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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부동산 정책, 무엇이 문제인가?-미래한국편집인 최광(전 보건복지부장관.

by 설렘심목 2018. 9. 28.
문재인 부동산 정책, 무엇이 문제인가?


[특별기고] 최광 미래한국 편집고문 · 성균관대 초빙교수 · 전 보건복지부 장관

주택은 시장이 (정부를) 이길 수 없다고? 


문재인 정부의 8번째 부동산 대책인 ‘9·13 대책’이 발표되었다. 종합부동산세 강화와 대출 규제로 다주택 소유자를 압박해 매물을 유도하고 추가적인 주택 투자를 막는 게 목적이란다.

‘똘똘한 집 한 채’ 수요를 억제한다는 명분으로 1주택 소유자에게도 양도소득세 부담을 늘렸다. 금융규제 역시 강화됐다. 정부는 “이번 대책으로 집값을 잡을 수 있다”고 큰 소리를 치지만, 이로 말미암아 정부의 신뢰가 더 훼손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념적으로, 인적으로, 정책적으로 참여정부를 계승하고 있다. 참여정부는 임기 내내 부동산에 끌려 다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무현 정부는 “하늘이 두 쪽 나도 부동산 가격은 잡겠다”며 종부세 도입 등 각종 대책을 남발했다.

‘강남 부자’를 겨냥한 종합부동산세를 도입해 ‘세금 폭탄’이란 말을 만들었고, 재건축 규제로 공급을 끊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임기 중 17번 대책에도 강남 아파트 값이 64% 오르자 부동산정책의 실패를 자인했다. 노 대통령은 시행착오를 인정하며 “부동산 말고는 꿀릴 게 없다”"고 한 데 이어 “부동산, 죄송합니다. 너무 미안합니다. 올라서 미안하고,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고, 한 번에 잡지 못해서 미안합니다”라고 사과했다.

일전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주택은 시장이 (정부를) 이길 수 없다”라고 말했다. 부동산 가격 상승에 대해 정부가 강력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으로 보이나 역사적으로 어느 정부도 시장과의 싸움에서 이긴 바가 없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깝다.

군사정부 시절 정부는 머리카락 길이와 스커트 길이, 유행가 가사 하나까지 개입하기도 했는데 최근에 정부는 전기료에, 통신료에, 직원 채용에까지 각종 영역에서 ‘윽박지르기’를 계속하더니 최근 소득주도성장 정책과 부동산정책에 오면 오기까지 부리고 있다.

참여정부 vs 문재인 정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정책 설계자는 참여정부에서 3년 동안 부동산정책을 주관한 사람인 김수현 현 청와대 사회수석이다. 김 수석은 2005년 국민경제비서관으로 일하며 당시 ‘부동산 규제 종합세트’로 불리는 8·31 부동산 대책을 설계했다. 김 수석이 당시 만든 8·31 대책은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 확대, 종부세 가구별 합산과세, 양도세율 중과 등 강력한 규제책을 포함하고 있었다.

교수로서 김수현은 2011년 <부동산은 끝났다>라는 제목의 책을 냈다. “집은 인권이요, 삶의 자리”여야 하고 “집은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고 말하며 무엇보다 집이 없는 서민들 입장에서 여러 부동산정책의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그는 저서에서 부동산 시장을 ‘하이에나가 우글거리는 정글’로 묘사하며 정부의 적극적 역할을 예고한 바 있다. 이 책의 일부 내용(다주택자 주택임대사업 등록 유도)은 지난해 8·2 부동산 대책 등을 통해 실현됐다. 작년 8·2 부동산 대책을 발표할 때 김 수석은 “부동산 가격 문제에 대해서는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두 가지 의문을 지울 수 없다. 첫째는 경제부총리 국토부 장관 경제수석을 제치고 왜 사회수석에게 사회정책 아닌 경제정책인 부동산정책이 맡겨졌느냐 하는 것이고, 둘째 노무현 대통령이 사과까지 할 정도로 크게 실패한 정책을 총괄했던 인물에게 왜 또다시 부동산정책을 맡겼느냐 하는 것이다.

물론 작금의 집값 폭등은 현 정부의 잘못만은 아니다. 1967년 투기억제세 도입에서부터 치면 역대 정부가 지난 50년간 계속 ‘집값과의 전쟁’을 벌여 온 셈이다. 역대 모든 정부가 일관성을 잃고 냉탕 온탕을 오고 간 탓에 ‘부동산 불패’라는 잘못된 믿음이 키워져 왔다. 지금의 유동성 과잉은 2014년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경기부양 수단으로 규제를 대거 푼 것이 화근이었다.

그렇다고 시장에 대한 진단과 처방을 8번이나 내린 문재인 정부의 책임이 가벼워지는 것은 아니다. 문재인 정부는 참여정부로부터 교훈을 얻기는 커녕 기본 철학에서부터 세세한 기술적 내용에 이르기까지 실패한 참여정부와 거의 같은 전철을 밟고 있다.

가격 상승과 투기

정부의 부동산 관련 정책을 보고 있노라면 무책임과 태만 그리고 무지와 몰상식의 극치가 이것이구나 하는 두려움을 금할 수 없다. 시간을 두고 정책이 기능할 수 있는 여건을 사전적으로 조성해 가는 노력은 처음부터 없고, 추진되는 정책은 조령모개식 임기응변적이고, 부처 간에 손발이 맞아 본 적이 별로 없고, 문제해결이 아닌 문제회피에 급급해 왔으며, 그 결과 부동산의 가격은 정부정책이 발표될 때마다 종국적으로 상승해 왔다.
현명한 사람은 경험을 하지 않고도 알고, 보통 사람은 경험을 한 후에야 알며, 바보는 경험을 하고도 모른다는 말이 있다. 우리의 정치지도자와 정책당국자들은 부동산정책에만 오면 왜 모두 바보가 되어 한 두 번도 아니고 매번 잘못된 정책을 되풀이할까?

부동산의 가격상승이 있을 때마다 정부는 호들갑을 떠는데 많은 경우 정부의 잘못된 정책 자체가 가격상승을 불러왔다. 지난 30여 년간 부동산 시장은 정부의 안정책이 발표되면 일시적으로 안정되었다가 다시 큰 폭으로 불안정해지는 양상이 되풀이되어 왔다.

우리 경제가 높은 성장을 하던 옛날은 물론이고 최근에도 부동산 가격이 상승할 때마다 부동산 가격급등이 투기라는 비합리적 행동에 의해 일어난 것인 양 인식되고 그리고 이러한 인식의 바탕 위에 정부정책이 추진되고 있는데 이는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이다. 투기 때문에 가격이 상승한 것이 아니고 가격상승의 원인이 있었기 때문에 투기가 일어난 것이다.

부동산 가격은 크게 두 가지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첫째는 시장내적인 요인이 있고 둘째는 시장외적인 요인 특히 정부정책 자체에서 기인된다.
부동산 가격의 상승 요인

부동산 시장 자체의 내적 요인에 따른 가격상승은 기본적으로 수요·공급의 불균형에서 야기된다. 부동산에서 토지는 근원적으로 공급이 고정되어 있으며, 아파트를 포함한 주택은 공급의 증대가 가능하나 여타 제조 상품과는 달리 공급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어 공급이 상대적으로 비탄력적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부동산 가격은 수요요인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 수요요인은 자녀교육, 소득증대, 투기수요, 세 부담의 경중, 부동산의 보유와 거래와 관련한 레버리지 효과 등 복합적이다.

정부의 정책이 부동산 가격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그 경로는 간접적인 일반적 경제정책과 직접적인 부동산 관련 정책이다. 최근 아파트 가격은 경제위기 극복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팽창적 재정정책과 금융정책, 가계대출 확대에 따른 유동성 과잉, 저금리 기조의 유지 등의 요인에 이어 새 정부의 정책 혼선으로 가격은 상승할 수밖에 없었다.

참여정부 부동산정책의 핵심은 보유세 및 양도세 강화를 통한 부동산 가격의 안정, 특히 고급 주택 및 다주택보유자의 세 부담을 높여 강남 등 주택가격 급등지역의 가격하락을 목표했으나 완벽히 실패했다. 당시 풍부한 유동성이 부동산에 몰리면서 가격 폭등을 초래했는데 이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강력한 조세정책으로 그것도 잘못된 조세정책으로 문제 해결을 도모했기에 실패했다.
부동산의 보유가 과다하느니 하며 부동산 보유를 죄악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동산을 포함해 모든 재화 및 용역을 본인이 원하는 만큼 얼마든지 구입·보유할 수 있으며 있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 부동산의 가격 상승을 제대로 이해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경제의 성장과 인구증가에 따른 어느 정도의 부동산 가격 상승은 오히려 바람직하다. 부동산을 투기 대상의 관점에서 바라보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 투기와 투자를 어떻게 구분할 수 있는가?

부동산 가격이 급등할 때마다 언제나 정책 당국이 전가의 보도인양 조자룡의 헌 칼 휘두르듯 휘두른 것이 부동산 관련 세 부담의 강화이고 투기조사와 세무조사였다. 그러면 그동안 부동산 가격 급등의 방지나 억제를 위해 정부가 그렇게도 빈번히 세제와 세정을 활용해 왔는데도 왜 부동산 가격은 계속 상승해 왔는가? 원하는 목적에 동원된 수단이 적절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가장 강력한 정책수단인 세 부담 강화와 세무조사가 부동산 가격 급등의 방지에 적극 활용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 내용이 사리에 맞아야 하는데 지금까지 그렇지 못했다. 또한 세 부담 강화도 점진적 점차적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많은 경우 정책의 방향이 옳음에도 세 부담을 일시에 급격히 증대시켜 국민 모두의 원성을 듣는 잘못을 초래했다.

부동산과 관련된 모든 문제를 조세제도로 해결할 수는 없다. 그러나 부동산 관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세제만큼 강력한 정책수단은 없다. 세제는 국가수입의 충당과 조세정의 구현이라는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면서 동시에 자산의 보유 및 거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므로 세제의 내용을 잘 담아내는 것이 필요하다. 현행 부동산 세제는 조세정의의 구현이란 측면에서는 물론이고 부동산의 보유 및 거래와 관련해 효율성과 형평성 측면에서 많은 문제를 구조적으로 내포하고 있다.

부동산에 대한 과세의 합리화 문제는 크게 두 가지 내용이다. 첫째는 부동산의 취득 및 이전과 관련한 이전과세와 부동산의 보유와 관련해 부담하는 보유과세가 균형을 취하지 못하고 있는 점이고, 둘째는 부동산의 보유에서 유형별 위치별 세대별 소득별로 세 부담이 균형을 취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부동산 관련 조세정책과 세무조사

재산세, 종합토지세, 도시계획세 등 보유과세에 비해 양도소득세, 취득세, 등록세 등 거래과세의 비중이 우리나라의 경우 매우 높다. 기본적으로 부동산의 취득 및 이전에 조세부담이 낮아야 부동산의 활발한 유통으로 경제활동이 촉진되고 부동산의 보유에 상대적으로 높은 세금이 부과될 때 부동산의 가격 상승이 억제될 뿐만 아니라 부동산 소유의 분산이 촉진되며 부동산이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된다.

따라서 종합토지세, 재산세 형태의 보유에 대한 과세가 강화되고 양도소득세, 취득세, 등록세 등 거래이전에 대한 과세는 대폭 인하되어야 한다. 부동산 가격 급등에 대한 대책으로 다주택 과세강화와 양도소득세의 강화는 근본적으로 잘못된 정책이다.

개간이나 매립을 통한 극히 제한적인 예외가 있기는 하나 토지의 공급은 기본적으로 비탄력적이어서 토지의 가격은 공급요인 보다 수요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토지의 공급이 비탄력적인 한 종합토지세 부담은 기본적으로 토지소유자에게 귀착되므로 토지보유자의 토지보유비용을 높여 토지의 내재가치를 하락시킨다.

즉 토지보유에 대한 과세는 지가안정에 기여하고 토지 사용과 거래를 촉진한다. 정부는 경기가 침체하면 부동산 경기를 부양하는 한편 그로 인해 부동산 투기가 재발하면 투기억제를 명목으로 이전과세의 한 형태인 양도소득세를 강화시켜 왔다. 양도소득세의 인상은 동결효과(lock-in effect)를 야기시켜 부동산의 원활한 거래를 저해한다. 따라서 양도소득세의 강화는
잘못된 정책이다.

부동산의 세 부담은 세율과 더불어 과세표준액에 따라 결정된다. 과표현실화는 부동산 유형 간에 균형을 이뤄야 하고 같은 부동산에 있어서도 가능한 과표현실화율이 같아야 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과표현실화율이 낮은 동시에 연도별, 위치별, 부동산 종류별로 과표현실화율이 달라 정책에 혼선이 초래되고 있으며 동시에 정책적으로 의도하지 않는 세 부담 불공평의 결과가 초래되고 있다.

특히 토지와 건축물에 있어서 실효세율의 차이는 효율성·공평성의 관점에서 매우 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자원의 효율적 이용의 관점에서 보면 공급탄력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토지에 대한 세 부담이 공급탄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건축물에 대한 세 부담보다 높아야 한다.

우리나라의 현행 지방세제에 따르면 건물이 토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높은 세 부담을 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따라서 건물에 대한 세 부담을 낮추고 토지에 대한 세 부담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추진되어야 한다.

세무조사도 개념이 불분명한 투기관점의 세무조사여서는 안 된다. 탈세에 대한 세무조사이어야 한다. 투기단속에 걸린 사람들만이 세금 부담을 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부동산으로부터 소득을 획득한 모든 사람들이 응분의 세금 부담을 하도록 세무조사의 기본철학을 바꿔야 한다.
과거 과외수업단속에 세무조사를 동원했던 것과 같은 기상천외한 발상에서 세무조사가 동원돼서는, 투기억제는 되지 않으면서 세무행정의 본질이 훼손되고 장기적으로 세정의 여건만 악화된다.

부동산 구입에 소요되는 자금이 불법적이거나 부동산의 거래 자체에 불법적 탈법적 내용이 개입되어서는 안 된다. 소득원천이 없는 자는 성년 미성년을 막론하고 부동산 매입과 관련된 자금에 대한 출처조사가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 부동산과 관련된 정부의 각종 규제는 합리적으로 개선하되 규제를 위반한 거래와 보유에 대해서는 법적 제재가 확실히 가해져야 한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무릇 모든 정책은 사실(fact)에 근거해 이론(theory)을 활용해 입안되며 그 과정에서 정책담당자의 가치판단이 개입한다. 이 과정에서 정확한 사실과 올바른 이론을 잘 결합시키는 것이 참으로 중요하다. 우리의 경우 불행하게도 종종 관련 자료의 정확한 뒷받침 없이 올바른 이론을 도외시하며 냉철한 머리보다 뜨거운 가슴에 의거 정책이 수립 집행되어 불필요한 비용을 지불하기 일쑤이다.

부동산과 관련한 정책을 제대로 수립하기 위해서는 부동산과 관련해 그 규모, 소유 및 지역 집중, 세 부담, 과표현실화 그리고 실효세율 등과 관련해 정확한 자료가 필요하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정책 당국의 태만과 관련 전문가들의 연구 부족으로 제대로 된 정책을 수립하기에 필요한 통계 자료가 축적되어 있지 못하다.

우리나라 부동산 정책은 세 가지 큰 축으로 구성되어 왔는 바 첫째는 1가구 다주택 소유 억제책, 토지거래 허가 및 신고제, 투기지역 지정, 주택가격 급등 시 세금폭탄 투하 및 선별적 세무조사와 투기조사 등이 주축인 투기억제정책이고, 둘째는 공영 개발과 주택청약제도가 주축인 정부 주도의 주택공급정책이고, 셋째는 주택 상가 등 도시용지의 공급을 위한 농지나 임야의 전용을 그린벨트 통제 및 농지 규제에 의해서 강력하게 규제하는 엄격한 도시성장 억제정책이다.

이들 세 축의 근간을 잘 살피고, 축 간에 조화를 이루고, 개별 축의 세세한 내용을 시장원리에 맞게 담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경쟁의 부재와 평준화를 내세우는 교육정책 그리고 온갖 규제와 수가통제로 점철된 보건의료정책과 더불어 우리나라 부동산정책은 사회주의적 성격이 매우 강하다.

이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병 주고 약 주는 식’의 정부의 부동산정책은 더 이상 곤란하다. 임기응변적 땜질식 처방에서 벗어나 시장원리에 충실한 근원적 대책을 마련해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것 외에 다른 대안은 없다. 시장경제 원리를 모르는 사람들이 민생과 평등을 내세울수록 시장은 민생을 더 어렵게 하고 불평등을 더 확대시키는 복수를 한다는 것이 증명된 역사이다. 제발 차가운 머리로 역사에서 교훈을 얻자.

비행사가 조종을 할 때는 자신의 감각을 믿으면 안 되고 계기판을 믿어야 한다. 하늘에 올라가면 전후좌우가 분간이 안 되어 우리의 감각은 믿을 만한 것이 못되기 때문이다. 사막을 건널 때도 규칙이 있는데 지도를 따라가지 말고 나침반을 따라가야 된다. 정책 담당자의 직관이나 얕은 지식으로 부동산 시장을 주물러 이상향을 건설하겠다는 망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부동산정책을 두고 계기판이나 나침반 역할을 하는 것은 무엇인가? 시장과 경제원리이다. 동서고금 모든 나라 모든 정부에서 시장에 순응하고 개방하면서 경제원리를 존중한 경우에만 경제정책이 성공했다.

부동산정책도 예외가 아니다. 자유시장경제체제를 잘 이해해야 한다. 시장에 저항을 하거나 시장을 억누르는 경우는 시장의 보복을 받아 부동산정책은 실패한다. 경제원리를 무시한 부동산정책은 언제나 실패했다. 경제원리의 정확한 이해가 부동산정책 성공의 필요조건이다.

부동산 가격의 폭등을 막는 대책은 기본적으로 부동산 시장이 시장으로 작동하게끔 시장 내·외적 경기규칙(rule of game)을 제대로 만들고 그 규칙의 집행을 엄격히 하는 것이다. 부동산 보유의 목적은 기본적으로 부동산이 제공하는 서비스로부터 혜택을 받는 것과 보유에 따른 자산가치의 증식을 도모하는 것 두 가지이다.

현실화된 과표와 점진적 세제 강화가 거래활성화를 만든다

우리나라의 부동산정책 중 투기억제정책은 기본적으로 선량한 실수요자와 사악한 투기꾼의 구분이 가능하다는 이분법에 근거해 있다. 이 이분법은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투기와 투자의 구분이 불가능한데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내로남불에 근거해 어떻게 국가정책을 수행할 수 있다는 말인가?

역대 정부에서 수많은 투기억제정책을 펴 왔지만 정책 전체로 또는 개별 세책별로 그 효과가 어떠했는지에 대한 연구가 전무하다. 정책의 효과성 효율성에 관한 사전적 사후적 검증도 없이 장님 코끼리 만지는 식의 정책 수립은 앞으로 지양되어야 한다.

부동산 소유 및 거래 활동이 쉽게 범죄로 간주되는 것은 참으로 큰 문제이다. 우리 국민이 보유한 전체 자산의 구성은 75%가 부동산이고 금융자산은 25%에 불과하다. 국민이 자신이 소유한 부동산을 거래하는 것은 자연스럽고 불가피하다.

부동산은 국민 모두의 관심사항이지 무주택자나 부자들만의 관심사항이 아니다. 거래와 소유에 지나친 제한을 가하거나 세 부담을 급격히 증대시키면 전 국민의 저항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노무현 정부 때 종부세를 중심으로 부동산 보유에 대해 과세를 강화한 것은 참으로 잘한 정책이었다. 그러나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하면서 정책은 실패했고 종국적으로 대통령이 정책 실패에 대해 사과를 하기에까지 이르렀다. 실패의 이유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종부세 부담을 너무 급격히 올린 때문이었고 다른 하나는 양도소득세 취득세 등록세 등 거래 관련 세금을 내려주기는 커녕 더 강화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취지의 세금인상도 점진적이어야 하는데 당시 좋은 명분을 앞세워 해마다 세 부담을 2~3배씩이나 올렸다. 거래세의 강화에 따라 퇴로가 막힌 상태에서 보유세 부담이 크게 오르니 엄청난 저항이 야기되었고 정책은 실패했다.

그 실패한 정책을 기본적으로 문재인 정부가 다시 답습하고 있어 안타깝다. 세 부담의 점진적 증대가 필요한데 과표현실화는 정부가 설정한 계획에 따라 추진하되 특정 연도의 세 부담 증가분이 전년도 세 부담의 수준보다 크게 증대하지 않게 예를 들면 50% 이내로 제한한다는 보완적 장치를 둬 세 부담이 5년이나 10년의 기간을 두고 서서히 증대되도록 하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9·13 대책도 일부 주택보유자의 세 부담이 짧은 기간에 200~300% 증대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데 크게 우려되는 정책이다.

사실 종합부동산세와 관련한 정책을 두고는 이명박 정부의 실책도 지적되어야 한다. 참여정부의 종부세 강화로 국민의 저항이 거세지자 이명박 정부는 종부세를 크게 완화했다. 저항이 있었지만 점차 정착되어 가던 종부세가 후퇴했는데 노무현 대통령 때 2조 4000억 원(2006년)에 이르던 종부세 징수액이 1조 1000억 원(2011년)으로 급감했으며 최근에도 1조 7000억 원(2017년)에 머물러 원래 도입 취지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양도소득세와 재산세 징수액이 각기 10조 원 규모인 점을 감안하면 종부세 강화 여지는 있다. 다만 그 강화는 5~10년을 두고 점차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정부가 새로운 세율과 현실화된 과표에 의해 산출되는 세액을 제시해 주자. 그리고 급격한 세 부담의 증대를 완화하는 조치를 취해 단기적으로 세 부담을 낮게 해 주고 장기적으로는 점진적 과세 강화가 분명히 이뤄진다는 세 부담에 관한 장기적 정보가 부동산 소유자에게 제시됨으로써 납세자의 조세저항이 완화될 것이고, 부동산 소유자의 장기적 조세계획을 가능하게 해준다.

최근 부동산 가격 폭등의 근본적 원인은 정부의 잘못된 일반 경제정책에 있다. 1100조~2600조 원대 부동자금이 저금리 추세와 맞물려 투자처를 찾지 못해 부동산 시장이 머니게임의 장으로 변질된 것이 근본 원인이다. 자금이 투자처를 찾지 못한 것은 현 정부의 분배중시 정책, 반기업 정책, 각종 규제정책, 불확실성의 증대 등으로 기업의 시설 투자가 계속 축소되어 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의 설비투자를 촉진하는 과감한 정책이 촉진되어야 한다.

주택가격의 폭등을 모두가 우려하고 있다. 특정 지역 특정 단지를 놓고 보면 급등하는 현상이 관찰되기도 한다. 두 가지 통계를 보자.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을 살펴보면 2010년의 비율을 100으로 봤을 때 1986년에 324였다가 2017년에 85로 크게 떨어졌다. 소득 증가율에 비해서 주택가격 상승은 크지 않았다. 언론에서 보는 수치는 지엽적인 내용이고 많은 경우 호들갑의 산물이다.

김정호 교수의 자료에 따르면 1986년 1로 봤을 때 30년 후인 2016년 말 강북연립주택의 가격은 1.6, 강북의 아파트는 3.6, 강남 아파트는 5.9이다. 서민주택이라는 개념에 맞는 강북연립주택 강북 아파트의 경우 30년간 실질적으로는 가격이 떨어졌거나 안정되었고 고급주택지 강남아파트 가격은 상승했다. 전국적으로 볼 때 지방 아파트의 가격은 강북 아파트 가격보다 더 낮게 상승했을 것이기에 가격 폭등은 특정 시점에서의 한정된 지역에서의 현상이다.

지역간 소득간 주택가격 격차확대 통계에서 나오는 올바른 정책적 판단은 무엇인가? 많은 사람들이 부자들이 소유한 강남 아파트 가격을 정부정책으로 잡아야 한다고 할 것이다. 강남 아파트 가격 상승의 가장 큰 요인이 신규택지의 거의 모두를 서민주택 공급에 쏟아 붓느라고 강남에 대체될 신규주택지를 공급하지 않은 결과임을 알아야 한다.

따라서 강남에서의 투기억제에만 초점을 맞춘 부동산정책으로는 강남 아파트 가격 상승이 잡히지 않는다. 양도소득세를 인하해 퇴출 출구를 열어주고 보유에 따른 세 부담을 증대시키기 위해 종부세를 강화해(점진적으로) 가는 것이 최선이고 유일한 고급주택지 공급확대의 통로인 재건축을 활성화 시켜야 한다.

다주택 보유자들이나 고가 1주택 보유자들을 괴롭혀 문제를 해결하려는 잘못된 발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강남의 20억 원짜리 아파트가 25억 원으로 올라가든 15억 원으로 떨어지든 상대적 박탈감이라는 심리적 공항(panic) 빼고는 저소득층의 주택보유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정부가 해야 하는 저소득층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책은 결혼 후 적정시점에 적정가격으로 양질의 주택을 분양받거나 임차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택지개발 및 주택공급 정책을 세우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토지공개념을 부동산 정책의 철학으로 제시했다고 볼 수 있다. 지난 3월 개헌 국면에서 청와대는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토지공개념을 헌법에 명시하는 개정안을 발표했다. 부동산 대책으로 토지공개념 도입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토지공개념은 택지소유상한제, 토지초과이득세, 개발이익환수제로 대표되는 강력한 투기억제 대책으로 노태우 대통령 당시 이미 논의되고 도입된 바 있다. 현 정부의 경우 토지가격 상승억제와 분배정의 실현의 목적으로 토지 사용에 엄청난 제약을 가하거나 중국과 같이 토지 소유권은 국가가 같고 일반은 토지 사용권만 같도록 하자는 내용의 토지공개념이다.

이러한 토지공개념은 시장경제원리를 통째로 무시하는 것이기에 매우 위험한 발상이고 내세우는 목적 달성도 어려울 것이다. 중국의 경험을 보면 토지 국유화가 토지 원가를 낮추고 분배를 개선하는 것으로 입증되지 않는다. 베이징에서는 소득을 한 푼도 안 쓰고 평균 42년을 모아야 집을 살 수 있는데 이는 서울과 일본 도쿄의 17년보다 두 배 이상 긴 기간이다. 소득불평등 지표인 지니계수를 봐도 중국은 0.46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0.30인 한국은 물론이고, 선진국 중 최악이라는 미국(0.39)보다 높다.

부동산정책은 10년 50년 100년의 장기정책이다. 그런데 정부는 5년마다 바뀌기에 장기정책 수립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장기적 구상과 정책의 영속성을 담보하기 위해 국회와 행정부에 각기 특별위원회의 설치를 제안한다.

국회 건설교통위원회 직속으로 주요 정당의 정책위 의장과 외부 전문가들로 임기 10년의 위원회를 구성해 부동산 관련 장기적 정책을 심의해 입법의 영속성을 유지하고 그리고 대통령 직속으로 관계 장관과 전문가를 위원으로 위원회를 구성해 정책수립의 일관성과 영속성을 담보하면 된다.

염려되는 점은 정부의 마구잡이식 부동산정책이 강하게 추진되면 현 정부의 전대미문의 소득주도성장 정책과 결합되어 경제에 큰 타격을 가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최저임금의 큰 폭 인상과 근로시간의 강제적 단축으로 근로자와 기업가 모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부동산 시장에서의 혼선은 경제에 치명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일본의 경험을 잘 배워야 한다. 일본에서 1990년 끝없이 치솟던 부동산 가격을 무너뜨린 것은 금리 인상과 부동산 대출 규제였으며 이로 인해 부동산 가격이 폭락했다. 그 결과 잃어버린 20년 불황이 시작되어 기업은 넘어지고 거리엔 실업자가 넘쳐났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의 경우 참여정부를 시작으로 반 시장적 진보사상이 정치와 경제를 압도하고 있다. 정책의 기조는 반 시장적이다. 촛불혁명을 앞세운 문재인 정부는 개인보다 집단을 앞세우고 보이지 않는 손의 시장보다는 보이는 손의 국가와 관료를 강조함으로써 경제를 더 수렁으로 빠뜨리고 있으며 부동산정책의 경우 참여정부의 뼈아픈 실패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

시장의 원리에 저항하면 어떠한 정책도 실패하기 마련이다. 가슴이 뜨거울수록 머리는 차갑고 냉철해야 한다. 부동산에 대한 현 정부의 정책은 근원적으로 재검토되어야 한다.

글 : 최광 전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 국회예산처장 / 미래한국 편집고문·성균관대 초빙교수 / 메릴랜드대 경제학박사 / 전 보건복지부 장관

출처 : 미래한국(http://www.futur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