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rce Invidiosa], J.W.Waterhouse, 1892 |
'저주' 라고 하면 우리는 보통 동화나 전설 속 마녀의 저주를 떠올린다. 마녀의 저주로 깨어날 수 없는 잠에 빠져들고 돌이 되어버리고 야수가 되어버리고 개구리가 되어버린다. 혹은 마녀가 저주했기 때문에 자기 집 소의 젖이 나오지 않고, 병이 들고, 서리가 내려 농사를 망치고, 사고로 죽는다. 또, 무덤 안에 '사자의 편안한 잠을 방해하는 자에게 저주가 있으라'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었고, 실제 그 저주가 실현이라도 된 듯, 무덤 발굴에 관여하고 참여했던 다수의 사람들의 의문의 사고와 병으로 죽었다는 소문으로 유명한 '파라오의 저주'도 '저주'와 관련하여 우리에게 익숙한 단어다.
또한, 우리 주변에는 수많은 저주 의식들이 존재한다. 심볼리안의 커뮤니티들에도 저주 마법의 방법을 묻는 글들이 자주 올라오며, 인터넷상에서도 저주 의식에 대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을만큼 저주 의식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 높다.
이 글에서는, 과연 저주 의식들의 근저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를 중심으로 저주 마법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준비했다. 저주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해 잠시나마 정리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1_저주란 원래 무슨 뜻인가?
'저주'의 사전적 정의
위에서 보다시피, 저주는 특정 개인에게 무엇인가 불행한 일이 일어나도록 빌거나, 그런 일이 일어나도록 구체적인 행위를 함을 말한다. 보통은 정령이나 악마를 비롯한 초월적인 존재나 힘에게 빌거나 특정한 의식을 행하는 등의 일만을 저주로 보지만, 큰 범주에서 보자면 직장 상사에게 특정 개인의 욕을 하는 것도 저주의 한 종류가 될 것이다.
무엇이 저주를 낳는가?
부두교의 의식 |
그렇다면, 우리는 대체 왜 저주를 하게 될까?
손쉬운 예로, 장희빈의 저주 의식을 떠올려보자. 장희빈은 세자를 낳고 왕비의 지위에까지 오르나, 결국 권세를 잃고 왕비에서 다시 후궁인 빈으로 물러나게 되었다. 그리고 라이벌이라 할 수 있는 원래의 왕비 인현왕후가 한때 자신이 차지했던 왕비의 자리로 돌아왔다.
그 후 장희빈은 이미 병든 인현왕후의 병세를 더욱 악화시켜 죽이기 위해 궁궐 안에 신당을 꾸며놓고 한지에 그려진 인현왕후의 초상을 향해 화살을 쏘아대는 저주 의식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지극히 열망하다 한때 겨우 차지했던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고, 자신의 라이벌이 그 자리에서 위세를 부리는 것을 봐야 했던 그 마음이 어땠을까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다. 게다가, 자신의 목숨은 물론, 자신의 모든 운명이 걸려 있는 자식의 지위까지도 한 사람 때문에 위험해지게 되었던 것이다.
결국, 저주를 필요로 하게 했던 마음은 바로 ‘분노’와 ‘증오’, 그리고 '복수심'이다. 분노는 어떤 대상에게 격렬히 화를 내는 것이고, 증오는 살의를 불러일으킬 정도로 미워하는 것이란 점은 여러분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 어째서 이것들이 저주의 원천이 될까?
이 점에 대해 확실하게 밝힌 사람이 과연 있을까 싶지만, 적어도 필자는 이렇게 생각한다. 분노와 증오는 사랑과 함께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모든 감정 중 가장 격렬하며, 어떤 대상을 변화(혹은 파괴)시키는 힘이 가장 강하기 때문이라고. 이런 말도 있지 않은가. ‘처녀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 한(恨)이란 증오와 비슷한 감정(미묘하게 다르다고 따지지 말자)이고, 이는 곧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강한 힘이라는 것을 일깨워준다. 드루이드가 아니고서야 어느 누가 기상현상을 조절할 수 있겠는가?
이제부터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그리고 필자가 알고 있는) 저주 의식들을 비교해보고, 어떤 면이 다른지, 어떤 면이 비슷한지 간단히 일별해 보고자 한다.
2_저주의 종류
1) 잠깐 골탕 먹이고 싶어! : 간편하게 실행할 수 있는 경우
이런 경우 보통 간단한 도구를 가지고 하는 것이 많으며, 대부분 대상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입히기보다는 상대에게 단순히 불운을 불러일으키려 하는 것이 목적이다. 보통 이런 목적의 마법에 사용하는 도구에는, 종이조각과 촛불이 가장 많고, 몇몇 경우엔 대상의 신체 일부(머리카락이라든지)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가장 소극적인 방법이고, 가장 효과가 적은 방법이기도 하며, 가장 쉽게 실행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2) 열심히 괴롭히고 싶다!: 절차가 조금 복잡한 경우
이 종류의 저주엔 보통 마법진을 필요로 하거나 재료가 준비하기 조금 까다로운 경우가 많이 있고, 어떤 것은 특정 시간대에 행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다만 위의 경우보다는 좀 더 적극적인 방법이기도 하다.
보통 간단한 마법진을 그려서 악마의 힘만 소환하는 경우가 많고, 준비해야 하는 재료로 보통 닭피가 가장 많이 쓰인다(아마도 꼭 닭피가 아니어도 가능할 듯 하지만 닭피가 그나마 가장 준비하기 쉽기 때문인 것 같다).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피가 꼭 필요하기 때문에 생명력의 정수로써 생명체의 피를 필요로 하는 것으로 보인다.
3) 가장 강력한 저주 의식!: 절차가 대단히 복잡하거나 실행하기 어려운 경우
부두교 저주용 인형 (http://www.folkart.com) |
가장 적극적인 방법임과 동시에, 가장 실행하기 어려운 종류다. 부두교의 짚인형이라든지, 우리나라의 제웅, 일본의 초상화에 못박기, 기타 악마 소환술이 여기에 속한다.
보통 이런 의식은 소위 '유감주술' 혹은 '모방주술'의 범주에 포함된다. 누군가를 저주하여 해를 가하고 싶을 때, 종이나 나무, 지푸라기 등을 이용하여 인형을 만든 후 이 인형을 찌르거나 불태우고, 인형을 향해 저주의 말이나 주문을 퍼붓는 행위다. 앞서 예로 든 장희빈의 저주 의식도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솔로몬의 단지의 봉인:
솔로몬이 72마신을 봉인한 단지에 붙인 인장이라고. 수호부적으로 쓴다.
악마 소환술 중에 가장 대표적인 것이 '게티아 마법'이다. "솔로몬왕의 작은 열쇠(Lesser Key of Solomon)"로 알려진 이 마법진들과 주문들은 솔로몬왕이 청동솥 안에 봉인했다고 알려진 마신들을 목적에 따라 그들이 가진 권능별로 소환해내는 마법으로, 실은 구약 시대가 아닌 중세 때 성행했다고 알려져 있다. 유명한 악마주의자 알레이스터 크라울리가 '게티아'라는 이름으로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물론, 이 마법에도 남을 해치는 데 쓰이는 것들이 있다.
이들 중에는, 상처를 곪고 썩게 하여 사람을 3일만에 죽일 수도 있는 악마도 있고, 불임으로 만들 수도 있으며, 증오를 일으키거나 불화를 조장하여 간접적으로 위해를 가할 수도 있다. 한 가지 명심할 점은 이런 악마들은 매우 강력한 힘을 갖고 있기 때문에 자칫하면 이들을 부리려다 역으로 해를 입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마신들은 소환자가 강력한 정신력을 가지고 올바른 주문과 의식을 써서 소환하고 통제해야 하며, 인간의 생명이나 피를 제물로 해야 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실행이 매우 까다롭다. 예를 들어, 표범의 모습을 한 마신 오세(ose)를 소환하여 주문으로 제대로 복종시키지 못하면 먹혀버릴 위험이 크다고 한다.
마녀의 집회 (http://www.york.ac.uk) |
그런데, 이런 마법진들은 악마 소환 뿐 아니라 이런 악마를 막는 수호 부적으로도 동시에 쓰일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렇게, 앞서 말한 세 가지 종류의 저주 의식은 희생자의 신체 일부를 필요로 함과 동시에 특정한 의식을 행해야 하고, 끝으로 언급한 악마 소환술은 전술했듯 소환자의 정신력이 뒷받침 되어주지 않는다면 모든 일이 완전 허사가 되어버릴 수도 있으며, 소환자가 해를 입을 수도 있다는 어려움이 있다.
무엇보다, 강력한 저주 의식을 행하기에 앞서 명심해야 할 점은 '인과율의 법칙', 즉 ‘행한 만큼 돌려 받는다’는 말이다. 어떤 개인이 어떤 일을 행했다면 선한 일이든, 악한 일이든 행한 일의 크기만큼 그 자신에게 되돌아온다는 것. 말하자면, 행위의 부메랑 효과, 즉 인과율에 바탕한 이런 관념 때문에, 사탄이즘의 주류 교단들도 자아와 각성과 자유를 신앙의 지향점으로 삼을 뿐, 우리가 흔히 말하는 흑마법적 행위와는 실제 별 관련이 없는 경우가 많다.
특히 '위카'같은 종교에서, 자신이 행한 것은 그것이 어떤 것이든 그 결과가 3배가 되어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3배의 법칙(The Law of Three)"을 말하며, 주술에서의 책임감을 강조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결론적으로, 악마 소환술을 포함한 이런 적극적이고 복잡한 저주 의식은 주술에서의 '인과율'에 의해, 시전자 자신에게 돌아오는 효과 또한 가장 크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실행하기 전에 적어도 세 번은 깊이 생각해봐야 하는 방법임을 강조하고 싶다.
3_끝내며
솔로몬의 마법 삼각형: 악한 힘을 퇴치하는 수호부적 |
필자가 이 글을 쓰면서 느낀 것은, ‘세상에 이렇게 많은 저주의식이 있었던가’하는 것이다. 중세시대 흑마법에 쓰인 저주의식은 필자도 알고 있던 것이 대부분이지만, 출처가 불분명한 저주 의식들은 현대에 만들어졌음이 자명하다. 그렇다면 현대에 와서 그렇게 많은 저주방법이 만들어졌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혹시 자기 자신은 돌아보지 않고 남에게만 잘못을 돌리려는 생각의 일부가 아닐까.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뭔가 불합리한 일을 당했다면 저주를 하기보다는, 먼저 자신에게 문제가 없지는 않았는지 한번쯤 자신을 돌아보고, 불합리를 고쳐 나가는 용기 있는 현대인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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