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전차가 사라진 것은 정말 아쉽습니다.
좀 더 지혜를 발휘하여 어느 한 노선이라도 보존하였더라면 지금쯤 좋은 구경거리가 되고 분주한 도회지의 삶에서 느림의 미학을 체험할 수 있는 수단이 되었을텐데 말이죠.
당시를 재현한 세트장의 전차
60년대 후반이 되어 이 나라의 경제가 기지개를 틀자 도심의 차들이 급격히 증가하였는데 도로의 복판을 천천히 달려가는 전차는 "교통흐름의 장애물" 로 간주되어 퇴출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왕십리에 살던 나는 전차로 동대문까지 통학을 하였는데 한 달에 한두번은 남은 회수권을 이용하여 영등포와 서대문까지 이 전차를 타고 여행을 했습니다. 전차의 창가로 비추이던 도시의 모습들이 눈에 삼삼한데 특히나 비가오는 날의 시내의 모습은 정겨운 정취가 있었지요.
매년 8월 15일 광복절이 되면 전체를 꽃그림으로 장식한 "꽃전차"가 시내를 돌았는데 친구들과 거리로 나와 꽃전차가 지나가기를 목을 빼고 기다리던 기억도 나는군요. 또 여름에는 이따금 "물전차" 도 운행하여 뜨거워진 레일에 물을 뿌려주며 달려가기도 하였지요.
동대문역을 출발하는 꽃전차
<기계장치에 대한 호기심>
그런데 이 전차에 대한 기억이라면 전차내부의 기계장치들에 대한 기억을 빼놓을 수 없죠.
나는 전차를 타면 반드시 차장 아저씨 옆에 서서 그 분의 운전하시는 모습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지켜보곤 했는데...차장과 함께 앞면의 유리창을 내다보면 마치 내가운전하는듯한 즐거움을 맛볼 수 있었던 것입니다.
전차의 조종장치는 아주 간결하여 계속하여 눈여겨보니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더군요.
그 눈여겨 본 기억으로 운전석의 모습을 한 번 묘사해 보겠습니다.
전차의 운전석
맨 오른 쪽의 사각통은 속도를 조종하는 콘트롤 박스입니다. 외함에는 검정색 칠이 칠해진 철판커버가 씌워져 있었으나 일부는 얇은 나무판으로 두른 것도 있었습니다.
사각통 위에는 주물로 만들어진 뚜껑을 씌웠는데 뚜겅의 표면에는 속도의 각 단계를 나타내는 글자가 돋을새김으로 새겨져있어 그 모양이 조선시대 해시계를 연상시키는 특유의 아름다움이 있었습니다.
뚜껑위에 있는 핸들을 단계를 맞추어 시계의 반대방향으로 돌리면 그 돌린 정도에 따라 속도가 변속되었던 것입니다.
좀 기술적으로 언급하면 직류모터 코일의 결선방법을 바꾸어 속도를 변속하는 변환장치였습니다.
가운데의 압력계와 에어 브레이크는 압축공기의 힘으로 제동을 거는 장치이며, 맨 우측의 핸들은 비상시 수동으로 제동을 거는 장치입니다. 이 장치 아래에 제동을 돕기위하여 레일에 모래를 뿌려주는 장치가 있다고 들었는데 그 장치를 본 기억은 없군요.
전차의 운전석에는 의자가 없이 그냥 서서 운전을 했는데 그림과 같이 운전석의 아래에 벨 버튼이 설치되어 이를 밟으면 뛰~뛰~ 하는 경적이 울리게 됩니다.
또 이 그림에는 나타나있지 않으나 우측 창문의 윗쪽에 나이프 스위치 함(두꺼비 집)이 있어서 공중에 있는 전선과 연결된 트로리(집전(集電)장치)를 통하여 들어온 전기가 이 스위치를 거쳐 "콘트롤 함"으로 보내지게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전차가 낡다보니 이 스위치도 낡아서 이따금씩 전차의 진동에 저절로 스위치가 열리면서 전기가 합선되는 꽝! 소리를 냈습니다.
아마도 전차를 타 보신 분들은 누구나 한 번씩은 놀란 기억이 있으실 것입니다.
그리고 중앙의 창문위에는 노선 표지판을 갈아끼우는 작은 창이 있었는데 여기에 작은 백열등이 켜져 야간에 표시판을 밝혀 주었습니다.
이와같이 전차는 그 전차와 관련되어 만들어진 수많은 추억과 더불어 그 전차의 모습 자체가 나에게는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있는 것입니다.
<전차와의 이별>
시간이 흘러 교통에 장애가 되는 전차를 폐기하자는 정책을 세우면서 당국은 학생들을 동원하여 전차의 이용객 수를 면밀하게 따져보기로 했습니다.
그리하여 어느 날, 체크맨으로 발탁되어 동대문 역에 집합한 나와 친구들은 하루종일 전차를 타고 서대문, 영천, 마포, 노량진과 영등포...그리고 왕십리를 원없이 여행하면서 오르내리는 승객수를 체크하였던 것이지요.
동대문 전차 종점
이 날이 내가 전차를 타 본 마지막 날이었고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전차길은 철거되기 시작하였습니다.
무척이나 섭섭하더군요.....그래도 체크맨으로 동원되어 사라져 갈 전차와 하루를 함께 지냈다는 것, 그 시절을 반추하면서 그 작은 인연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좀 더 지혜를 발휘하여 어느 한 노선이라도 보존하였더라면 지금쯤 좋은 구경거리가 되고 분주한 도회지의 삶에서 느림의 미학을 체험할 수 있는 수단이 되었을텐데 말이죠.
당시를 재현한 세트장의 전차
60년대 후반이 되어 이 나라의 경제가 기지개를 틀자 도심의 차들이 급격히 증가하였는데 도로의 복판을 천천히 달려가는 전차는 "교통흐름의 장애물" 로 간주되어 퇴출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왕십리에 살던 나는 전차로 동대문까지 통학을 하였는데 한 달에 한두번은 남은 회수권을 이용하여 영등포와 서대문까지 이 전차를 타고 여행을 했습니다. 전차의 창가로 비추이던 도시의 모습들이 눈에 삼삼한데 특히나 비가오는 날의 시내의 모습은 정겨운 정취가 있었지요.
매년 8월 15일 광복절이 되면 전체를 꽃그림으로 장식한 "꽃전차"가 시내를 돌았는데 친구들과 거리로 나와 꽃전차가 지나가기를 목을 빼고 기다리던 기억도 나는군요. 또 여름에는 이따금 "물전차" 도 운행하여 뜨거워진 레일에 물을 뿌려주며 달려가기도 하였지요.
동대문역을 출발하는 꽃전차
<기계장치에 대한 호기심>
그런데 이 전차에 대한 기억이라면 전차내부의 기계장치들에 대한 기억을 빼놓을 수 없죠.
나는 전차를 타면 반드시 차장 아저씨 옆에 서서 그 분의 운전하시는 모습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지켜보곤 했는데...차장과 함께 앞면의 유리창을 내다보면 마치 내가운전하는듯한 즐거움을 맛볼 수 있었던 것입니다.
전차의 조종장치는 아주 간결하여 계속하여 눈여겨보니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더군요.
그 눈여겨 본 기억으로 운전석의 모습을 한 번 묘사해 보겠습니다.
전차의 운전석
맨 오른 쪽의 사각통은 속도를 조종하는 콘트롤 박스입니다. 외함에는 검정색 칠이 칠해진 철판커버가 씌워져 있었으나 일부는 얇은 나무판으로 두른 것도 있었습니다.
사각통 위에는 주물로 만들어진 뚜껑을 씌웠는데 뚜겅의 표면에는 속도의 각 단계를 나타내는 글자가 돋을새김으로 새겨져있어 그 모양이 조선시대 해시계를 연상시키는 특유의 아름다움이 있었습니다.
뚜껑위에 있는 핸들을 단계를 맞추어 시계의 반대방향으로 돌리면 그 돌린 정도에 따라 속도가 변속되었던 것입니다.
좀 기술적으로 언급하면 직류모터 코일의 결선방법을 바꾸어 속도를 변속하는 변환장치였습니다.
가운데의 압력계와 에어 브레이크는 압축공기의 힘으로 제동을 거는 장치이며, 맨 우측의 핸들은 비상시 수동으로 제동을 거는 장치입니다. 이 장치 아래에 제동을 돕기위하여 레일에 모래를 뿌려주는 장치가 있다고 들었는데 그 장치를 본 기억은 없군요.
전차의 운전석에는 의자가 없이 그냥 서서 운전을 했는데 그림과 같이 운전석의 아래에 벨 버튼이 설치되어 이를 밟으면 뛰~뛰~ 하는 경적이 울리게 됩니다.
또 이 그림에는 나타나있지 않으나 우측 창문의 윗쪽에 나이프 스위치 함(두꺼비 집)이 있어서 공중에 있는 전선과 연결된 트로리(집전(集電)장치)를 통하여 들어온 전기가 이 스위치를 거쳐 "콘트롤 함"으로 보내지게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전차가 낡다보니 이 스위치도 낡아서 이따금씩 전차의 진동에 저절로 스위치가 열리면서 전기가 합선되는 꽝! 소리를 냈습니다.
아마도 전차를 타 보신 분들은 누구나 한 번씩은 놀란 기억이 있으실 것입니다.
그리고 중앙의 창문위에는 노선 표지판을 갈아끼우는 작은 창이 있었는데 여기에 작은 백열등이 켜져 야간에 표시판을 밝혀 주었습니다.
이와같이 전차는 그 전차와 관련되어 만들어진 수많은 추억과 더불어 그 전차의 모습 자체가 나에게는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있는 것입니다.
<전차와의 이별>
시간이 흘러 교통에 장애가 되는 전차를 폐기하자는 정책을 세우면서 당국은 학생들을 동원하여 전차의 이용객 수를 면밀하게 따져보기로 했습니다.
그리하여 어느 날, 체크맨으로 발탁되어 동대문 역에 집합한 나와 친구들은 하루종일 전차를 타고 서대문, 영천, 마포, 노량진과 영등포...그리고 왕십리를 원없이 여행하면서 오르내리는 승객수를 체크하였던 것이지요.
동대문 전차 종점
이 날이 내가 전차를 타 본 마지막 날이었고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전차길은 철거되기 시작하였습니다.
무척이나 섭섭하더군요.....그래도 체크맨으로 동원되어 사라져 갈 전차와 하루를 함께 지냈다는 것, 그 시절을 반추하면서 그 작은 인연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출처 : 담양맛집
글쓴이 : 남대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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