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연합사’로는 미래가 없다<1>
written by. 김희상
한․미 연합사 해체가 앞으로 대략 3년 정도 남았다. 반대가 하도 거세니까 ‘621조의 막대한 국방비로 국방력을 키우겠다.’고도 했지만 예상했던대로 말뿐 약속은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연합사해체 작업은 착실하게 진행되어 왔다. 북한이 아무리 핵과 미사일을 휘둘러 대고 동북아에 군사적 긴장의 파고가 높아져도 마찬가지였다.
자연히 걱정거리가 하나 둘이 아니었다. 이런 때 지난 10월 24일 워싱턴 제44차 한·미 안보협의회(SCM)에서는 북한의 전면남침에 대한 대비와 핵을 비롯한 북한 비대칭 위협은 물론 국지도발 위협에 대해서도 공동 대처한다는 등 몇 가지 중요한 합의를 이루었다.
그러나 이런 성과들도 2015년 12월1일로 예정된 한·미 연합사(CFC) 해체를 기정사실화 한 데서 크게 빛이 바랬다. 연합사 해체에 대비해 한국군 장성을 사령관으로 하는 ‘미니 연합사’를 신설한다지만 그것으로 현 연합사 해체가 초래할 안보상의 국가적 재앙을 보완 할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 한·미 연합사 체제 본래의 대 전략적 의미와 가치를 고려하면 ‘미니 연합사’체제로 바꾼다는 것은 사실상 현 연합사체제 해체에 다름 아니고 그런 차원에서는 현 정부 초기 해체시기를 2015년으로 연기했던 것과 함께 본의든 아니든 사실상 국민을 호도(糊塗)하는 일종의 꼼수에 다름 아닌 셈이다.
물론 ‘미니 연합사’ 같은 것마저 없다면 그것은 ‘연합방위가 아니라 공동방위’이고, 작전지휘체제를 2원화해서 이길 수 없다는 것은 누구나 우려하는 병가(兵家)의 상식이니까 아예 없는 것 보다는 분명 좀 나을 것이다. 그러나 이 때문에 차후 ‘연합사 해체를 되돌리기 위한’ 미국과의 협상이 그만큼 더 복잡하고 어려워 질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오히려 하지 않음만 못한 합의다.
1. 쉽게 극복할 수 없는 연합사 체제의 상징성
원래 ‘한·미 연합사’ 체제는 이승만 대통령이 한·미 군사동맹으로 터를 닦고 박정희 대통령이 집을 지은 우리 안보상 핵심 지주의 하나다. 한·미동맹을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동맹이라며 세계의 많은 안보 전문가들이 부러워 해온 체제가 바로 이 ‘한·미 연합사’ 체제다. 그것은 연합사라는 존재가 튼튼한 한․미 군사동맹과 그 동맹이 세계 최강 미국군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음을 가장 분명하게 증명해 주는 현실체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 상징성이 지난 수 십 년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지키고 한강의 기적을 뒷받침 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리고 2005년 연합사 해체 논란 당시 미 8군 사령관 캠벨(Charles C. Campbell) 중장이 “한국은 미국 장성, 특히 4성 장군이 지휘관을 맡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의미가 있는지 모르는 것 같다.”고 하던데 실제로 따지고 보면 연합사의 그런 상징성을 확고하게 뒷받침해 주는 것이 ‘미국인 연합사 사령관’이라는 존재다.
그리고 돌이켜 보면 미군 연합사령관은 원만한 한미관계의 유지 관리를 위해서도 매우 유용했다. 햇볕 10년간 워싱턴의 대한 여론이 극한으로 치달을 때 마다 러포트(Leon J. LaPort)를 비롯한 연합사 사령관들은 ‘북한의 위협과 한국 방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미 의회 증언 등을 통해 미국의 인내와 냉정을 되찾게 하는데 많은 역할을 했다. 옆에서 지켜보면서 연합사가 없었더라면 한미동맹은 햇볕정책 10년의 시련을 극복하지 못했을 런지도 모른다 싶었었다.
그럼에도 ‘연합사가 없어져도 한․미동맹은 강화’ 될 것이라고 강변(强辯)하지만 강화되기 보다는 아무리 봐도 점차 형해화(形骸化) 해 갈 가능성이 더 크다. 사실 오늘의 연합사는 한‧미 양국을 이어주던 중요한 동맹의 연결고리이자 양국의 군대를 하나의 유기체처럼 통합시켜 온 핵심적 시스템이다.
그것을 파괴하는데 한·미동맹이 어떻게 그대로 일 수 있겠는가? 당장 연합사가 해체되어(그러니까 미니 연합사가 되어 미국인 사령관이 없어져서) 한국 방위에 대한 미국의 책임이 달라지면 한‧미 방위조약이 갖는 군사적 영향력 자체가 달라질 수밖에 없는 일이 아닌가? 또 이런 연결 고리가 없어지면 한·미동맹은 작은 갈등도 곧바로 파국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매우 허약한 체제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많은 전문가들이 연합사 해체가 자칫 한·미동맹 자체를 부서져 내리게 하고 한국 안보태세의 기축을 흔들게 되지 않을 가 우려 해 온 것이다.
현실 군사적 차원에서도 하나하나 따져 보면 절대로 간과(看過) 할 수 없는 많은 문제점들이 나타난다. 예컨대 과거 한·미 군사동맹을 체결하면서 이승만 대통령이 그렇게 갈구(渴求)하면서도 얻어내지 못했던 것이 ‘한반도 유사시 미국군의 자동개입’인데 그것을 실질적으로 가능하게 만든 것도 ‘미군 사령관’의 효과라 할 수가 있다. 한·미동맹에서는 한반도 유사시에도 미국군은 ‘자동개입’이 아니라 미 의회의 동의 과정을 거쳐야 가능하게 되어 있지만, 연합사 사령관이 미국 장성인 덕분에 미국 군과 교전(交戰)하게 되면 미국이 자동적으로 개입하게 되어 있는 ‘또 다른 미국 법’의 적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제 연합사가 해체되면 그것만으로도 자칫 정말로 북한의 오판을 불러오거나 한반도의 불안정성을 높이게 될 것이고, 미국인 대신 한국군 연합사령관이 지휘하게 되어 유사시 미국군의 실질적 자동개입 장치가 제거 된다면 북한은 더욱 더 강한 기습도발의 유혹을 받게 될 것이다. ‘미니 연합사’ 따위는 아무리 만들어도 이런 근원적 우려를 해소시켜 줄 수는 없을 것이다.
오늘 작계 5027로 대변되는 한국의 방위태세를 강화 하는데도 사실상 미군 연합사령관이 있었기에 가능 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예컨대 대략 1970년대까지만 해도 을지포커스렌즈(Ulchi Focus Lens) 훈련 시에는 항상 북한의 기습남침으로 시작되고 우리 군은 후퇴에 후퇴를 거듭하는 지연전(遲延戰)만 수행하다가 어느 일정 선에서 저지하는 것으로 훈련 상황이 종료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것이 우리 군에 패배주의적 사고를 심어 준다며 매우 섭섭해 했던 기억이 새롭다. 그러다가 연합사가 창설되면서 훈련도 진지해지고 훈련 상황에도 ‘반격 상황’이 도입되더니 점차 발전되어 마침내는 이른바 ‘2부 작전 시’ 북한 핵심 지역에서의 작전과 ‘전쟁 승리’로 훈련을 종결하는 상황으로 변화해 갔다.
그리고 작전계획 상 유사시 증원되는 미군 전략자산도 그에 따라 점차 늘어나더니 마침내 오늘 같은 대규모 전력 증원 계획으로 발전되었다. 생각해 보면 그럴 수밖에 없는 일이다. 세상에 승리를 희망하지 않는 지휘관이 어디 있겠는가? 전승을 희망하다 보니 많은 전력이 필요해지고, 승리 할 수 있는 실질적 계획과 훈련도 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가 미군 4성 사령관이니 그의 요구가 미국 정부와 합참에 대한 설득력을 발휘하기가 한결 용이 했을 것이고 덕분에 오늘의 군사태세가 가능 했을 것이 아니겠는가? 이 모두 ‘미니 연합사’의 한국군 사령관이었다면 꿈도 꾸지 못할 일인 것이다.
2. 한‧미동맹은 칼집, 연합사가 그 칼날
그럼에도 흔히 ‘연합사와 한‧미동맹은 다르다.’면서 한‧미동맹만 튼튼하면 우리 안보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처럼 헛소리들을 하지만, 우리 안보에 대한 기여 효과를 생각하면 오히려 한‧미동맹이 칼집이라면 연합사가 그 칼날이다. 연합사 없는 한·미동맹은 한 장의 종이쪽지에 불과 할 수가 있는 것이다.
예컨대 북한의 전면도발을 억제하고 핵위협에 대처하는 데는 연합사가 서울에 존재하는 것보다 더 나은 방법이 없다. 억제란 본래 심리적인 것이기 때문에 한국이 아무리 막대한 예산을 퍼부어 국방력을 강화한다고 해도 오늘 연합사의 억제력을 대체하기란 쉽지가 않고 북한 핵 등 대량살상무기들까지 고려하면 아예 불가능 하다. ‘연합사를 해체해도 핵우산은 보장해 준다.’고 하지만 실은 연합사가 서울에 존재하는 그 자체가 가장 확실한 핵우산이다. 연합사가 해체되면 핵우산 효과는 이미 크게 훼손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연합사 해체가 갖는 독특한 정치심리적 차원에서의 문제점을 우려하는 사람도 있다. 북한과 종북세력들은 진작부터 한․미동맹이 존재하는 한 적화통일이 어렵다고 보고 한․미동맹의 파괴, 특히 한․미 연합사의 해체에 전력을 기울여 왔다.
그런 그들에게 연합사 해체는 그들의 궁극적 승리를 예언하는 신탁(神託)과도 같을 것이니, 연합사 해체가 핵과 함께 북한 ‘간접침략(間接侵略)’의 위협을 높이고 그 효과를 극대화 시켜 줄 것이라는 우려인 셈이다. 얼핏 우습게 들릴 이야기지만 천안함 연평도 사태 당시 연합사가 없었어도 우리 국민이 그렇게 여유로울 수 있었을 가 생각해 보면 그럴 법도 하다.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는 더욱 더 그렇다. 당장 한반도 통일과정에서는 엄청난 정치적, 경제적, 군사적 소요가 발생 할 것인데 그 소요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나라는 사실상 미국밖에 없고 연합사는 그 양호한 통로이자 관리 기구이기 때문이다.
아니 설사 통일이 된 후라도 욱일승천하는 중국의 기세 속에서 팽창주의적 중화사상을 견제 하고 자유대한이 살아남는데, 연합사만큼 효용성이 높은 기구는 없을 것이다. 만약 세계사의 흐름이 오늘 같다면 북한이 중국의 배타적 영향력 하에 드는 것은 시간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럴 경우 대한민국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 무엇일가? 연합사로 연결된 오늘의 한·미동맹체제를 튼튼히 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인 길이 있을 것인가?
결국 이「연합사로 연결된 한‧미 군사동맹체제」가 과거에 그래왔듯이 지금도 한국의 핵심적 억제력이요 가장 값싸고 효율성이 높은 국방체제인 동시에, 앞으로도 상당기간 함부로 대체할 수가 없는 필수적 국가 안전장치(安全裝置)인 것이다. 그럼에도 일부 우리 젊은 군 간부들까지도 국군의 작전 역량이 높아져서 해체해도 괜찮다는 둥 철딱서니 없는 말을 한다지만 ‘연합사 해체’는 이처럼 우리의 작전적 역량의 제고(提高) 정도로는 원천적으로 극복할 수가 없는 처음부터 차원이 아예 다른 대 전략적 문제인 것이다.
‘미니 연합사’ 체제로 바뀌고 나면 아마도 문제는 이 뿐이 아닐 것이다. 예컨대 한국군 사령관을 중심으로 한국군이 주도(主導)하는 작전을 수행해도 대규모 미 증원군 전개 보장 약속은 제대로 지켜 질 것인가? 아마 어려울 것이다. 아니 미국이 증원하고 싶어도 대통령의 결심과 의회 승인을 포함한 복잡한 의사결정과정과 병력의 집결과 훈련 등 파병 준비과정들을 거치다 보면 적시적절(適時適切)한 증원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될 것이다.
아니 증원 전력의 보장은커녕 기존의 주한미군 병력의 유지도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진작부터 “연합사 해체가 결국은 미군이 한반도에서 발을 뺄 수밖에 없게 할 것”이라는 미국 전문가들은 하나 둘이 아니었지만 실제로 주한미군 추가 감축도 불가피해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평택에 좋은 전용 기지를 만들어 준다고 해결 될 일도 아니다.
만성적 병력부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미국이 2만 8천의 건강한 병력을 일없이 내버려 두기도 쉽지 않은 일이 아닌가? 이른바 ‘전략적 유연성’도 확보했겠다 기회 있을 때마다 이런저런 이유로 조금씩 빼 내다보면 멀지 않아 ‘유령기지’가 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을 것이다. 미국이 아무리 약속을 하고 다짐을 해도 당장이 아니라는 것이지 내일은 나갈 수밖에 없고 올 수가 없게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어쩌면 우리 사회가 ‘주한미군 감축’을 먼저 들고 나설지도 모른다. 우리 사회 종북세력들의 눈에는 ‘한국 방위에 책임이 없는 미군의 주둔지는 미국의 배타적 식민지’에 다름 아닐 것이고, 그리되면 이곳은 좌익들의 ‘반미시위의 성지(聖地)’가 되어서, 혹시 자유민주주의적 신념에 투철하지 않은 좌파 정부라도 나타나면 결국은 주한미군의 장기주둔은커녕 오히려 조기 전면철수를 재촉하게 하는 계기가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보다 실질적인 문제들을 지적하는 군사 전문가들도 많다. 우선 ‘미니 연합사’아니라 무엇을 만들어도 타국 군 지휘관의 작전지휘를 받아 본 적이 없는 미국군이 한국 지휘관에게 심복(心腹) 할지 공연히 결정적 순간에 지휘권을 두고 불필요한 혼선이나 빚어지지 않을 가 하는 근본적인 우려도 있고, 2012년 SCM에서 탐지 30분 안에 북한 미사일을 파괴하기 위한 ‘킬 체인(Kill Chain)’을 2015년까지 구축한다고 했지만 이 역시 우리의 정보·감시·정찰(IRS) 및 정밀타격 능력에 비추어 미국의 도움 없이는 무의미한데 미국의 지원이 적절하게 이루어 질 것인가를 걱정하는 사람도 있다.
그동안에도 미국은 ‘한국 측 부족전력을 지속 지원’하겠다고 다짐 해왔고 우리 정부도 연합사 해체에 대한 대비가 61%정도로 원만하게 이루어지고 있다고들 하지만 실무자나 전문가들의 느낌은 많이 다르다고들 하니 말이다.(konas)
<김희상 육군중장(예)/정치학 박사 한국안보문제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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