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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듯한세상

30·40代 8쌍, 작은 마을공동체 만들어 시골 이주-소나무마을이야기

by 설렘심목 2013. 5. 3.

 

"우리 애들 대학 안 가도 상관없어요… 행복하면 되죠."


-충남 아산 송악면 '소나무 마을'
생태교육 유명한 거산初 옆에 어른 19명·아이 17명 공동체
학원·공부 걱정없는 아이들, 자연서 밝은 표정으로 자라
장거리 출퇴근하는 아빠들 "불편하지만 장점이 더 많아"

'우리 강빈이 델꼬(데리고) 계신 분~~.'(강빈이네)

'저희 집에 있어요.'(시예네)
'이런, 얼른 집으로 보내주~^^.'(강빈이네)
'강빈이가 밥 먹고 가고 싶대요. 찬은 없지만 그냥 여기서 먹일게요.'(시예네)
'아이고 ㅠㅠ 고마워.'(강빈이네)

 

충남 아산 시내에서 차로 30분쯤 떨어진 송악면 송학리 '소나무 마을'. 어스름 무렵이면 엄마 8명의 휴대전화 카카오톡에 '우리 애 어딨느냐'는 전체 메시지가 뜬다.

이 마을 아이들은 남의 집을 제 집 드나들듯 하며 놀고, 끼니 때면 아무 집이나 가서 "밥 주세요." 한다. 소나무 마을은 '좋은 교육'을 찾아 헤매던 30·40대 젊은 부부 8쌍이 마음에 드는 시골 초등학교 옆에 땅을 사고 집을 지어 직접 일군 곳이다. 어른 19명, 배 속 태아부터 초등학교 5학년생까지 아이 17명이 함께 산다.

◇인터넷에서 만나다.

소나무 마을 사람들은 2010년 인터넷에서 처음 만났다. 경찰, 삼성디스플레이 연구원, 홍보 대행사 이사, 건설 회사 직원 등 직업은 제각각이다. 유일한 공통점은 '아이들이 유년 시절엔 학원·성적 걱정 안 하고 행복하게 컸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다는 점이다.


	충남 아산시 송악면 송학리‘소나무 마을’사람들
충남 아산시 송악면 송학리‘소나무 마을’사람들은 어른이나 아이나 얼굴이 까맣다. 어른들은 열심히 텃밭 일구고 꽃 가꾸고, 아이들은 양말이랑 바지 무릎에 수시로 구멍이 날 때까지 밖에서 뛰어논다. /신현종 기자
"전원에서 아이 키우며 살고 싶은 마음에 부산, 남해, 제주도까지 알아보고 다녔어요. 혼자 집 짓고 살기는 좀 두렵고, 마을 만들어 살면 참 좋겠다 싶던 참이었어요."(박병구씨·47)

각자 이런 꿈을 이룰 방법을 찾다가 인터넷에서 만났다. 이들은 충남 아산시 송악면에 있는 거산 초등학교를 마음에 두고 있었다.

거산초는 '작은 시골학교'의 성공 모델로 꼽히는 곳이다. 농촌 학교라 2001년엔 학생 수가 30명까지 줄어 폐교 위기까지 몰렸는데 교사와 학부모들이 합심해 '생태 교육' '체험 학습'으로 교육과정을 바꾸면서 천안·아산에서 학생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100여명까지 늘어 2005년에는 분교에서 본교로 승격됐다. 지금도 2015년까지 신입생 70~80명이 대기하고 있다.

두 아이를 키우는 안일배(37·삼성디스플레이 근무)·이정인(37)씨 부부는 주변에서 "미쳤다"는 말을 들으며 거산초를 택했다. "주변 사람들처럼 명문대에 목매면서 월 80만원 들여 아이를 영어 유치원 보내며 살기는 싫었어요."(이정인씨)

인터넷에서 서로 마음을 확인한 부부들은 실제로 만나서 계획을 짜고 실행에 옮겼다. 2010년 9월 거산초 근처에 땅 1600평(5290㎡)을 함께 사서 제비뽑기로 집 위치를 정하고 집을 지었다. 마을 근처에 소나무숲이 있어 '소나무 마을'로 이름 붙였다. 경찰관 신은재(38)씨, 홍보 대행사 이사인 정택순(40)씨, 그리고 금융투자회사를 다니는 박병구씨는 직장이 서울이라 아산에서 서울까지 매일 KTX 등으로 출퇴근한다.

소나무 마을은 날마다 캠핑

입주 3년차, 소나무 마을 사람들은 "불편한 점도 있지만, 장점이 훨씬 많아 대만족"이라고 말한다. 우선 아이들이 즐겁다. 1학년 쌍둥이를 거산초에 보내는 정택순씨는 "말을 안 들을 때 '너 그럼 학교 안 보낸다'고 하면 말을 들을 정도로 애들이 학교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봄이면 쑥떡 만들고 화전(花煎) 부쳐 먹는 '생태 체험 교육'이 아이들을 행복하게 만든 것이다.

어른들은 더 신났다. 소나무 마을은 하루걸러 '캠핑장'이다. 지난주에도 전체 카톡이 떴다. '오늘 저녁 6시 모임 은수네 집입니다. 맥주 2병씩, 집에 있는 과일 조금씩 가져와 나눠 먹을까요?^^.'

마을 사람들에게 "애들이 좋은 대학 못 가도 괜찮으냐"고 물었다. 안일배씨가 답했다. "대학 안 가고 농부 해도 괜찮아요. 행복하면 되죠." 박병구씨는 "지금 우리 애들같이 크는 게 소수이고, 어릴 때부터 학원을 도는 애가 다수다. 우리 애들이 귀하게 대접받고 필요해질 날이 올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조선닷컴 김연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