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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듯한세상

국내 최소 8㎡ 초미니교회에서 허례허식을 피한 멋진 결혼식

by 설렘심목 2013. 1. 26.


 우리나라에서 초미니 교회로 손꼽히는 제주시 한경면 용수리 '순례자의 교회'.

 신랑·신부 "허례허식 싫어 조촐한 결혼식 선택"



성인 대여섯 명만 들어서도 비좁은 8㎡ 규모의 이 교회에서 25일 오전 세상 그 어떤 결혼식보다 아름다운 결혼식이 열렸다.
주인공은 대구에서 함께 직장생활을 하며 사랑을 키웠다는 신랑 강명구(39)씨와 신부 최정아(31)씨.

제주도에 있는 초미니교회 8㎡(2.42평) 순례자의 교회에서 화촉을 밝히는 알뜰부부

 

 초미니교회에서 결혼식을 마친 부부의 출발은 알뜰이라는 귀한 이름

 

이 커플은 멋진 턱시도와 아름다운 웨딩드레스를 차려입고 평생의 사랑을 약속하기 위한 장소로 이곳 교회를 선택했다.

이들은 "양가 부모님 등 가족들이 섭섭해하기도 했지만 평생 기억에 남을 우리 부부만의 좋은 추억을 만들고자 이런 단출한 결혼식을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먼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신랑 강씨였다.

돈이 많이 드는 허례허식이 싫어 의미 있는 결혼식을 생각하던 강씨는 블로그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우리나라에서 가장 작은 교회가 제주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돼 최씨를 설득했고, 함께 교회를 둘러본 뒤 결혼식장으로 낙점했다.

이날 결혼식에 함께한 인원도 극소수. 신랑 신부와 주례를 맡은 순례자의 교회 김태헌 목사, 신랑 신부의 직장 동료인 결혼식 증인 3명, 제주에 사는 신랑의 지인 가족 4명이 전부였다.

신부는 인터넷을 통해 드레스를 저렴하게 마련했으며 신랑 턱시도에 다는 꽃장식과 신부 부케는 신부 지인이 솜씨를 발휘해 선물한 것이었다.

김 목사는 기독교 신자가 아닌 신부 최씨를 배려해 성경을 읽고 찬송가를 부르는 과정 등을 축소하고 결혼생활의 지혜를 들려주는 식으로 예식을 진행했다.

예식 말미에는 강씨가 신부를 위해 제작한 영상을 노트북으로 재생해 이를 함께 보던 부부와 하객들 모두 감동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어 김 목사의 지인이 행복한 결혼생활을 기원하는 의미의 색소폰 연주를 선물했다. 교회가 비좁아 색소폰 연주는 바깥에서 이뤄졌고, 부부는 창문을 통해 색소폰 연주를 감상했다.

소박하게 치러진 결혼식이었지만 화촉 점화와 주례, 축하연주와 성혼선언, 기념촬영까지 모든 결혼식 과정이 다 이뤄졌다.

거기다 교회가 올레13코스 길목에 있는 터라 이곳을 지나던 올레꾼들의 축하도 이어졌다.

올레꾼들은 "이런 아름다운 곳에서 결혼식을 올리다니 멋있고 감동적이다", "우연히 하객이 돼 기쁘다. 부부의 행복한 결혼생활을 바란다"고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하객으로 참석한 신랑 친구 이양희씨는 "허례허식 없이 신랑 신부가 서로 사랑하는 진심 어린 마음만으로 결혼식이 진행된 것 같아 더욱 좋고 의미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곳 순례자의 교회에서는 오는 3월 초에 또 한 커플이 결혼식을 올린다.

순례자의 교회 김 목사는 "요즘 결혼식은 찍어낸 듯 다 같은 형식으로 치러지는데다 시간에 쫓겨 평생에 잊지 못할 순간을 정신없이 보낸다"며 "조촐하게 결혼식을 함으로써 신랑 신부가 서로에게 더욱 집중할 수 있고 낭비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신자·비신자 상관 없이 이곳 교회에서 결혼하겠다는 커플은 모두 환영한다"며 앞으로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결혼식이 줄어들길 바랐다.   (제주=연합뉴스) 전지혜 기자
atoz@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