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도락가도 빠져드는 '1일 1식' 열풍 다이어트와 건강 모두 챙기자는 것
세 끼 식사하는 건 의외로 짧은 전통, 한 세기 전 산업화와 함께 정착해…
몇 끼 먹느냐 노심초사하기보다는 약간 모자란 듯 규칙적 小食·절제를
- 김성윤 대중문화부 기자
결론적으로 하루 세 끼는 그리 긴 전통이 아니었다. 비교적 최근에 정착된 식습관이다. 고대 로마에서는 보통 하루에 한 끼만 먹었다. 로마인들은 소화가 잘 돼야 건강하다고 봤다. 하루에 두 끼 이상 먹으면 해롭다고 생각했다. 흔히 ‘저녁 식사(dinner)’로 번역되는 ‘세나(cena)’를 푸짐하게 먹고 나머지 두 끼는 먹지 않거나 빵 조각 따위로 간단히 때웠다. 저녁 식사라지만 지금처럼 오후 늦게 먹지 않고 정오쯤에 먹었다. 한 끼로 절제하는 건 귀족 등 부유층에 해당하는 이야기였고, 절대다수였던 평민은 아마 한 끼밖에 먹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이런 식습관이 그대로 이어졌는지, 이탈리아에서는 지금도 아침 식사를 에스프레소 커피 한 잔과 비스킷 또는 빵 한 조각으로 가볍게 때운다. “아침 식사를 거하게 하는 건 건강에 좋지 않다”고 믿는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19세기까지 대개 조석(朝夕)으로 하루 두 끼 식사가 일반적이었다. 먹을 게 부족했기 때문이다. 인류 역사상 너무 먹어서 비만을 고민한 시기보다 먹거리가 부족해 기아에 허덕였던 시기가 훨씬 길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식사 시간은 다른 생활 습관과 마찬가지로 태양에 의해 정해졌다. 전기가 없던 시절이니 해가 지기 전 모든 일을 처리해야 했다. 등잔불을 밝히려면 값비싼 기름이 필요할 뿐 아니라, 등잔불을 켜더라도 그리 밝지 않아 햇빛이 훨씬 나았다. 해가 뜨면 일어나 간단히 요기하거나 아무것도 먹지 않은 상태로 밭에 나가 일했다. 저녁은 해지기 전에 먹었다.
- 일러스트=이철원 기자
유럽의 사정도 그리 낫지 않았다. 중세 농부들은 아침에 일어나 거의 먹지 않고 밭에 나가 대여섯 시간 일하다 오전 10~11시쯤 집에 돌아와 식사했다. 가장 풍성하게 먹은 게 이때였다. 그러곤 다시 일하다 오후 4~5시쯤 대충 먹고 일찍 잠을 청했다. 홍차에 과자나 샌드위치 따위 스낵을 곁들여 먹는 영국의 티타임(teatime)도 두 끼만 먹었기에 탄생했다. 아침과 저녁 사이에 허기를 참지 못한 베드포드(Bedford) 공작 부인이 1840년쯤 시작했다는 게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아랍 문화권도 식사 시간은 비슷했다. 다만 과학이 발달했던 지역답게 인간에게 가장 이상적인 식사 시간을 연구했고, 그 결과 ‘2일3식’ 즉 이틀에 세 끼를 먹거나 16시간마다 조금씩 먹는 것이 건강에 이롭다고 주장하는 의학자들도 있었다.
하루 세 끼 식사가 보편화한 건 19세기부터였다. 산업혁명이 일어나면서 식사 시간은 자연이 아닌 ‘공장’에 의해 규정되었다. 노동자들은 아침에 출근해 저녁에 퇴근하는 생활을 하게 됐다. 온종일 일하려면 에너지가 필요했다. 아침 일찍 식사하고 출근해 일하다가 점심을 간단히 먹고 집에 돌아와 저녁을 먹는 식사 시간이 정착됐다. 가장 여유 있는 저녁 식사가 자연스럽게 가장 중요해지고 풍성해졌다.
하루 세 끼 식사가 절대적으로 옳거나 이롭거나 지켜야 하는 건 아닌 듯하다. 미국 예일대의 음식 사학자 폴 프리드먼은 “인간이 반드시 하루 세 끼를 먹어야 할 생물학적 근거는 없다”고 했다. 하지만 ‘1식’ 또는 ‘2식’이란 숫자에 집착하면 위험하다. 짧다 해도 수십 년 이상 하루 세 끼 식습관에 익숙해진 몸을 다이어트를 위해 갑자기 한 끼, 두 끼로 줄이면 폭식·과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 번만 먹더라도 열량만 높고 영양이 고르지 못한 패스트푸드 따위를 먹는다면 오히려 해로울 수도 있다. 1일1식 유행의 주인공 나구모씨도 “소식(小食)하는 게 중요하지 하루 한 번만 먹으란 게 아니다”고 강조한다. 외할머니는 과식하는 손자에게 “모자란 듯싶게 먹으라”며 절제를 강조하셨다. 옛 어른들의 지혜는 여전히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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