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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그림&좋은글

설중매의 직언

by 설렘심목 2009. 12. 22.

고려조를 뒤엎고 "조선"을 건국한 이태조는 어느날 여러 공신들과 송도 장안의 기생들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잔치를 베풀었다. 잔치가 한창 무르익어 갈 무렵에 술이 거나하게 취한 정승이 옆에 앉은 설중매라는 유명한 기생에게 희롱을 걸기 시작했다.


"애 설중매야, 소문을 듣자니 너는 아침에는 동쪽 집에서 밥을 먹고, 저녁에는 서쪽 집에서 잠을 잔다는데, 그렇다면 오늘밤에는 정승인 나하고 같이 잠자는것이 어떻겠느냐? ㅎㅎ"


일등공신이라는 우월감에 젖어 한껏 거드름을 피워가며 말하자, 좌중의 여러신하들은 손뼉을 치면서 환호성을 질렀다.

그러나 이때 설중매는 대감 얼굴을 뚫어지게 노려보다가 말했다.

"대감님 말씀은 참으로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소문대로 동쪽집에서 밥을 먹고 서쪽집에서 잠을 자는 이 설중매와 어제까지는 고려왕을 섬기다가 오늘은 이씨왕을 섬기는 대감이 함께 어울린다면 그거야말로 천생연분이 아니겠습니까?하고 서슴없이 대꾸를 하였다.


설중매의 이 한마디에 대감은 물론이고 좌증의 여러 벼슬 아치들도 모두 할말을 잃었다.
그뿐 아니라 충신은 두 임금을 섬기지 않는다 고 끝까지 저항을 하다가 죽음을 당한 정몽주나 최영 장군같은 충신들에 대한 부끄러움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준 설중매의 비수같이 날카로운 유머는 참으로 기상천외의 멋진 대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