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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그림&좋은글

해우소(解憂所) 이야기

by 설렘심목 2018. 2. 28.


◆해우소(解憂所) 이야기
금문교는 샌프란시스코를 빠져나가는 유일한 북쪽 통로로 세계 최고의 자살 명소입니다.

매년 30명 이상이 금문교에서 투신하는데

그 대부분의 사람들은 태평양 쪽을 등지고 샌프란시스코만을 바라보는 방향으로 뛰어내렸습니다.

망망대해 보다는 삶의 현장 쪽을 바라보면서 삶을 마감했던 것입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금문교로 들어가는 입구에 식당이 하나 있습니다.
그 식당의 주차장에 차를 세우는 것이 금문교로 걸어 들어가는 가장 가까운 길입니다.

금문교를 구경하려는 사람들로 항상 북적이는 곳인데 그 식당의 주인은 항상 식당을 찾은 사람들을 유심히 관찰하고,

그들 중에서 자살하려고 금문교를 찾은 사람을 금방 알아봅니다.
그런 사람을 발견하면 식당 주인은 특별히 밝은 웃음으로 맞으며 특별한 메뉴를 권합니다.

죽음을 앞둔 사람들은 대부분 식당 주인이 권하는 메뉴를 먹는데, 그 메뉴에는 아주 강력한 설사약이 들어있습니다.

식사를 했던 사람들은 금문교로 걸어들어 갔다가 대부분 식당으로 돌아와 화장실을 찾습니다.

투신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금문교의 가운데 부분에 있는 가로등 옆에서 뛰어내리고,

식당에서 그 가로등까지는 약 1.4km의 거리로 20여분을 걸어야 하는데 대부분 그 전에 설사가 나서 돌아오는 것입니다.

투신하려고 다리를 찾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금문교의 엄청난 높이를 보고 손발이 찌릿한 두려움을 느끼지만

자살을 작정한 마음의 부추김을 바꾸지 못한 채 다리 한 가운데로 갑니다.

그 상황에서 배가 아프기 시작하면 급하게 화장실에 가야하는 죽음보다 급한 일이 생기고

그것이 모든 마음의 관성을 멈추게 해서 한 달음에 다리에서 되돌아 나오게 합니다.
바지에 설사를 할 것 같은 곤란한 상황을 필사적으로 참아내고

화장실에서 배변의 쾌감을 만끽하면서 당면한 문제를 해결한 사람들에게는

어떤 마음의 여유가 생기는데 그 때 화장실 문에 적혀있는 글귀가 보입니다.

“죽음보다 더 급한 것이 있다면 너는 아직 죽을 때가 아니다.

한 달 전에 무슨 고민을 했었는지 지금 기억나지 않는 것처럼 모든 파도는 금방 지나가고

파도는 바다에 상처를 남기지 않는다.”

화장실을 나온 사람들은 대부분 다리 쪽으로 가지 않고 자신의 삶으로 돌아갑니다.

식당의 홀보다 정성스럽게 꾸며놓은 해우소(解憂所)를 통해 많은 사람들을 죽음의 문턱에서 삶으로 되돌려 보내고 있는

그 식당의 주인은 사랑하는 사람을 금문교에서 잃었습니다. 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