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美 청중 10여분 기립박수
정명훈 씨 “기적의 선율”
111명 완벽한 하모니에 객석 탄성
한국 청소년들의 연주가 미국 뉴욕의 밤을 감동으로 물들였다.
11일(현지 시간) 마리아 수녀회가 운영하는 부산 소재 아동복지시설(보육원) ‘소년의 집’ 관현악단의 카네기홀 연주는 찬송가 ‘내 주를 가까이 하게 함은’으로 시작됐다. 영화 ‘타이타닉’에서 선상 악단이 침몰하는 배에서 마지막까지 연주했던 것으로 널리 알려진 곡.
111명의 관현악단은 지휘자 없이 서로 눈을 맞춰 가며 곡을 연주했다. 그런데도 하모니는 완벽했다. 곡이 끝난 뒤 객석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이후 악단은 지휘자 정명훈 씨의 아들 정민 씨의 지휘에 맞춰 2시간 동안 베르디 오페라 ‘운명의 힘’ 서곡과 ‘라 트라비아타’의 아리아,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제5번 마단조 작품64 등을 연주하며 청중을 사로잡았다. 이날 협연을 한 소프라노 이명주 씨는 “오늘 연주한 곡이 모두 어려운 곡들이었는데 ‘소년의 집’ 관현악단이 너무 훌륭하게 소화했다”고 말했다.
또 차이콥스키를 연주할 때는 반짝이는 눈빛으로 지휘자에 열중하는 연주자들을 보며 청중도 숨소리를 줄일 정도였다. 공연이 끝난 뒤 벅찬 감동을 느낀 청중은 10여 분간 환호성을 지르며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정민 씨는 “전문 오케스트라가 평소 실력의 70∼80%를 발휘하면 잘했다는 소리를 듣는데 소년의 집 악단은 오늘 120%를 발휘했다”며 “지휘를 하는 나도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을 주관한 정명훈 씨는 “오늘 공연은 기적이다. 어떻게 이런 사운드가 나올 수 있었는지 믿기지 않는다”며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정 씨는 “개인적으로 보면 일류급 실력이 아니지만 연주를 잘해 보겠다는 같은 마음, 같은 열정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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