는 지금껏 50여점의 불가능 퍼즐을 만들어내 도쿄에서 5회의 전시회를 열었다. 지난 1월부터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아이큐 뮤지움’ 전시회(3월 1일까지)에도 25점을 내놓아 2만여명의 한국인이 그의 불가능 퍼즐 세계를 만났다. 전시만 하면 많은 사람들이 “혹시 이렇게 만든 것 아니냐”며 자신의 ‘해법’을 알려온다. 그러나 그는 “여태껏 내가 쓴 방법을 찾아낸 사람을 보지 못했다”고 했다.

“한 유리세공사는 ‘유리병을 녹여서 그 안에 동전을 넣은 것 아니냐’고 했는데요, 그렇게 가열했다가는 구리동전도 녹습니다. 콜라병을 관통한 나무화살〈사진 참조〉은 ‘화살을 조각으로 나눠 구멍 안에 넣고 조립한 것’이라는 사람도 있었는데, 여길 보세요, 화살에 전혀 이음새가 없잖아요.”


일본에서 어떤 사람은 얼마나 궁금했던지 ‘퍼즐의 비밀을 알려달라’고 그의 집으로 찾아온 적도 있지만 절대 답을 말해주지 않았다. 취재 도중 물어봐도 그는 ‘비밀’을 절대 누설하지 않는 게 이 세계의 불문율이라며 입을 닫았다. 다만 “눈속임이 아니며 솜씨를 필요로 한다”고만 했다.

미노우라씨는 어린 시절부터 나무로 자동차, 배 모형을 잘 만들어 별명이 ‘만들기 대장’이었다. 모형을 만들어도 ‘수륙양용 자동차’ 나 ‘하늘을 나는 배’처럼 새롭고 신기한 물건을 만들었던 소년은 고교 시절 동네 가게에서 유럽의 불가능 퍼즐을 보고 완전히 반했다.

“세상에 이렇게 즐거운 물건이 있다니! 누군가 뒤통수를 때리는 것 같은 충격이었어요.”

‘즐거운 물건’이란 개념은 그가 불가능 퍼즐 제작에 손댄 뒤 지금까지 붙들고 있는 생각이다. 그는 “많은 사람들은 빨리 정답만을 알고 싶어하지만 이 퍼즐에는 정답이 없다”며 “중요한 것은 ‘어떻게 만들까’보다 ‘어떻게 하면 더 즐겁게 만들 수 있을까’”라고 말했다. 그래도 끈질기게 비밀을 묻는 사람들에겐 이렇게 말한다고 했다.

“놀이공원의 미키마우스 속엔 사람이 있는 줄을 알지만 많은 사람들은 굳이 그 탈을 벗기고 어떤 사람이 있는지 알려고 하지 않잖아요. 억지로 탈을 벗기면 미키마우스 팬들의 꿈이 깨질 겁니다. 불가능 퍼즐의 비밀을 알려주는 대신 퍼즐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꿈을 소중히 지켜나가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