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 명 前자유한국당 혁신위원 / 승인 2018.01.08 18:07[외부기고]
좌파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은 아름답다. 인간의 이성 혹은 설계가 완벽 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이들은 ‘경쟁은 무섭고 악한것이므로 우리의 본성을 억제하고 서로를 위해 양보하면 공동체는 평화로울 것’ 이라고 한다.
좌파의 국제사회를 향한 관점 역시 순수하다. 개별국가가 모두의 평화를 위해 자국의 이익을 희생할 수 있다는 믿음, 선의로 이루어지는 대화와 협력이 전쟁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그것이다. 좌파들의 이런 세계관과 한민족이라는 감성이 결합하여 극단적으로 발현된 것이 현 정권의 대북유화정책이다.
문재인 정부의 통일부판 적폐청산TF격인 혁신위원회가 지난 정부의 잇다른 북한 무력도발에 대응한 개성공단 폐쇄 결정에 대해 "초법적 통치행위" 라고 결론을 내린 모양이다.
국정의 최고책임자로서 자국민 보호와 관련된 안보현안에 대해 고도의 전략적 판단에 따라 결단한 정책결정이 '합법적'이냐 '초법적'이냐의 판단 대상인지 의문은 차치하고서라도 의아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현재 한반도 정세가 기존과 크게 변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하긴 '불법적'이라고 발표하지 않은 것 만도 다행인지는 모르겠다.
김정은은 ‘여전히’ 핵미사일 개발에 이어 생화학 무기전을 가열차게 준비중이고 ‘여전히’ 우리와 국제사회를 향한 협박의 수위를 날로 더해가고 있다.
바뀐 것은 한없이 베풀면 북한 정권이 제 스스로 핵무기를 내려놓고 양지로 걸어나올 것이라 믿는 좌파 정부가 한국에 들어선 것 뿐이다. 화전양면전술이라 한다. 북한의 한결같은 대남정책이다. 앞에서 화해의 분위기를 조성하여 우리가 방심한 그 순간에 무력도발을 감행했다.
양두구육의 전형이다. 6.25 전쟁도, 판문점 도끼 만행사건도, 제2 연평해전도 모두 그렇게 일어났다. 그런 북한이 ‘평창 올림픽에 선수를 파견할 의향이 있다. 그러니 ‘알아서 대북지원 사업을 속개하고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하라’ 고 내놓고 협박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의 이 말이 그렇게 반갑나.
그렇게 반가워서 우리나라 피겨 스케이팅 선수들의 출전권을 북한 선수단에 양보하라고까지 해가며 버선발로 맞이하려 하나. 그 신년사를 시작하며 김정은이 제일 먼저 한 말은 “내 책상위에는 핵 미사일 버튼이 있다” 였다. 주권국가의 대통령 문재인은 왜 가장 중요한 본질을 외면하고 있나.
이 정권의 ‘실세’ 는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 신동호 청와대 연설문 비서관 등 86 운동권 출신의 청와대 참모 그룹이다. 이들은 ‘반미·자주·민족’ 으로 요약되는 전대협식 통일운동의 연장선상으로서의 정치인생을 걸었다.
이들에게 그것은 남북화해협력의 길이었으며 서로의 체제를 인정하는 공존의 길이었다. 16,17대 국회의원 재임기간 동안 임종석 실장은 북한 정권에 연 1조원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원해야 한다는 법안을 발의했는가하면 ‘북한의 핵개발은 미국의 경제제제에 의한 고육지책’ 이라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신동호 비서관은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 대표로 재직할 당시 김일성종합대학에 전자도서관을 구축 해줬는가하면 한국이 무단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북한 저작물에 대해 저작권료를 지불하는 사업을 성사시켰다.
빨갱이몰이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이들이 일부 극단적인 반공주의자들이 생각하듯 나라를 통째로 김정일에게 가져다 바치려고 했던 것이 아니었음도 안다. 그러나 슬프게도 남북관계와 북한정권은 좌파들이 햇볕정책이 뭔가를 해내고 있다고 착각했던 그 시절의 믿음들과 정확히 반대의 결과로 우리 앞에 서 있다.
햇볕정책 10년 동안 북한정권으로 공식·비공식적으로 송금된 돈은 재래식 무기 구입과 핵미사일 개발에 쓰여 우리를 위협하는 실체가 되어있으며 북한주민의 삶은 더욱 고립되고 악화되었다. 현대차에서 노무현 정권의 대북지원사업의 일환으로 보내야 했던 차들은 남파 간첩 교육에 쓰였다.
남북교류와 협력의 상징이라던 개성공단의 실체는 좌파정부 10년과 통일부를 통해 홍보된것과는 달랐다. 개성공단에 진입한 우리 중소기업들은 막대한 자산피해와 함께 북한 정권에 대한 혐오감·상처를 얻고 돌아와야 했다.
이 정권의 핵심요직에 다수 포진해 있는 ‘통일지상주의자’ 들은 스스로를 동·서독 통일의 주역 빌리 브란트라고 믿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서독의 수상들은 동독 지원 조건으로 주민들의 자유로운 서신왕래, 베를린 장벽에 설치된 동독의 기관총 철거, 서독에서 송출하는 라디오 방송 개방 등을 차례로 약속받았다.
그리고 이 조건부 지원들은 동독을 무너뜨리는 씨앗이 되었다. 군사적 위협과 긴장완화, 교류와 통일 지향의 실익을 연계해낸 것이다. 그러나 이른바 문재인 정부가 햇볕정책에 이어 달빛정책이 그리고 있는 대북정책의 현실은 집을 나가 깡패가 되어 돌아온 동생에게 돈을 뜯기고 때로는 얻어맞는 모자란 형의 모습이다. 게다가 지금은 북한이 핵을 개발할 의지도 능력도 없다고 애써 믿었던 시절과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국가와 국가 간의 정치는 아름답지 않다. 국제사회는 개별국가가 자국의 핵심이익인 영토와 주권을 지키기 위해 치열하게 싸울 수밖에 없는 무정부상태다. 전쟁을 막는 길은 각 국가가 힘을 기르는 것이다. 상대를 공격했을 때 나의 타격이 더 크다고 예견되면 선제공격은 감행될 수 없다. 않는다.
국제정치를 바라보는 우파의 시각이다. 그리고 세계사는 우파의 시각이 아름답지는 않더라도 현실적이라고 말해주고 있다. 일례를 들어 '세계정부'를 최초로 구상한 사람은 1차 세계대전 직후의 미국 윌슨 대통령이었다. 그렇지만 정작 그 세계정부의 초기 모델이 구성 됐을 때 미국은 참여하지 않았다. 제안국이자 초강대국 미국이 빠지자 ‘세계 정부를 통한 평화’ 는 사상누각이 됐다.
북한은 분단이후 현재까지 한결 같은 전략과 전술로 우리를 대해왔다. 그것을 정확히 꿰뚫어본 후에라야 신북방정책이든 달빛정책이든 가능하다. 현 정부의 대북정책은 아름다운 시각으로 북핵 위협을 풀어가려 했던 김대중·ᆞ노무현 정부의 대북 포용정책의 과오를 보다 적극적으로 답습하고 있다.
결코 주권국가의 그 것이라고 할 수도 없고 위험천만하기 그지없다. 지금은 전 언론을 동원해 남북 평화를 선전할 때가 아니라 북한의 기습 도발을 준비할 때다.
=여 명 前자유한국당 혁신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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