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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듯한세상

아들아..사랑한다. 나은 情보다 기른 情

by 설렘심목 2010. 7. 25.

친자식처럼 키운 ‘옆집 사는 주영이’
“바르게 자라는 모습 지켜보고 파” 
대전 중구 박옥천씨
[로컬세계] 대전시 중구 문창동주민센터 인근에 사는 박옥천(61)씨와 임주영(10)군은 영락없는 모자사이다. 이웃 간인 박씨와 주영이가 인연을 맺은 건 9년 전 주영이가 태어나면서부터다. 그녀는 주영이의 탄생을 지켜보았고 지금도 친자식처럼 돌보고 있다.

뙤약볕이 내리쬐는 어느 여름날, 땀을 뻘뻘 흘리며 집앞 골목에 들어선 초등학교 2학년 주영이는 신이 난다. ‘엄마보다 더 엄마’ 같은 박옥천씨가 저 앞에서 기다리는 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엄마!”를 부르며 달려드는 주영이를 품에 안고 박씨가 답한다. “아들아!”

주영이가 네살되던 해 아이의 부모는 이혼했다. 엄마까지 집을 나가면서 주영이는 일흔을 넘긴 할머니와 단 둘이 살게 됐다. 주영이가 태어날 때부터 돌봐주던 박씨는 이때부터 더욱 정성을 기울여 주영이를 보살피기 시작했다.

“주영이는 자기를 낳은 엄마는 보고 싶다고 하지 않아요. 하지만 박씨를 하루만 못 봐도 시무룩해질 정도로 엄마라고 따르며 좋아합니다” 주민들은 둘 사이가 여느 모자사이보다 돈독하다고 전한다.

박씨는 4년간 병석에서 고생하던 남편을 내조하면서도 주영이 돌보는 일에 소홀하지 않았다. 주영이가 유치원에 가면서부터는 공부하는데 필요한 준비물까지 빠짐없이 챙겨준다.

한밤중에도 주영이가 아프다는 연락이 오면 바로 뛰어가 지극정성으로 보살필 정도로 박씨의 애정은 대단하다.

“주영이는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좋아하는 건강한 아이죠. 여건이 허락하는 한 주영이가 바르게 자라는 모습을 옆에서 계속 지켜보고 싶은 마음입니다” 환갑을 넘긴 그녀는 주영이가 듬직하게 성장한 모습을 상상하고 있는지 어느새 눈시울을 붉힌다.

아이 덕에 삶의 의미 찾아

문창동주민센터에서 청소 등 자활근로를 하고 있는 박씨는 병석의 남편을 몇해 전 떠나보냈다.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적적한 분위기에 휩싸여 있을 때면 큰 힘이 돼 준 사람이 바로 주영이다.

기쁨은 두배가 되게 하고, 슬픔은 덜게 만드는 주영이의 해맑은 웃음은 그녀에게 새로운 삶의 의미를 부여했다. 남편을 떠나보낸 자리에 주영이가 함께 있다는 건 박씨에게 너무나도 큰 선물이다.

“시집간 큰딸과 간호사로 일하는 작은딸도 주영이를 친동생처럼 아껴요. 수시로 옷이나 맛있는 것을 선물로 줘 주영이도 친누나처럼 따르고 있죠. 가족과 다름없는 주영이와 함께 할 수 있다는 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입니다”

이웃들은 주영이를 “박씨가 가슴으로 낳은 자식”이라고 부른다. 아이가 예쁘게 크고, 예의도 발라 신통하다며 칭찬일색이다. 그녀가 따뜻한 정성으로 주영이를 보살피는 덕이다.

“할머니뻘 되는 박씨를 친구들 앞에서도 창피해 하지 않고 엄마라고 밝게 부르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자기 자식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요즘 세상에 이웃 아이를 훈훈한 정으로 돌보는 박씨를 ‘희망’이라고 부르지 않으면 뭐라 하겠습니까”

로컬대전 = 김용현 기자 9585ky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