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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의 기본기, 성경읽기

by 설렘심목 2014. 4. 4.

신앙 기본기를 다지는 최선의 방법, ‘성경 읽기’  - 목회와 신학 2014년 4월호

《성경, 이렇게 읽고 통달하라》 이문장 지음/ 두란노/ 272쪽/


이 책은 1부 ‘말씀을 깨우치고 삶에 새기라’와 2부 ‘더 깊은 말씀의 샘에서 기쁨을 얻으라’로 구성돼 있다. 놀랍게도 이 책은 해외에서 성경해석학과 아시아 신학을 가르쳤던 신학 교수의 학문적 편력이나 여정이 거의 배제돼 있다. 언뜻 보면 지극히 평범하고 상식적인 성경 읽기의 방법들을 저자의 체험적인 성경 읽기에 비춰 소박하게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을 쓰면서 난해한 이론이나 유명한 학자들을 의도적으로 한 번도 인용하거나 인증하지 않는다. 대신에 성경을 처음 읽는 독자들이 출발하는 자리에서 안내를 시작한다. 저자는 자신의 학문적 연찬이나 연구 이력을 감춘 채 한글 성경을 읽는 독자들에게 적용 가능한 성경 읽기를 제시한다. 이 책의 핵심은 성경 읽기의 네 차원을 심도 있게 논의하는 데 있다. 책 전체의 중심 논지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기독교 신앙을 갖고 교회 다니는 목적은 예수 닮기에 있으며, 예수 닮기의 핵심은 예수의 성품과 예수의 영적 능력에 참여하는 것이다. 예수 닮기를 위한 한 가지 길이 성경 읽기인데 여기에는 네 가지 목적이 있다. 첫째, 삼위일체 하나님과의 사귐에 참여하기 위함이다. 둘째, 우리의 죄악 된 자아를 십자가에 못 박고 성령의 인도를 받아 그리스도의 형상을 이루기 위함이다. 셋째, 이 땅에서 살아가기 위한 실천적 지혜를 얻기 위함이다. 넷째, 성경에 기록된 성령의 은사와 능력을 오늘의 현장에 재현하고 그것에 참여하기 위함이다.”

성경 읽기가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친절한 안내서
이 책은 1부와 2부로 나뉘어 각각 3장으로 구성돼 있고 그것들은 다시 각각 여러 절의 짧은 단락들로 구성돼 있다. 어떤 방식으로 읽더라도 성경 읽기를 통해 하나님을 알고 그리스도의 형상을 이루며 그리스도의 성품과 능력에 참예하자는 초청이 주조음으로 들린다.

 

1부에서는 세 가지를 강조한다.


첫째, ‘읽는 목적을 분명히 하라는 것이다.’
주 예수 그리스도를 아는 지식의 으뜸성(빌 3:8)에 근거해 저자는 성경 읽기의 목적이 그리스도의 형상에 이르기까지의 성장과 성숙임을 밝힌다. 그리스도의 형상을 닮는다는 말은 예수님의 성품과 영적 능력을 아울러 구비하게 된다는 말이다. 여기서 저자는 성경의 세계에 깊이 들어가 하나님 말씀의 길과 영적 이치를 깨닫고 그 후 깨달은 말씀으로 현실을 밝히는 동시에 우리의 현실을 통해 또다시 성경의 깊은 세계를 통달하는 해석학적 선순환을 제시하고 있다.

둘째, ‘말씀을 받으면 결실을 맺는다’는 점이다.
2장은 성경공부의 네 가지 목적을 다룬 후 성경의 핵심 메시지를 분별하는 훈련의 필요성을 말한다. 저자는 성경의 깊은 세계를 통달하기 위한 묵상 훈련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묵상은 성경말씀을 인지적으로 깨닫는 것을 넘어 성경말씀이 선사하는 영적 세계를 풍성히 체험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셋째는 ‘불량 메시지를 조심하라’다.
여기서 저자는 설교자나 해석자들의 불량 메시지에 대한 경보음을 울린다. 그에 따르면 불량 메시지를 감별하는 기준은 본문의 충실성, 역사적 배경의 충실성, 영적 배경의 충실성이다. 저자는 불량 메시지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상징의 부분성을 무시한다. 상징을 전체 맥락에 상관없이 해석한다. 문자적 해석을 해야 할 곳에서 상징적인 해석을 하고 동시에 상징적인 해석이 필요한 구절에 문자적 해석을 시도한다. 본문에 없는 영적 이치를 만들어내며 해석자 자신의 관점과 관심을 본문에 무리하게 투사해 읽는다.”

 

2부에서 저자는 독자들에게 세 가지 제안을 한다.


첫째는 ‘말씀의 세계로 들어가라’는 것이다.

여기서 저자는 통독과 정독을 넘어 성경 투시독이라는 다소 생경한 개념을 도입한다. 투시독은 성경을 오감 입체적 반응으로 받고 해석하는 방식으로 이그나티우스나 로욜라 등이 개발한 렉치오 디비나와 유사한 읽기다. 독자는 투시독을 통해 성경의 영적 중력의 세계로 이끌려 들어간다. 이 장의 후반부에 나오는 ‘한국인의 시각으로 성경 읽기를 제안하는 논의’와 ‘말씀의 이치를 터득하는 성경 읽기의 정의와 사례들’은 나름대로 저자가 이론과 실천의 순환성을 확신하는 대목이다.
 

둘째는 ‘성경의 언어로 들어가라’다.

이 장은 일부 제외하고는 신학대학원을 다니지 않는 교우들도 능히 실천할 수 있는 제안들을 제시하고 있다. 모든 단어에 주목하라, 사용된 원어를 주목하라, 단수와 복수 여부를 확인하라, 능동태와 수동태를 분별하라, 모든 표현에 주의를 기울이라, 문맥에 주의를 기울이라 등의 지극히 상식적인 성경 읽기의 수순들이다.
이런 읽기는 본문을 통째로 암송해 마음으로 영접한 후 분석적인 해석으로 나아가는 동양적 성경 읽기보다는 서양의 분석적이고 귀납적인 성경 읽기 방법에 가깝다.
 

셋째는 ‘성경의 역사와 문화로 들어가라’다.

저자는 성경 본문의 배후에 있는 교육 환경, 문화 코드, 정치적 배경, 종교적 배경, 영적 차원에 대한 선이해를 강조하는데 실상 이 선이해를 갖기 위해서는 성경 본문 외 개론서, 주석서, 역사 일반에 대한 안내 자료를 확보해둬야 한다. 저자도 그런 점에서 개론서나 견실한 성서주석서, 강해서의 도움이 필요함을 인정한다.


성경의 세계를 통달하기 위한 저자의 분투에서 우러난 이 성경 읽기 안내서는 성경을 읽고 예수님을 체험해보고 싶은 열망을 불러일으킨다. 저자는 평이하고도 소박한 문체로 성경 읽기를 제안하지만 그 이면에는 저자가 성경 읽기를 통해 예수님의 형상을 본받고 싶은 열망을 얼마나 오랫동안 품어왔는지를 짐작케 하는 분투 어린 성찰의 흔적들이 엿보인다. 성경 읽기의 핵심은 예수님의 심장에 잇닿아 그분의 형상을 본받는 데 있으며 참된 성경 읽기는 말씀의 은사와 성령의 은사를 겸비하게 하는 필요조건이다. 이런 저자의 주장은 작금의 한국 교회 목회자들에게 더없이 적실한 충고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