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元老 작가 복거일이 말하는 ‘역사의 분기점’
“신임 대통령 과제는 文 정권이 훼손한 대한민국의 구성 원리 회복”
글 : 장원재 배나TV 대표
⊙ “문재인 정권은 본질적으로 전체주의를 지향하는 세력”
⊙ “韓日 동맹 강화 시급, 尹 당선인은 일본부터 방문해야”
⊙ “우크라이나 사태는 자유주의 세력과 전체주의 세력 사이의 대결”
⊙ “다 무너진 나라를 다시 일으켜 세우겠다는 정성으로 일하면, 나라가 잘될 것”
⊙ “이론적으로 선거 결과는 사전 투표와 당일 투표에서 크게 다를 수 없어… 선거 不正 의심”
⊙ “尹-安 단일화가 선거 부정 막았다”
張源宰
1967년생. 고려대 국문과 학사, 런던대 로열할로웨이 컬리지 박사(비교연극사) / 前 숭실대 문예창작학과 교수·경기영어마을 사무총장·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MBC 라디오 앵커, 現 배나TV 대표 / [저서] 《북한요지경;배나TV 장원재입니다》 《끝나지 않는 축구 이야기》 《논어를 축구로 풀다》 《장원재의 배우열전》
⊙ “韓日 동맹 강화 시급, 尹 당선인은 일본부터 방문해야”
⊙ “우크라이나 사태는 자유주의 세력과 전체주의 세력 사이의 대결”
⊙ “다 무너진 나라를 다시 일으켜 세우겠다는 정성으로 일하면, 나라가 잘될 것”
⊙ “이론적으로 선거 결과는 사전 투표와 당일 투표에서 크게 다를 수 없어… 선거 不正 의심”
⊙ “尹-安 단일화가 선거 부정 막았다”
張源宰
1967년생. 고려대 국문과 학사, 런던대 로열할로웨이 컬리지 박사(비교연극사) / 前 숭실대 문예창작학과 교수·경기영어마을 사무총장·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MBC 라디오 앵커, 現 배나TV 대표 / [저서] 《북한요지경;배나TV 장원재입니다》 《끝나지 않는 축구 이야기》 《논어를 축구로 풀다》 《장원재의 배우열전》
그때는 몰랐지만, 우리가 겪었던 어떤 사건이 역사적 분기점(分岐點)으로 드러나는 경우가 있다. 인류의 미래와 우리의 삶이 송두리째 바뀔 수도 있었던 아찔한 순간들이다. 작가이자 사회 평론가, 그리고 필자 개인적으로 사상가(思想家)로 생각하는 복거일(卜鋸一·76) 선생은 ‘역사적 분기점’ 판별 전문가다.
데뷔작 《비명(碑銘)을 찾아서》(1987)부터가 대체 역사(alternative history) 소설이다. 대체 역사 소설은 ‘역사의 분기점에서 다른 방향으로 역사가 나아갔더라면?’을 전제로 쓰인 글이다. 예를 들어 ‘제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과 독일이 승리했다면 인류에게는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를 진지하게 탐구하는 식이다. 《비명을 찾아서》가 전제한 역사적 분기점은 안중근(安重根)의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 저격 실패다. 서기 1988년이지만, 한반도는 아직 일제(日帝)가 지배하고 있다. 그래서 소설의 부제(副題)도 ‘게이죠(京城) 쇼와(昭和) 62년’이다. 그렇다면 2022년 대선(大選)은 어쩌면 우리가 모르는 또 다른 분기점인 것은 혹시 아닐까? 비슷한 시기에 발발한 우크라이나 사태는 또 어떤가? 인터뷰를 청하고 말씀을 들은 배경이다.
“文 정권, 전체주의자들의 전형적 행태”
━ 이번 대선을 지켜본 소감을 말씀해주십시오.
“극적이었습니다. 누구도 마지막까지 결과를 예측하지 못했잖아요? 그리고 감동적이었습니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주역은 후보들도, 그들을 내세운 정당들도 아니었습니다. 선거가 공정하게 치러지도록 애쓴 시민들이었죠.”
복거일 선생에 의하면 ‘문재인 정권은 본질적으로 전체주의를 지향하는 세력’이다. 모든 면에서, 즉 지향하는 가치에서, 그런 가치가 구체화된 목표들에서, 그런 목표들을 이루는 정책들에서, 그런 정책들을 수행하는 방식에서 현 정권은 전체주의자들의 전형적 행태를 보였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대선의 의미가 적지 않다고 평한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누르고 당선되면서, 대한민국의 구성 원리를, 즉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충실히 따르는 세력이 정권을 되찾았습니다. 그렇게 이념적으로 뚜렷이 다른 세력 사이의 정권 교체라는 점에서 이번 대선은 역사적 의미가 여느 때보다 큽니다.”
━ 문재인 정권 사람들은 지난 5년이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합니다. 문 정부의 성취를 어떻게 보십니까.
“현 정권으로선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하겠죠. 제 평가는 반대입니다. 우리 사회는 지난 5년 동안 전체주의적 특질들이 짙어졌어요. ‘법의 지배’라는 문명사회의 기본 원칙이 허물어지고, 사람들의 행동을 인도하는 도덕이 무너졌습니다. 무엇보다도, 사회를 떠받치는 제도들과 기구들이 허약해졌죠. 대중매체도 문제입니다. 권력에 순응하게 됐잖아요? 언론이 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면, 시민들이 집권 세력의 행태를 제대로 알지 못하게 됩니다. 이 점은 특히 큰 문제죠.”
“尹의 민중주의 공약은 문제”
━ 문 정부에 대한 평가는 극단으로 갈립니다. ‘내 편, 네 편’으로 갈라, 국민들을 분열시킨 후유증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그렇습니다. ‘내로남불’이라는 말이 그런 사정을 잘 보여주죠. 이 말은 ‘권력의 자의성(恣意性)’을 가리킵니다. 이 말이 울분에 찬 시민들의 입에서 나올 때마다, 우리 사회의 원리가 손상을 입었고 시민들의 삶은 더 황폐해졌어요. 도덕과 법이 허물어지면서 권력을 쥔 세력의 정치적 기반은 강화되었죠. 전체주의자들로선 자부심을 느낄 만하겠죠.”
━ 그렇다면 윤석열 당선인이 대통령으로 취임한 뒤 먼저 수행해야 할 과제는 무엇일까요? 국민통합입니까.
“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얘기해서, 신임 대통령에게 맡겨진 과제는 문재인 정권이 훼손한 대한민국의 구성 원리를, 즉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회복시키는 것입니다. ‘정권 교체’의 열망이 이번 대통령 선거처럼 강렬했던 적은 드물었어요. 그런 열망은 어떤 잘못된 정책들 때문에 솟구친 것이 아닙니다. 우리 사회가 가는 방향이 잘못되었고 그래서 나라가 근본부터 허물어진다는 걱정과 분노에서 나온 것이죠.”
노(老) 작가의 말은 비판적으로 이어졌다.
“그렇게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회복시키는 과제를 시작하기 전에, 먼저 해야 할 일이 하나 있어요. 이재명 후보가 민중주의(populism)에 바탕을 둔 공약들을 쏟아내는 바람에, 윤석열 후보도 비슷한 방식으로 대응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윤 후보의 공약들엔 민중주의적 공약들이 들어 있습니다. 그것들을 골라내서 조용히 시들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윤석열 당선자의 대표적인 민중주의 공약이라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저는 ‘노동이사제(勞動理事制)’를 공약으로 내건 것이 마음에 걸립니다. 기업 형태는 여러 세기에 걸쳐 진화해온 것입니다. 노동이사제는 그런 진화의 방향을 거스르는 퇴행적(退行的) 조치예요. 그러나 노동조합의 압도적 힘을 고려하면, 이 문제를 제대로 처리하기가 무척 어려우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도 핵 개발 해야”
━ ‘긴급한 과제’는 어떤 것이 있는지요.
“안보를 강화하는 것이 역시 가장 시급한 과제겠죠. 지난 5년 동안 대한민국의 실체에서 가장 심각하게 훼손된 부분이 안보입니다. 안보는 우리만 잘한다고 달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에요. 우리 안보의 바탕인 한미 동맹은 한국과 미국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국과 일본이 맺은 동아시아 동맹의 한 부분입니다. 이 삼자(三者) 동맹에서 한미 동맹과 미일 동맹은 굳건합니다. 하지만 한국과 일본 사이의 동맹 관계는 어쩔 수 없이 허약했죠. 북한은 이런 약점을 파고듭니다. 김일성의 이른바 ‘갓끈 전술’이죠. ‘미국과 일본이라는 두 갓끈 가운데 하나만 자르면, 남조선이라는 갓은 날아간다’는 얘기입니다. 그래서 삼자 동맹의 약한 고리인 한일 동맹을 강화하는 것이 우리 안보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입니다.”
━ 북한 핵에 대한 대비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당장 북한 핵무기에 대한 방책에서도 일본과의 협력이 긴요합니다.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가능성은 여러 해 전에 사라졌어요. 미국과 중국이 대립하면서,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중국이 억제할 길도 사라졌습니다. 이런 사정을 고려하면, 이제 북한의 비핵화(非核化)를 얘기하는 것은 북한 핵무기의 위협을 외면하자는 얘기밖에 안 됩니다.”
━ 그럼 대한민국도 핵을 보유해야 한다는 말씀인가요.
“현실적 방안은 극동 주둔 미군이 전술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이죠. 궁극적으로는 우리가 핵무기를 개발해야 합니다. 하지만 핵무기의 배치나 개발을 우리 혼자 추진하기는 어렵죠. 군사적 이익이 합치하는 일본과 함께 추진하면, 대한민국의 핵무기 보유가 가능할 뿐 아니라 북한 핵을 억제하는 데도 훨씬 효과적일 것입니다.”
━ 현 정권이 반일(反日) 감정을 정치적 자산으로 삼은 탓에 일본과의 관계 개선이 쉽지 않을 텐데요.
“그렇습니다. 한일 관계의 정상화는 참으로 어렵고 위험한 일이에요. 정치가들이 자신의 정치적 자산 대부분을 걸지 않고는 나서기 힘든 일입니다. 무엇보다도, 일을 추진하기도 전에 ‘토착 왜구’ 같은 독 묻은 화살들을 맞으면서 협상에 나서야 할 테니까요. 게다가 일본 지도자도 한국에 호의적이 아닌 일본 국내 여론의 제약을 받습니다.
이 힘든 과제를 좀 수월하게 만드는 방안 가운데 하나라면 역시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을 첫 방문국으로 삼는 것입니다. 일본은 그 성의에 감동할 것이고, 미국은 순순히 이해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 방안은 미국과 중국 가운데 어느 나라를 먼저 찾을 것이냐 하는 난제를 우회할 수 있어요. 일본을 미국보다도 먼저 찾으니, 중국도 자신을 무시했다고 느끼지 않겠죠.”
‘자유주의 세력과 전체주의 세력의 대결’
━ 우크라이나 전쟁이 한반도를 포함, 동북아시아에 미칠 영향은 무엇일까요.
“우크라이나 전쟁은 작은 전쟁이지만, 온 세계가 영향을 받는 중대한 전쟁입니다. 아주 복잡하고 예측하기 힘들어요. 게다가 핵전쟁으로 확대될 위험도 결코 작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어쨌든, 전쟁이 끝나야 그 영향을 가늠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도 이미 한 가지 사실은 분명해요. 러시아의 침공은 자유주의 세력과 전체주의 세력 사이의 대결로 확대되었습니다. 그리고 자유주의 국가들은 놀랄 만큼 빠르고 꿋꿋하게 전체주의 국가들의 위협에 맞섰습니다.”
━ 자유주의와 전체주의의 최전선인 동북아에도 그 영향이 적지 않을 듯합니다.
“그렇죠. 이제 동북아시아에서도 중국, 러시아, 북한의 전체주의 세력과 한국과 일본의 자유주의 세력 사이의 전선(戰線)이 뚜렷해졌어요. 이처럼 전선이 명확해지면, 우리는 국방과 외교에서 보다 합리적인 정책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 중국의 대만 침공 임박설은 최근 들어 언론에서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당장 드러난 좋은 영향은 중국이 대만을 무력(武力)으로 점령할 가능성이 거의 사라졌다는 사실입니다. 만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쉽게 점령했다면, 중국도 대만을 무력으로 점령하려 시도했을 것입니다.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그럴 가능성을 워낙 강력하게 드러낸 터라서, 그는 중국의 국수주의 세력으로부터 대만을 무력을 써서라도 합병하라는 압력을 받았을 것입니다.
이제 대만 사람들은 우크라이나의 영웅적 저항에 영감을 얻어 자신들의 자유로운 조국을 지키겠다고 다짐합니다. 이런 사정은 무척 중요합니다. 중국에 맞서는 데서 대만은 가장 앞에 있는 보루입니다. 이 보루가 무너지면, 한반도는 훨씬 더 위험해질 것입니다. 앞으로 우리는 대만의 안보에 대해 보다 큰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윤석열 정권 앞날 낙관”
━ 윤석열 정권의 앞날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는지요.
“저는 상당히 낙관적으로 전망합니다. 문재인 정권의 성취가 워낙 낮아서, 기저 효과가 클 수밖에 없죠. 문재인 정권의 잘못된 정책들만 걷어내도, 사회가 활기를 되찾고 경제가 나아지리라고 봅니다.”
노 작가의 낙관적 전망은 일반적 예측과 상당히 다르다. 국회는 반대당이 장악했고, 선거에선 차점자와의 득표율 차이가 역대 선거 가운데 가장 작은 0.73%이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바로 그런 사정이 저의 낙관적 전망의 근거 가운데 하나입니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이 국회에서 누리는 압도적 다수와 0.73%라는 근소한 지지율 차이가 바로 선거 부정(不正)에서 나왔기 때문이죠. 새 정권이 들어서고 선거 부정에 대한 조사와 재판이 제대로 이루어지면 상황은 달라질 것입니다.”
선거 부정? 총선(總選)과 대선에서 부정이 있었다는 주장은 사회 일각에서 꾸준히 제기돼왔다. 그러나 정치계와 언론계에선 그런 주장이 신빙성이 없다는 태도를 일관되게 보여왔다. 이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다룬 주류 언론 또한 없었고, 이 이슈가 아스팔트 우파(右派)와 주류 언론을 분열시키고 있다는 평가마저 있을 정도였다. 그런데 노 작가는 ‘부정선거가 있었다’고 단언했다. 이 확신의 근거는 무엇일까?
‘선거 법의학’
“일반적으로, 대규모 선거 부정이 있었다는 주장이 성립하려면, 두 가지 요건이 필요해요. 하나는 선거 부정이 있었다는 통계적 근거입니다. 다른 하나는 실제로 선거 부정이 있었다는 물증이죠.
통계적 근거는 선거 법의학(election forensics)이라 불리는 학문이 제공합니다. 통계학에 바탕을 두고서 선거 결과에서 비정상적인 부분들을 찾아내는 겁니다. 그렇게 선거 법의학이 선거 부정이 있었음을 가리키면, 그다음 단계는 물증을 찾는 일이죠. 지난 총선과 이번 대선에선 이 두 조건이 충족되었어요. 선거 결과가 너무 이상해서, 통계학 기법들을 쓸 것도 없이 간단한 산수만으로도 조작이 있었다는 것이 드러납니다.
총선에서의 선거 부정에 관해서는, 미국의 전문가 월터 미베인(Walter Mebane)의 〈한국 2020 총선거에서의 변칙들과 사기들〉이라는 논문이 있습니다. 평판 높은 선거 법의학자인 미베인은 4·15 총선의 자료들이 ‘사기적(詐欺的)으로 조작되었음을 강력하게 시사하는 변칙들을 드러낸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선거 부정의 물증은 너무 많아서 일일이 들 수가 없어요. 이번 대선에서 나온 선거 부정을 고발한 분들이 올린 영상들을 보고 제가 세어보니, 14가지 증거가 나왔습니다. 압권은 ‘모형’이란 글자가 들어간 투표지였죠. 경기도에선 수상한 투표함을 옮기다가 시민들에게 들키기까지 했습니다.
그 뒤 개표 과정에서 아예 득표 숫자들을 조작하는 것이 발각된 영상들도 유튜브에 계속 올라왔습니다. 투표자들의 증언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생생한 동영상들이 조직적인 대규모 선거 부정이 있었음을 증명합니다.
아울러, 선거 부정이 일어났다고 많은 시민이 믿는다는 사실이 있어요. 국민의힘에서 사전(事前) 투표를 독려했지만, 사전 투표를 하면 저쪽에서 결과를 조작할 위험이 있으니, 당일 투표를 해야 한다고 많은 사람이 믿었습니다.
따라서 선거 부정이 있었다는 이론적 근거와 물증에다 배심원들의 유죄 평결까지 나온 셈입니다. 더 무엇이 필요한가요?”
“문제는 事前 투표”
3월 7일 시민단체들은 大選 사전선거에서 생긴 확진자 투표 부실 관리 문제를 규탄했다. 사진=조선DB
데뷔작 《비명(碑銘)을 찾아서》(1987)부터가 대체 역사(alternative history) 소설이다. 대체 역사 소설은 ‘역사의 분기점에서 다른 방향으로 역사가 나아갔더라면?’을 전제로 쓰인 글이다. 예를 들어 ‘제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과 독일이 승리했다면 인류에게는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를 진지하게 탐구하는 식이다. 《비명을 찾아서》가 전제한 역사적 분기점은 안중근(安重根)의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 저격 실패다. 서기 1988년이지만, 한반도는 아직 일제(日帝)가 지배하고 있다. 그래서 소설의 부제(副題)도 ‘게이죠(京城) 쇼와(昭和) 62년’이다. 그렇다면 2022년 대선(大選)은 어쩌면 우리가 모르는 또 다른 분기점인 것은 혹시 아닐까? 비슷한 시기에 발발한 우크라이나 사태는 또 어떤가? 인터뷰를 청하고 말씀을 들은 배경이다.
“文 정권, 전체주의자들의 전형적 행태”
━ 이번 대선을 지켜본 소감을 말씀해주십시오.
“극적이었습니다. 누구도 마지막까지 결과를 예측하지 못했잖아요? 그리고 감동적이었습니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주역은 후보들도, 그들을 내세운 정당들도 아니었습니다. 선거가 공정하게 치러지도록 애쓴 시민들이었죠.”
복거일 선생에 의하면 ‘문재인 정권은 본질적으로 전체주의를 지향하는 세력’이다. 모든 면에서, 즉 지향하는 가치에서, 그런 가치가 구체화된 목표들에서, 그런 목표들을 이루는 정책들에서, 그런 정책들을 수행하는 방식에서 현 정권은 전체주의자들의 전형적 행태를 보였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대선의 의미가 적지 않다고 평한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누르고 당선되면서, 대한민국의 구성 원리를, 즉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충실히 따르는 세력이 정권을 되찾았습니다. 그렇게 이념적으로 뚜렷이 다른 세력 사이의 정권 교체라는 점에서 이번 대선은 역사적 의미가 여느 때보다 큽니다.”
━ 문재인 정권 사람들은 지난 5년이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합니다. 문 정부의 성취를 어떻게 보십니까.
“현 정권으로선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하겠죠. 제 평가는 반대입니다. 우리 사회는 지난 5년 동안 전체주의적 특질들이 짙어졌어요. ‘법의 지배’라는 문명사회의 기본 원칙이 허물어지고, 사람들의 행동을 인도하는 도덕이 무너졌습니다. 무엇보다도, 사회를 떠받치는 제도들과 기구들이 허약해졌죠. 대중매체도 문제입니다. 권력에 순응하게 됐잖아요? 언론이 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면, 시민들이 집권 세력의 행태를 제대로 알지 못하게 됩니다. 이 점은 특히 큰 문제죠.”
“尹의 민중주의 공약은 문제”
━ 문 정부에 대한 평가는 극단으로 갈립니다. ‘내 편, 네 편’으로 갈라, 국민들을 분열시킨 후유증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그렇습니다. ‘내로남불’이라는 말이 그런 사정을 잘 보여주죠. 이 말은 ‘권력의 자의성(恣意性)’을 가리킵니다. 이 말이 울분에 찬 시민들의 입에서 나올 때마다, 우리 사회의 원리가 손상을 입었고 시민들의 삶은 더 황폐해졌어요. 도덕과 법이 허물어지면서 권력을 쥔 세력의 정치적 기반은 강화되었죠. 전체주의자들로선 자부심을 느낄 만하겠죠.”
━ 그렇다면 윤석열 당선인이 대통령으로 취임한 뒤 먼저 수행해야 할 과제는 무엇일까요? 국민통합입니까.
“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얘기해서, 신임 대통령에게 맡겨진 과제는 문재인 정권이 훼손한 대한민국의 구성 원리를, 즉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회복시키는 것입니다. ‘정권 교체’의 열망이 이번 대통령 선거처럼 강렬했던 적은 드물었어요. 그런 열망은 어떤 잘못된 정책들 때문에 솟구친 것이 아닙니다. 우리 사회가 가는 방향이 잘못되었고 그래서 나라가 근본부터 허물어진다는 걱정과 분노에서 나온 것이죠.”
노(老) 작가의 말은 비판적으로 이어졌다.
“그렇게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회복시키는 과제를 시작하기 전에, 먼저 해야 할 일이 하나 있어요. 이재명 후보가 민중주의(populism)에 바탕을 둔 공약들을 쏟아내는 바람에, 윤석열 후보도 비슷한 방식으로 대응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윤 후보의 공약들엔 민중주의적 공약들이 들어 있습니다. 그것들을 골라내서 조용히 시들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윤석열 당선자의 대표적인 민중주의 공약이라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저는 ‘노동이사제(勞動理事制)’를 공약으로 내건 것이 마음에 걸립니다. 기업 형태는 여러 세기에 걸쳐 진화해온 것입니다. 노동이사제는 그런 진화의 방향을 거스르는 퇴행적(退行的) 조치예요. 그러나 노동조합의 압도적 힘을 고려하면, 이 문제를 제대로 처리하기가 무척 어려우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도 핵 개발 해야”
━ ‘긴급한 과제’는 어떤 것이 있는지요.
“안보를 강화하는 것이 역시 가장 시급한 과제겠죠. 지난 5년 동안 대한민국의 실체에서 가장 심각하게 훼손된 부분이 안보입니다. 안보는 우리만 잘한다고 달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에요. 우리 안보의 바탕인 한미 동맹은 한국과 미국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국과 일본이 맺은 동아시아 동맹의 한 부분입니다. 이 삼자(三者) 동맹에서 한미 동맹과 미일 동맹은 굳건합니다. 하지만 한국과 일본 사이의 동맹 관계는 어쩔 수 없이 허약했죠. 북한은 이런 약점을 파고듭니다. 김일성의 이른바 ‘갓끈 전술’이죠. ‘미국과 일본이라는 두 갓끈 가운데 하나만 자르면, 남조선이라는 갓은 날아간다’는 얘기입니다. 그래서 삼자 동맹의 약한 고리인 한일 동맹을 강화하는 것이 우리 안보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입니다.”
━ 북한 핵에 대한 대비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당장 북한 핵무기에 대한 방책에서도 일본과의 협력이 긴요합니다.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가능성은 여러 해 전에 사라졌어요. 미국과 중국이 대립하면서,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중국이 억제할 길도 사라졌습니다. 이런 사정을 고려하면, 이제 북한의 비핵화(非核化)를 얘기하는 것은 북한 핵무기의 위협을 외면하자는 얘기밖에 안 됩니다.”
━ 그럼 대한민국도 핵을 보유해야 한다는 말씀인가요.
“현실적 방안은 극동 주둔 미군이 전술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이죠. 궁극적으로는 우리가 핵무기를 개발해야 합니다. 하지만 핵무기의 배치나 개발을 우리 혼자 추진하기는 어렵죠. 군사적 이익이 합치하는 일본과 함께 추진하면, 대한민국의 핵무기 보유가 가능할 뿐 아니라 북한 핵을 억제하는 데도 훨씬 효과적일 것입니다.”
━ 현 정권이 반일(反日) 감정을 정치적 자산으로 삼은 탓에 일본과의 관계 개선이 쉽지 않을 텐데요.
“그렇습니다. 한일 관계의 정상화는 참으로 어렵고 위험한 일이에요. 정치가들이 자신의 정치적 자산 대부분을 걸지 않고는 나서기 힘든 일입니다. 무엇보다도, 일을 추진하기도 전에 ‘토착 왜구’ 같은 독 묻은 화살들을 맞으면서 협상에 나서야 할 테니까요. 게다가 일본 지도자도 한국에 호의적이 아닌 일본 국내 여론의 제약을 받습니다.
이 힘든 과제를 좀 수월하게 만드는 방안 가운데 하나라면 역시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을 첫 방문국으로 삼는 것입니다. 일본은 그 성의에 감동할 것이고, 미국은 순순히 이해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 방안은 미국과 중국 가운데 어느 나라를 먼저 찾을 것이냐 하는 난제를 우회할 수 있어요. 일본을 미국보다도 먼저 찾으니, 중국도 자신을 무시했다고 느끼지 않겠죠.”
‘자유주의 세력과 전체주의 세력의 대결’
━ 우크라이나 전쟁이 한반도를 포함, 동북아시아에 미칠 영향은 무엇일까요.
“우크라이나 전쟁은 작은 전쟁이지만, 온 세계가 영향을 받는 중대한 전쟁입니다. 아주 복잡하고 예측하기 힘들어요. 게다가 핵전쟁으로 확대될 위험도 결코 작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어쨌든, 전쟁이 끝나야 그 영향을 가늠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도 이미 한 가지 사실은 분명해요. 러시아의 침공은 자유주의 세력과 전체주의 세력 사이의 대결로 확대되었습니다. 그리고 자유주의 국가들은 놀랄 만큼 빠르고 꿋꿋하게 전체주의 국가들의 위협에 맞섰습니다.”
━ 자유주의와 전체주의의 최전선인 동북아에도 그 영향이 적지 않을 듯합니다.
“그렇죠. 이제 동북아시아에서도 중국, 러시아, 북한의 전체주의 세력과 한국과 일본의 자유주의 세력 사이의 전선(戰線)이 뚜렷해졌어요. 이처럼 전선이 명확해지면, 우리는 국방과 외교에서 보다 합리적인 정책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 중국의 대만 침공 임박설은 최근 들어 언론에서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당장 드러난 좋은 영향은 중국이 대만을 무력(武力)으로 점령할 가능성이 거의 사라졌다는 사실입니다. 만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쉽게 점령했다면, 중국도 대만을 무력으로 점령하려 시도했을 것입니다.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그럴 가능성을 워낙 강력하게 드러낸 터라서, 그는 중국의 국수주의 세력으로부터 대만을 무력을 써서라도 합병하라는 압력을 받았을 것입니다.
이제 대만 사람들은 우크라이나의 영웅적 저항에 영감을 얻어 자신들의 자유로운 조국을 지키겠다고 다짐합니다. 이런 사정은 무척 중요합니다. 중국에 맞서는 데서 대만은 가장 앞에 있는 보루입니다. 이 보루가 무너지면, 한반도는 훨씬 더 위험해질 것입니다. 앞으로 우리는 대만의 안보에 대해 보다 큰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윤석열 정권 앞날 낙관”
━ 윤석열 정권의 앞날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는지요.
“저는 상당히 낙관적으로 전망합니다. 문재인 정권의 성취가 워낙 낮아서, 기저 효과가 클 수밖에 없죠. 문재인 정권의 잘못된 정책들만 걷어내도, 사회가 활기를 되찾고 경제가 나아지리라고 봅니다.”
노 작가의 낙관적 전망은 일반적 예측과 상당히 다르다. 국회는 반대당이 장악했고, 선거에선 차점자와의 득표율 차이가 역대 선거 가운데 가장 작은 0.73%이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바로 그런 사정이 저의 낙관적 전망의 근거 가운데 하나입니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이 국회에서 누리는 압도적 다수와 0.73%라는 근소한 지지율 차이가 바로 선거 부정(不正)에서 나왔기 때문이죠. 새 정권이 들어서고 선거 부정에 대한 조사와 재판이 제대로 이루어지면 상황은 달라질 것입니다.”
선거 부정? 총선(總選)과 대선에서 부정이 있었다는 주장은 사회 일각에서 꾸준히 제기돼왔다. 그러나 정치계와 언론계에선 그런 주장이 신빙성이 없다는 태도를 일관되게 보여왔다. 이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다룬 주류 언론 또한 없었고, 이 이슈가 아스팔트 우파(右派)와 주류 언론을 분열시키고 있다는 평가마저 있을 정도였다. 그런데 노 작가는 ‘부정선거가 있었다’고 단언했다. 이 확신의 근거는 무엇일까?
‘선거 법의학’
“일반적으로, 대규모 선거 부정이 있었다는 주장이 성립하려면, 두 가지 요건이 필요해요. 하나는 선거 부정이 있었다는 통계적 근거입니다. 다른 하나는 실제로 선거 부정이 있었다는 물증이죠.
통계적 근거는 선거 법의학(election forensics)이라 불리는 학문이 제공합니다. 통계학에 바탕을 두고서 선거 결과에서 비정상적인 부분들을 찾아내는 겁니다. 그렇게 선거 법의학이 선거 부정이 있었음을 가리키면, 그다음 단계는 물증을 찾는 일이죠. 지난 총선과 이번 대선에선 이 두 조건이 충족되었어요. 선거 결과가 너무 이상해서, 통계학 기법들을 쓸 것도 없이 간단한 산수만으로도 조작이 있었다는 것이 드러납니다.
총선에서의 선거 부정에 관해서는, 미국의 전문가 월터 미베인(Walter Mebane)의 〈한국 2020 총선거에서의 변칙들과 사기들〉이라는 논문이 있습니다. 평판 높은 선거 법의학자인 미베인은 4·15 총선의 자료들이 ‘사기적(詐欺的)으로 조작되었음을 강력하게 시사하는 변칙들을 드러낸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선거 부정의 물증은 너무 많아서 일일이 들 수가 없어요. 이번 대선에서 나온 선거 부정을 고발한 분들이 올린 영상들을 보고 제가 세어보니, 14가지 증거가 나왔습니다. 압권은 ‘모형’이란 글자가 들어간 투표지였죠. 경기도에선 수상한 투표함을 옮기다가 시민들에게 들키기까지 했습니다.
그 뒤 개표 과정에서 아예 득표 숫자들을 조작하는 것이 발각된 영상들도 유튜브에 계속 올라왔습니다. 투표자들의 증언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생생한 동영상들이 조직적인 대규모 선거 부정이 있었음을 증명합니다.
아울러, 선거 부정이 일어났다고 많은 시민이 믿는다는 사실이 있어요. 국민의힘에서 사전(事前) 투표를 독려했지만, 사전 투표를 하면 저쪽에서 결과를 조작할 위험이 있으니, 당일 투표를 해야 한다고 많은 사람이 믿었습니다.
따라서 선거 부정이 있었다는 이론적 근거와 물증에다 배심원들의 유죄 평결까지 나온 셈입니다. 더 무엇이 필요한가요?”
“문제는 事前 투표”
3월 7일 시민단체들은 大選 사전선거에서 생긴 확진자 투표 부실 관리 문제를 규탄했다. 사진=조선DB
━ ‘선거 법의학 이론’에 대해서 더 자세히 듣고 싶습니다.
“총선과 대선에서 문제가 된 것은 사전 투표입니다. 이론적으로, 선거 결과는 사전 투표와 당일 투표에서 크게 다를 수가 없어요. 실제로는, 총선과 대선에서 사전 투표와 당일 투표의 결과가 크게 달랐죠. 이것이 선거 부정 주장의 이론적 핵심입니다.
개체의 행태는 무작위적(無作爲的)이라 예측이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개체들이 많이 모여 집단을 이루면, 무작위적으로 움직이는 개체들이 결정론적 행태를 보입니다. 그래서 정확한 예측이 가능하죠.
예컨대, 기체의 분자들은 무작위적으로 움직여서 예측이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밀폐된 용기 안의 기체처럼 집단이 커지면, 정확히 예측할 수 있습니다. 기체의 주요 특질인 온도, 압력 및 부피 가운데 둘이 정해지면, 나머지 하나는 필연적으로 결정되거든요. 이것이 중학교에서 가르치는 ‘가스 법칙’입니다.
무작위적으로 움직이는 개체들이 집단을 이루면 결정론적 행태를 보이는 현상은 보편적이에요. 그래서 ‘대수(大數) 법칙’은 물리학의 근본적 이론이 되었습니다.
19세기에 사회현상들도 대수 법칙으로 설명하려는 시도가 나왔어요. 이 시도가 성공하면서, 사회물리학이 자라났죠. 이제 사회물리학은 사회현상들을 설명하고 정책들을 수립하는 이론적 근거가 되었습니다. 자, 여기서 우리 선거들을 되짚어 봅시다.”
검증된 이론을 실제 사례에 적용해보자는 제언이다.
사회물리학으로 본 總選과 大選
“2020년 4·15 총선에선, 한 선거구에서 사전 투표와 당일 투표의 분포가 크게 달랐습니다. 사전 투표에선 A당 후보가 크게 이겼는데, 당일 투표에선 B당 후보가 상당히 많이 이겼다는 식입니다. 이런 현상이 거의 모든 선거구에서 나왔어요. 선거구는 상당히 크면서도 동질적인 집단인데, 이런 현상이 나왔다는 것이 의혹의 단초입니다.
3·9 대선에선, 사전 투표 결과가 먼저 개표되어 계수에 반영되었습니다. 오후 9시에 이재명 후보는 67%를 얻었고 윤석열 후보는 31%를 득표했습니다. 그러나 9시30분엔 53% 대 45%로 격차가 좁혀졌어요. 대선이나 총선이나, 사전 투표에서만 집권당 후보가 압도적으로 이겼다는 얘기입니다.
사회물리학은 이처럼 거대한 집단의 한 부분이 나머지 부분과 크게 다른 행태를 보이는 것은 ‘있을 수 없는 현상’이라고 말합니다. 대수 법칙을 어긴다는 얘기입니다.
아울러, 사전 투표의 분포는 집단적 행태의 자연스러움이 아닌 ‘작위적(作爲的) 규칙성’을 보였습니다. 이미 여러 통계학자가 그런 작위적 규칙성의 사례들을 밝혀냈습니다. 사람은 직관적으로 무작위 숫자들(random numbers)을 생성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투표 결과에 손을 대면, 그 흔적이 남습니다.”
━ 그런 주장에 대해선 반론(反論)이 나올 것 같습니다. 선거 부정이 있었다는 결정적 증거, 이른바 스모킹 건(smoking gun)이 나오지 않았으니까요.
“맞습니다. 반론들이 실제로 나왔죠. 먼저, 사전 투표에 집권당 지지자들이 상대적으로 많이 참여했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이 주장은 근거가 약해요. 투표 일자가 투표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뿐더러, 무작위적이라는 것이 사전 투표 제도의 근본적 가정입니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사전 투표 제도는 폐기되어야 하겠죠.
다음엔, 사전 투표와 당일 투표 사이에 투표자들의 선택이 크게 달라졌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의 생각은 쉽게 바뀌지 않아요. 특히, 정치적 결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이념은 많은 생각의 거대한 복합체여서, 좀처럼 바뀌지 않고, 바뀌더라도, 오래 걸립니다. 물론 생각을 바꾸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현상도 무작위적이어서, 집단적 행태에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집단적 행태도 갑자기 바뀔 수는 있습니다. 전쟁과 같은 극한 상황이 갑자기 닥치면, 사람들은 다른 집단적 행태를 보일 수 있어요. 하지만 총선에서나 대선에서나, 사전 투표와 당일 투표 사이의 며칠은 평온했습니다. 집단적 행태가 갑자기 바뀔 만한 환경이 아니었다는 뜻이죠. 따라서 사전 투표의 ‘작위적 규칙성’은 개표 과정에서 나온 현상이라는 결론이 나와요.”
‘오컴의 면도날’
위의 예 외에 또 어떤 점이 노 작가에겐 의심스러웠던 것일까?
“이번 대선에선 고려 사항들이 더 있습니다. 하나는 선거 운동 기간 내내 ‘정권 교체’를 바라는 유권자들의 숫자가 ‘정권 유지’를 바라는 시민들보다 15% 내지 20% 정도 많았습니다. 이런 격차가 갑자기 사라질 수는 없지 않습니까?”
━ 여론 조사와 실제 득표율 사이 차이가 커서, 저도 그 점이 의문이기는 합니다.
“바로 그 점이에요. 여론 조사 결과를 발표하지 못하는 기간에 실시된 여론 조사들의 결과를 살펴봅시다. 거의 모든 조사가 지지율에서 윤석열 후보가 이재명 후보를 10% 가까이 앞섰고, 두 후보 사이의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고 알려주었습니다. 이처럼 두드러진 우위가 갑자기 하룻밤 사이에 사라지고 0.73%의 ‘초박빙’ 승리가 되었죠.
이런 희한한 현상에 대한 가장 간단하고 합리적인 설명은 사전 투표함들을 여러 날 보관하는 사이에 선거 부정이 이루어졌다는 것입니다. 바로 이럴 때 ‘오컴의 면도날’이 적용됩니다.”
‘오컴의 면도날(Occam's Razor)’은 흔히 ‘경제성의 원리(Principle of economy)’ 또는 ‘단순성의 원리’를 말한다. 14세기 영국의 논리학자이자 프란체스코회 수사였던 윌리엄 오컴(William of Ockham)의 이름에서 따왔다. ‘많은 것들을 필요 없이 가정(假定)해서는 안 된다’ ‘더 적은 수의 논리로 설명이 가능한 경우, 많은 수의 논리를 세우지 말라’는 것이 핵심이다.
━ 스모킹 건 없이 부정선거라는 주장을 하면, 좌우 양편에서 음모론이라는 지적을 받을 위험이 있습니다.
“음모론(陰謀論)이 맞아요. 제 얘기는 실제로 음모론입니다. 총선과 대선의 비정상적 투표 결과가 집권 세력의 음모에서 비롯했다고 주장한다는 점에서 정통적 음모론이죠.
무언가를 주장하는 모든 사람은, 특히 지식인은, ‘음모론’이라는 독자들의 평가를 두려워합니다. 저도 그런 평가가 두렵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확실한 증거도 탄탄한 이론도, ‘유치한 음모론에 지나지 않는다’는 단순한 비판을 견뎌내지 못하죠.”
노 작가는 음모론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먼저 해야 한다고 했다. ‘음모’라는 단어에 담긴 편견을 걷어내야 진실이 보인다는 것이다.
“선거 부정 이야기를 하기 전에, ‘음모론’에 대해서 여러 가지를 살펴봐야 합니다. ‘왜 인류 역사상 음모론이 사라지지 않는가?’라는 점입니다. 진화론적 관점에서 보면, 음모론은 나름대로 인류의 삶에 유용했기 때문에 살아남은 것입니다. 음모론 자체가 우리 삶의 한 부분이라는 뜻이죠. 가장 근본적이고 중립적인 뜻에서 정의(定義)하자면, 음모론은 ‘어떤 사회적 사건이나 현상이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들의 음모의 결과로 일어난다는 이론’입니다. 사람들은 늘 갖가지 음모들을 꾸미므로, 음모론은 설명력이 큽니다. ‘아~하! 그 일이 그래서 그렇게 된 거로구나’라고 단번에 사람들을 설득하는 힘이 있어요.”
사람들이 음모론에 주목하는 이유
하지만 음모론이란 말엔 으레 폄하의 뜻이 담긴다. 실제로 쓰일 때, 음모론은 ‘보다 합리적인 설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사건이나 상황을 특정 집단의 음모에서 찾는 주장’을 뜻한다. 과학적, 합리적, 증거 우선주의 등의 단어와 대척점에 선 개념처럼 보이는 것이다.
“인정합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어떤 ‘그른 음모론’을 대치하는 설명도 필연적으로 음모론의 모습을 한다는 점이에요. 사회적 사건이나 상황의 설명에서 음모를 제외하면, 남는 것은 우연, 우연의 일치, 실수, 무지(無知)와 같은 무작위성(randomness)입니다. 아니면 진화의 원리나 역사적 발전 법칙과 같은 보편성(universality)이고요. 무작위성과 보편성은 모든 사건이나 상황에 작용하니까, 그런 대안적 설명이 그른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런 설명은 정보로서의 가치가 작아요.
클로드 섀넌(Claude Shannon)의 말대로, 정보의 가치는 어떤 일이 얼마나 놀라운가에 달렸습니다. 일어날 확률이 작을수록, 그 사건은 정보의 함량이 큽니다. 반대로, 일어날 확률이 큰 사건은 정보의 함량이 작습니다. ‘내일 아침에도 해가 뜬다’는 얘기에 얼마나 값진 정보가 담기겠습니까? 무작위성이나 보편성에 바탕을 둔 설명들은 정보의 함량이 너무 작아서, 누구도 설명다운 설명으로 여기지 않습니다. 하지만 음모론은 ‘거의 발생하지 않는 일’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주목하죠. 결국 어떤 음모론의 대안이 다른 음모론일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우리의 삶은 음모의 연속”
━ 음모가 ‘우리 삶의 한 부분’일 만큼 그렇게 중요한가요.
“그럼요. 사람들은 사회를 이루어 살아가므로, 늘 서로 협력하죠. 그런 협력은 무슨 일을 꾸밀 때 두드러집니다. 그렇게 일을 꾸밀 때, 좋은 일이면, 계획이나 협의라 부르고, 나쁜 일이면, 음모라 부릅니다. 하지만 둘 사이엔 본질적 차이가 없어요.
실제로, 우리 삶은 음모의 연속입니다. 집안에서, 직장에서, 시장에서, 무엇보다도 정치판에서, 모두 끼리끼리 모여 갖가지 계획을 세우면서 자신들의 이익을 늘리잖아요? 그런 사정은 인간 사회의 기구들과 구조들에 반영되었습니다. 예컨대, 기업과 정당들은 각기 소비자들과 투표자들의 마음을 끌기 위한 음모들을 지속적으로 꾸미고 수행하는 기구들입니다.
당연히, 사회는 나쁜 음모들을 억제하죠. 공정거래위원회나 금융감독원은 경제 주체들의 부당한 음모들을, 예컨대 담합이나 증권 시장의 ‘작전’을 막는 기구들입니다. 찬찬히 살펴보면, 인간 사회는 음모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게끔, 즉 사회적으로 좋은 음모들을 지원하고 나쁜 음모들을 억제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어요.”
인터뷰는 ‘부정선거 논란’에서 ‘음모의 문명사(文明史)’로 진화했다. 부정선거 이슈가 우리 사회의 근간을 본질적으로 흔들 만한 것이기에, 논리적 주장의 기초 공사를 튼튼히 한다는 마음으로 노 작가의 말을 받아 적었다.
“실은 음모는 인류 사회를 만들고 인류 문명을 낳은 힘입니다. 문명이라 불릴 만큼 발전된 상태는 대략 기원전 1만 년 전에 사람들이 동물과 식물들을 길들여서 가축과 작물로 만든 데서 비롯했어요. 그러나 가축과 작물의 길들이기(domestication)는 먼저 사람들이 자신들을 길들이는 데 성공해서 잘 짜인 사회를 이룬 덕분에 가능했습니다. 인류의 이런 자기 길들이기(self-domestication)는 인류의 진화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 가운데 하나입니다.
인류의 자기 길들이기를 설명하는 이론들은 현재 아홉 개가량 됩니다. 모두 나름으로 근거를 지녔고 자기 길들이기를 부분적으로 설명하죠. 최근에 나와서 가장 너른 지지를 받는 가설은 영국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랭엄(Richard Wrangham)의 ‘언어에 바탕을 둔 음모 가설(Language-based conspiracy hypothesis)’입니다. 인류 사회에선, 다른 사회적 동물의 경우와 달리, 성격이 거칠고 가장 힘센 개체가 지도자가 되는 경우가 드뭅니다. 대신 여러 사람과 연합을 이루는 개체가 정치적으로 성공하죠. 발달된 언어 덕분에 인류 사회에선 정교한 음모들을 꾸밀 수 있었고, 육체적 결투에서 이길 수 없는 남성들이 연합을 이루어서 육체적으로 가장 힘세고 심리적으로 공격적인 우두머리 남성(alpha male)을 제거할 수 있었다고 랭엄은 주장합니다.”
경기 이론으로 본 음모
노 작가의 말에 따르면, 음모는 단순히 ‘누군가를 끌어내리고 음지에서 부당한 일을 도모’하는 수준의 행위가 아니다.
“이처럼 음모가 인류 사회의 근본적 현상이기 때문에, 사람들의 전략적 행태를 연구하는 학문인 경기 이론(game theory)은 음모를 수학적으로 다룹니다. 경기 이론의 일반적 형태는 여러 경기자가 참여하는 다자 경기(n-person game)인데, 여기에선 본질적으로 음모의 일종인 연합의 성립과 연합으로 얻은 이익을 나누어 갖는 ‘이익 배분’을 분석 대상으로 삼죠.”
━ 하지만 어떤 사회에서나 음모론을 폄하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 까닭은 무엇일까요.
“음모론이 폄하되는 까닭은 분명하죠. 음모론이 너무 많고, 음모론을 통해 주장하는 대부분은 사실이 아니라는 점 때문입니다. 우리는 겉으로 드러난 몇 가지 정황만으로 그럴듯한 결론을 도출하고 그것을 확신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 경향에서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어요.
게다가 악의적(惡意的)으로 유포되는 음모론들도 많습니다. 우리 사회를 휩쓸었던 ‘광우병(狂牛病) 파동’이 대표적입니다. 유럽에선 유대인들이 음모를 꾸민다는 음모론이 중세 이후 지속적으로 생산되었습니다. 미국에선 선거에서 진 트럼프가 유포한 ‘도둑맞은 선거’라는 음모론이 널리 퍼졌죠.”
노 작가의 설명이 이어진다. 다음은 사람들이 음모론에 부정적이면서도 왜 음모론에 마음을 쓰는지에 대한 답변이다.
“우리 천성이 음모론에 호의적”
“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천성(天性)이 음모론에 호의적이라는 사실입니다. 어떤 것이 없는데 있다고 판정하는 것은 위양성(僞陽性·false positive)이라고 합니다. 있는데 없다고 판정하는 것은 위음성(僞陰性·false negative)이죠.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 역질(疫疾)로 모두에게 친숙해진 개념들이에요.
언뜻 보기에, 이 둘은 대칭적입니다. 그러나 그것들의 결과는 크게 다릅니다. 우리 마음은 바로 그런 결과의 차이에 맞추어 진화해왔어요.
한밤에 창에 그림자가 어른거릴 때, 혼자 사는 젊은 여인은 긴장하게 됩니다. 만일 그녀가 그림자를 침입자라고 판단해서 ‘강도야!’ 하고 소리쳤을 경우, 그림자가 바람에 흔들린 나뭇가지였다면, 즉 위양성의 실수를 했다면, 그녀는 한밤중에 동네를 소란케 해서 낯이 많이 깎이겠죠? 만일 그녀가 그림자를 나뭇가지라고 판단해서 그냥 있었을 경우, 그림자가 강도였다면, 즉 위음성의 실수를 했다면, 그녀는 큰 위험에 놓일 것입니다.
이처럼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위양성과 위음성의 결과는 비대칭적이죠. 하지만 위험이 없는데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 위험이 있는데 없다고 판단하는 것보다 생존에 훨씬 유리해요. 그래서 매사를 의심의 눈길로 살피는 사람들이 생존 가능성이 높고, 실제로도 오래 삽니다. 덕분에 자식들을 많이 낳을 것입니다. 그런 자연선택의 과정을 거쳐 인류는 작은 일에서도 큰 위험을 느끼는 마음을 지니게 되었습니다.”
━ 일리 있는 얘기지만, 잘 모르는 사람들에겐 선생님 말씀이 신경과민으로 들릴 수도 있겠습니다.
“실제로, 그런 부정적 반응이 많아요. 그래도 우리는 모두 천성적으로 위양성 쪽으로 기울게 됩니다. 인텔(Intel)을 키운 앤드루 그로브(Andrew Grove)는 ‘편집병 환자들만이 살아남는다(Only the Paranoid Survive)’고 역설했는데, 그의 후계자들은 그 얘기를 제대로 새기지 못했고, 이제 인텔은 2류 기업으로 전락했어요.
저는 007 제임스 본드 영화 〈골드핑거(Goldfinger)〉에 나오는 대사를 즐겨 인용합니다. ‘한 번이라면 일상적 사건이다. 두 번째라면 우연의 일치다. 세 번째라면 적의 행위다(Once is happenstance. Twice is coincidence. The third time is enemy action).’ 이 대사의 묘미는, 이것이 시카고의 갱 사이에서 유행한 말이라는 점이에요.
여기에 진정한 어려움이 있습니다. 무슨 일이든 허튼 음모론들이 많이 나오니까요. 그리고 악의적으로 만들어진 음모론들이 거기에 가세합니다. 우리는 천성적으로 그것들에 끌리고요. 음모론에 끌리는 우리 마음을 당연히 경계해야죠.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위양성이 생존에 유리하다는 사실이 있습니다. 이런 상충을 조화시키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尹-安 단일화가 부정선거 막았다”
“이처럼 음모가 인류 사회의 근본적 현상이기 때문에, 사람들의 전략적 행태를 연구하는 학문인 경기 이론(game theory)은 음모를 수학적으로 다룹니다. 경기 이론의 일반적 형태는 여러 경기자가 참여하는 다자 경기(n-person game)인데, 여기에선 본질적으로 음모의 일종인 연합의 성립과 연합으로 얻은 이익을 나누어 갖는 ‘이익 배분’을 분석 대상으로 삼죠.”
━ 하지만 어떤 사회에서나 음모론을 폄하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 까닭은 무엇일까요.
“음모론이 폄하되는 까닭은 분명하죠. 음모론이 너무 많고, 음모론을 통해 주장하는 대부분은 사실이 아니라는 점 때문입니다. 우리는 겉으로 드러난 몇 가지 정황만으로 그럴듯한 결론을 도출하고 그것을 확신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 경향에서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어요.
게다가 악의적(惡意的)으로 유포되는 음모론들도 많습니다. 우리 사회를 휩쓸었던 ‘광우병(狂牛病) 파동’이 대표적입니다. 유럽에선 유대인들이 음모를 꾸민다는 음모론이 중세 이후 지속적으로 생산되었습니다. 미국에선 선거에서 진 트럼프가 유포한 ‘도둑맞은 선거’라는 음모론이 널리 퍼졌죠.”
노 작가의 설명이 이어진다. 다음은 사람들이 음모론에 부정적이면서도 왜 음모론에 마음을 쓰는지에 대한 답변이다.
“우리 천성이 음모론에 호의적”
“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천성(天性)이 음모론에 호의적이라는 사실입니다. 어떤 것이 없는데 있다고 판정하는 것은 위양성(僞陽性·false positive)이라고 합니다. 있는데 없다고 판정하는 것은 위음성(僞陰性·false negative)이죠.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 역질(疫疾)로 모두에게 친숙해진 개념들이에요.
언뜻 보기에, 이 둘은 대칭적입니다. 그러나 그것들의 결과는 크게 다릅니다. 우리 마음은 바로 그런 결과의 차이에 맞추어 진화해왔어요.
한밤에 창에 그림자가 어른거릴 때, 혼자 사는 젊은 여인은 긴장하게 됩니다. 만일 그녀가 그림자를 침입자라고 판단해서 ‘강도야!’ 하고 소리쳤을 경우, 그림자가 바람에 흔들린 나뭇가지였다면, 즉 위양성의 실수를 했다면, 그녀는 한밤중에 동네를 소란케 해서 낯이 많이 깎이겠죠? 만일 그녀가 그림자를 나뭇가지라고 판단해서 그냥 있었을 경우, 그림자가 강도였다면, 즉 위음성의 실수를 했다면, 그녀는 큰 위험에 놓일 것입니다.
이처럼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위양성과 위음성의 결과는 비대칭적이죠. 하지만 위험이 없는데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 위험이 있는데 없다고 판단하는 것보다 생존에 훨씬 유리해요. 그래서 매사를 의심의 눈길로 살피는 사람들이 생존 가능성이 높고, 실제로도 오래 삽니다. 덕분에 자식들을 많이 낳을 것입니다. 그런 자연선택의 과정을 거쳐 인류는 작은 일에서도 큰 위험을 느끼는 마음을 지니게 되었습니다.”
━ 일리 있는 얘기지만, 잘 모르는 사람들에겐 선생님 말씀이 신경과민으로 들릴 수도 있겠습니다.
“실제로, 그런 부정적 반응이 많아요. 그래도 우리는 모두 천성적으로 위양성 쪽으로 기울게 됩니다. 인텔(Intel)을 키운 앤드루 그로브(Andrew Grove)는 ‘편집병 환자들만이 살아남는다(Only the Paranoid Survive)’고 역설했는데, 그의 후계자들은 그 얘기를 제대로 새기지 못했고, 이제 인텔은 2류 기업으로 전락했어요.
저는 007 제임스 본드 영화 〈골드핑거(Goldfinger)〉에 나오는 대사를 즐겨 인용합니다. ‘한 번이라면 일상적 사건이다. 두 번째라면 우연의 일치다. 세 번째라면 적의 행위다(Once is happenstance. Twice is coincidence. The third time is enemy action).’ 이 대사의 묘미는, 이것이 시카고의 갱 사이에서 유행한 말이라는 점이에요.
여기에 진정한 어려움이 있습니다. 무슨 일이든 허튼 음모론들이 많이 나오니까요. 그리고 악의적으로 만들어진 음모론들이 거기에 가세합니다. 우리는 천성적으로 그것들에 끌리고요. 음모론에 끌리는 우리 마음을 당연히 경계해야죠.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위양성이 생존에 유리하다는 사실이 있습니다. 이런 상충을 조화시키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尹-安 단일화가 부정선거 막았다”
━ 다시 대선 이야기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한쪽에서 그렇게 치밀하고도 대담하게 선거 부정을 시도했는데, 궁극적으로는 대선에서 졌다’ 이렇게 음모론을 펼치시는 것이잖습니까. 그런데 누군가 부정선거를 기획했다면, 어떻게 부정선거를 기획한 쪽이 패배할 수 있는 건지요.
“아직은 자료가 부족하므로, 제 주장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선거 부정을 막는 일에 직접 참여하신 분들의 경험과 의견들을 종합해서 제 나름으로 추론(推論)한 바를 말씀드리죠.
저쪽의 선거 부정을 무너뜨리는 데 가장 크게 공헌한 것은 ‘저번 총선에선 몰라서 졌지만, 이번엔 선거 부정을 막겠다’고 나선 시민들의 활동이었습니다. 그분들이 이번 대선의 진정한 영웅들이에요.
그분들이 워낙 꿋꿋이 감시하고 항의하고 부정행위들을 수집한 덕분에, 선거 부정을 기획한 사람들의 활동 공간이 줄어들었습니다. 그래서 계획대로 부정을 저지르지 못하고, 서툴게 조작하거나 부정의 증거들을 남겼어요.
다음으로 공헌한 분들은 사전 투표가 위험하다는 것을 깊이 인식하고 당일 투표를 고집한 분들입니다. 국민의힘이 선거 부정의 여지가 없으니 안심하고 사전 투표를 하라고 독려한 것은 거의 치명적인 실책(失策)이었어요.
마지막 요인은 윤석열-안철수 단일화였습니다. 단일화가 이루어져 투표지 안철수 후보의 난에 ‘사퇴’라는 문구가 들어가게 된 것은 저쪽에서 미리 준비했던 위조 투표지들을 쓸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그런 사정이 저쪽의 조작 계획에 큰 장애가 되었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 그렇다면 겉보기에는 그 영향이 크지 않아 보이지만, ‘안철수 후보의 사퇴’가 이번 대선에서 승패를 가른 가장 결정적인 사건이었다는 말씀이십니까.
“네, 그렇습니다. 안 후보의 사퇴가 다른 면에서도 조작자들이 움직일 공간을 줄였거든요. 그가 사퇴하면서, 선거는 선명하게 이재명과 윤석열의 대결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투표 결과의 잡음 수준이 크게 낮아졌죠. 저는 이것이 무척 중요한 요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안 후보가 사퇴하지 않았다면, 조작을 발견하기가 훨씬 어려웠을 것입니다.”
선거 不正에 대한 推論
━ 왜 그렇습니까.
“이번 선거 부정은 본질적으로 계수 사기(tally fraud)였으니까요. 이 사기가 실제로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저는 단언하기 어렵습니다. 전문가들은 윤 후보의 표들 가운데 일정 부분을, 예컨대 10%를, 이 후보의 표로 돌리는 방식이 아니었나 의심합니다.
만일 안 후보가 사퇴하지 않았다면, 윤 후보 표들의 일부를, 예컨대 2% 정도를, 안 후보에게 돌릴 수 있었을 것입니다. 별다른 위험 부담 없이 윤 후보의 득표를 줄일 수 있었다는 얘기입니다. 그 길이 막히고 잡음 수준이 갑자기 크게 낮아지면서, 계수 사기를 시도한 사람들이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수치를 여유 있게 조작하지 못하고 오차 범위 안에서 조작을 할 수밖에 없었겠죠. 그랬다가 막판에 윤 후보 지지자들이 많이 투표에 참여하면서, 조금 지도록 설계되었던 윤 후보가 아주 작은 차이로 이겼다는 추론이 나옵니다. 이런 추론이 맞는다면, 이번 대선에서 결정적 공을 세운 사람은 정권 교체의 열망에 아픈 몸을 이끌고 저녁 늦게 투표장에 나간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확진자들입니다.”
━ 선거 부정 문제는 앞으로 어떻게 되리라고 봅니까.
“당분간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나 국민의힘이 선거 부정 문제를 적극적으로 다루지는 않을 것 같아요. 시급한 일들이 워낙 많고, 나름 위험도 따르는 일이니까요. 그리고 윤 당선자는 이런 종류의 문제들은 ‘시스템에 맡기겠다’고 했습니다.
폭발력이 정작 큰 것은 총선에서의 선거 부정입니다. 100건이 훌쩍 넘는 총선 선거 소송 가운데 지금까지 처리된 건이 하나도 없잖아요. 총선에서의 선거 부정이 드러나면, 부정선거 덕분에 국회를 장악한 더불어민주당의 우위가 단숨에 허물어질 수도 있습니다. 문 대통령이 연루된 ‘울산시장 선거 부정 사건’과 이재명 후보가 연루된 ‘대장동 사건’과 더불어, 총선 선거 부정은 정치적 지형의 변화를 부를 것 같습니다.”
━ 대선에서 근소한 차이로 이겼으니, 사회 통합 차원에서 선거 부정을 덮고 가자는 주장이 나올 수도 있는데요.
“선거 부정은 아주 큰 범죄입니다. 우리는 선거 부정이란 말을 씁니다만, 선거 법의학의 공식 용어는 선거 사기(electoral fraud)입니다. 사기라는 중대한 범죄를 덮고 가는 것은 사회의 건강을 해치는 일입니다. 관용도 화합도 아니에요.
개인의 수준에서 사기는 시민들 사이의 믿음을 해쳐서 도덕을 근본적 수준에서 허물죠. 사회의 수준에서 나오는 사기인 선거 부정은 민주주의에 대한 시민들의 믿음을 허물어서 전체주의가 자라나도록 만듭니다. 그래서 뿌리를 뽑아야 해요.”
평범한 시민들의 투표함 지키기
━ 서두에 이번 대선을 ‘감동적’이라고 평하셨습니다. 특히 감동적이었던 대목이 있다면 어떤 것입니까.
“이제 와서 돌아보면, 유난히 선명하게 남는 장면이 있어요. 사전 투표가 마감된 뒤, ‘가로세로연구소’에서 모집한 ‘부정선거 감시단’에서 투표함 지키기에 나섰습니다. 그때 경기도 지역의 어느 투표소에서 20대로 보이는 여인이 복도에서 밤을 새울 준비를 하는 모습이 방송에 올라왔죠.
속에서 무엇이 울컥 치밀었어요. 얼굴도 자세히 보이지 않는 흐릿한 영상이었지만, 그 젊은 여인이 그리도 아름다웠습니다. 화사하지 않고 은은한 들꽃을 보는 느낌이었어요. 그 젊은 여인의 모습에 문득 중년 여인의 모습이 겹쳤습니다. 두 해 전 총선 때 선거 부정의 증거를 잡기 위해 애쓰던 분이었죠. 그분은 분명히 문제적인 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의 행태에 항의하는 참이었습니다. ‘이봉규TV’에 올라온 영상이었죠.
총선에서 저질러진 선거 부정 행위들에 분노하고 세상에 알린 분들 덕분에 시민들이 선거 부정의 음모를 깨닫게 되었고, 그런 깨달음이 이번 대선을 저들이 다시 시도한 음모로부터 지켜낸 것입니다.”
“나라 살림도 요리와 비슷”
━ 국내나 해외의 상황이 무척 어려운데, 상당히 낙관적으로 전망하시는 것 같습니다.
“낙관적이어야 열심히 살아갈 마음이 나는 법 아닌가요? 비관적이면, ‘어차피 소용없는 일인데, 왜 악착같이 하나?’ 하는 생각이 들지 않겠어요? 그런 뜻에서, 낙관적 전망을 가지는 것은 적응적입니다.”
━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에게 덕담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윤석열 당선인은 요리를 잘하고 즐기더군요. 따지고 보면, 나라 살림도 요리와 비슷합니다. 저는 요리 솜씨가 없습니다만, 좋은 재료를 골라서 간을 잘 보고 정성껏 만들되 타이밍을 맞춰야 좋은 음식이 나온다고 들었습니다. 좋은 인재들을 골라 시민들의 뜻을 살펴 일하도록 다독거리면서 다 무너진 나라를 다시 일으켜 세우겠다는 정성으로 일하되, 세상 돌아가는 기미를 잘 살펴서 때를 놓치지 않도록 하면, 나라가 잘되지 않을까요? 윤석열 당선인이 국정을 멋지게 요리하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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