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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사설]나라 망칠 투표결과에 환호하는 그리스 국민을 보며 외...(뉴스분석)

by 설렘심목 2015. 7. 7.
[사설]나라 망칠 투표결과에 환호하는 그리스 국민을 보며

동아일보  입력 2015-07-07 00:00:00 수정 2015-07-07 14:52:32

 

빚더미 위의 그리스가 5일 채권단의 협상안에 대한 국민투표에서 ‘반대’를 선택했다. 그리스 국민은 예상 밖의 개표 결과가 나오자 광장으로 몰려나와 환호했지만 이 나라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은 유로존 국가들이다. 이들은 7일 긴급 정상회담을 열어 3차 구제금융 지원을 거부하고 그렉시트(Grexit·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로 떠밀지, 아니면 새 협상안을 놓고 타협할지를 논의한다. 그리스 국민은 벼랑 끝에 섰다.

그리스가 허리띠 졸라매기를 거부하는 ‘간 큰’ 채무자가 된 것은 400년간의 오스만튀르크 지배에서 1821년 독립한 뒤 절반을 디폴트(채무 불이행) 상태로 보낸 역사와 무관치 않다. 이로 인해 국제사회가 어떻게든 해주겠지 하는 국민정서가 퍼져 있다. 그리스가 디폴트 되면 국제 채권단도 약 1조 유로의 손실을 보게 된다. 채권단이 손 놓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그리스 국민은 1월 총선에서 ‘유로존 잔류, 긴축안 반대’를 내건 급진좌파연합에 승리를 안겨줬고, 이번엔 무책임한 정치인들이 내민 ‘자살유서’에 서명한 셈이다.

폴 크루그먼 등 일부 경제학자들은 2010년 이후 구제금융 대가로 강력한 긴축프로그램을 실행해온 그리스가 경제위기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것은 지나친 긴축으로 경제 자체가 붕괴됐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러나 분에 안 맞는 소비, 세입을 능가하는 세출을 계속하는 태도로는 경제를 살릴 수 없다. 1981년 사회당이 집권하면서 퍼주기식 복지를 시작했고 국민은 당근에 맛을 들였다. 2001년 유로화 가입은 이를 더욱 부채질했다. 생산성과 무관하게 서유럽처럼 임금을 2배 이상, 최저임금을 70%가량 올리면서 부채비율이 급격히 늘었고 결국 빚을 갚지 못하는 처지에 이르렀다. 한마디로 선진국이 됐다는 착시 현상에 빠져 흥청망청한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것이다.

그리스의 타락한 정치가 타락한 국민을 낳은 것인지, 타락한 국민이 타락한 정치를 낳은 것인지는 답하기 어렵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는 “국민투표에서 반대가 많이 나와야 채권단과의 협상에 유리하다”고 강조했을 뿐, 반대표가 유로존 탈퇴를 의미한다는 진실도 말하지 않았다. 그리스 국민은 설령 그렉시트가 돼도 유로존 잔류보다 나을 수 있다는, 검증되지 않은 주장에 속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렉시트는 그리스의 정상화를 더욱 늦추는 패착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리스를 보면서 국민이 깨어 있어야 나라가 산다는 점을 절감한다.

 


 

[뉴스분석]긴축안 차버린 그리스… 유로존 금갔다

 

구제금융안 국민투표 ‘反61% 贊39%’   총리 “채권단과 부채탕감 재협상”  

유로존 19개국 7일 긴급정상회의  “그리스, 유로존 이탈 가능성 70%”  

코스피 3년만에 최대폭 50P 급락

그리스에서 5일 실시된 국민투표에서 ‘긴축 반대’ 의견이 압도적인 승리를 거둬 그리스와 유로존의 앞날이 안갯속으로 빠져들었다. 이날 밤 채권단 협상안의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유권자 약 985만 명)의 최종 개표 결과 반대가 61.3%로 찬성(38.7%)을 22.6%포인트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투표 전 여론조사에서 박빙의 승부를 보일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반대’가 ‘찬성’을 압도하자 아테네 시민 수천 명이 국회의사당 앞 신타그마 광장에 몰려나와 그리스 국기를 흔들며 환호했다.

국민투표로 재신임을 받은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채권단에 즉시 협상을 제안하며 “이번 협상에선 국제통화기금(IMF) 보고서의 분석대로 30% 채무 탕감(헤어컷)과 만기 20년 연장을 의제로 올리겠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국민투표와 관련한 성명을 내고 그리스 국민의 뜻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양대 채권국인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프랑스의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6일 저녁 파리 엘리제 궁에서 긴급 회동을 하고 그리스 대책을 논의했다. 7일 19개 유로존 회원국의 긴급 정상회의에는 치프라스 총리도 참석할 예정이어서 새로운 구제금융 협상 재개에 대한 합의를 이뤄 낼지 주목된다.

이런 가운데 야니스 바루파키스 그리스 재무장관이 6일 전격 사임했다. 치프라스 총리가 그동안 채권단 측의 거부감이 컸던 바루파키스 장관을 사퇴시켜 협상력을 강화하려는 포석이라고 AFP통신은 전했다.

그리스 국민투표 결과로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이탈)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이날 BNP파리바는 70%, 크레디트스위스(CS) 그룹은 75%, 독일 코메르츠방크는 3분의 2의 확률로 그렉시트가 현실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그리스 국민투표 결과가 ‘반대’로 나오자 그렉시트 우려 속에 한국 일본 호주 등 아시아 증시가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코스피는 6일 전 거래일보다 50.48포인트(2.40%) 내린 2,053.93으로 마감하며 2012년 6월 4일(―2.80%) 이후 3년여 만에 가장 큰 하락 폭을 나타냈다. 이날 일본(―2.08%) 홍콩(―3.18%) 등 대부분의 아시아 증시가 줄줄이 급락했다. 유럽 증시도 독일이 2.11% 하락하는 등 급락세로 출발했다.

아테네=동아일보 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