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15-03-23 09:32:00 수정 2015-03-23 11:59:09
23일 타계한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는 ‘싱가포르의 국부’로 통한다. 26년간의 총리 재임기간 중 도시국가였던 싱가포르를 작지만 강한 ‘강소국’으로 발전시킨 그에게는 ‘작은 거인’ ‘소프트 독재자’ 등의 여러 별명이 붙어 다녔다. ‘국가가 개인에 우선한다’는 철학으로 개발독재 방식을 추구해 한국의 박정희 전 대통령과도 종종 비교된다.
● 시대를 만든 인물
싱가포르는 국가 브랜드가 뚜렷하다. 싱가포르는 부패가 적고 거리가 깨끗한 나라라는 긍정적 이미지를 갖고 있다. 반면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에게도 태형을 때려 체벌하는 나라라는 부정적 이미지도 따라다닌다. 이같은 싱가포르 이미지는 리 전 총리의 영향이 절대적이었다. 동갑내기 외교계 거물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은 그를 ‘시대를 만든 인물’이라고 극찬했다.
소년 리콴유는 부잣집 도련님이었다. 1923년 싱가포르로 이주한 중국계 사업가 집안에서 태어나 풍족하게 자랐다. 하지만 그의 집안은 영국식 사고와 생활방식을 따랐다. 국제 증기선에 일하며 영국인 선원들의 합리적 사고방식을 경험한 할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할아버지는 리콴유를 ‘해리’라 부르며 중국어보다 영어를 먼저 가르쳤다.
리콴유는 1935년 명문 래플스학교에 수석 입학했고 졸업할 때도 수석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평온한 일상은 1942년 태평양 전쟁을 겪으며 무너졌다. 전쟁 통에 집안 형편이 기울면서 생활전선에 내몰린 것. 그는 암시장에서 고무풀을 내다팔았다. 또 일본군 선전부에서 근무하며 생활비를 벌었다.
이 시기 그는 현실에 눈 떴다. 특히 할아버지의 죽음은 그를 정치적으로 각성시켰다. 이웃들이 수시로 일본군에 끌려가는 상황에서 그는 용케 살아남았다. 훗날 그는 “일본군 치하에서 권력을 차지하고 사람을 다스리는 정치의 속성을 몸으로 익혔다. 결국 살아남았다는 점에서 나를 ‘여우’라 불러도 좋다”고 회고했다.
종전 뒤 그는 영국으로 건너가 케임브리지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했다. 영국 변호사 자격증을 따고 1950년 고국에 돌아온 그는 영국 변호사 존 레이콕의 사무실에 들어갔다. 이후 그는 진보당 후보로 출마한 상사의 선거운동을 도우면서 운명처럼 정치에 첫발을 내딛었다.
1951년엔 더 큰 기회가 찾아왔다. 전국 최대 규모인 집배원·전화교환수 노조가 그에게 일은 맡긴 것. 리콴유는 사건을 매끄럽게 해결해 일약 스타 변호사로 떠올랐다.
이후 그의 정치 행보는 탄탄대로를 달렸다. 노동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얻은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1954년 인민행동당(PAP)를 창당했다. PAP는 1959년 5월 온건·합리 노선으로 다양한 민족의 지지를 받으며 집권당이 됐다. 리콴유는 자동으로 초대 싱가포르 자치정부 총리에 취임했다.
● ‘살아남아야 한다’
그는 곧바로 팔을 걷어붙였다. 서울시만한 면적에 자원도 인구도 부족한 도시국가. 리 전 총리는 싱가포르 홀로 성장하기엔 역부족이란 생각에 말레이시아 연방 가입을 결단했다. 하지만 양측 관계는 말레이시아의 일방적인 추방으로 끝났다. 말레이시아에겐 사사건건 목소리를 높이는 중국계 총리가 눈엣가시였던 것이다.
‘살아남아야 한다’는 절박함으로 그는 국가 발전의 밑그림을 그렸다. 이스라엘의 자문을 받아 군대를 창설한 뒤 경제로 눈을 돌렸다. 싱가포르는 경제발전 모델로 이스라엘을 따랐다. 양국은 적대적 국가에 둘러싸여 있고 자원이 없는 소국이란 점에서 비슷했기 때문이었다.
리 전 총리는 이스라엘처럼 주변국이 아닌 미국 유럽 등 선진국과 주로 교역했다. 다국적 기업이 7000여 개에 달하는 지금의 대외개방 정책도 여기에 뿌리를 두고 있다. 당시 야권은 당시 유행했던 ‘제국주의 국가가 제3세계를 착취한다’는 종속이론을 들어 그의 경제정책에 반대했다. 리 전 총리는 “이론도 먹고 살 수준이 돼야 논할 수 있다”며 밀어붙였다.
경제가 부흥하면서 지도층의 도덕적 해이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리 전 총리는 “부패는 망국의 지름길”이라며 엄벌로 다스렸다. 측근도 봐주는 법이 없었다. 1986년 개국공신이자 최측근인 태 치앙완 국가개발부장관이 두 차례에 걸쳐 40만 싱가포르 달러의 뇌물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자 그는 망설임 없이 구속수사를 지시했다. 결국 태 장관은 감옥에서 자살했다.
본인에게는 더 엄격했다. 1995년 부동산 급등으로 자신의 일가에 대한 투기 의혹이 일자 조사를 자청했고, 무혐의 결론이 난 뒤에는 차익을 모두 기부했다. 싱가포르의 청렴 풍토는 이런 바탕에서 싹텄다.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 동아일보DB
● ‘아시아적 가치’
리 전 총리는 “질서를 넘어선 자유는 용납되지 않는다”며 강력한 법치로 다스렸다. 태형은 이러한 철학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재임시절 담배꽁초 투기, 화장실 물 내리기 등 사소한 부분까지 통제했다. ‘일일이 간섭하는 유모국가’라는 국제사회의 비판에 그는 “정부는 국민을 교육하고 올바른 생활습관을 가르칠 의무가 있다”고 반박했다.
원칙주의는 외교계에서도 빛을 발했다. 1988년 자국민을 살해한 인도네시아 군인 2명을 사형시켰고, 1993년 미국 청년 마이클 페이가 싱가포르의 질서를 어지럽히자 당시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압박을 받으면서 끝까지 태형을 집행했다.
그의 사상은 ‘아시아적 가치’로 요약된다. “서양은 사회질서 유지 기능이 정부로 넘어간 반면 아시아는 가족문화가 강하게 자리 잡고 있기에 지도자는 국민의 생활을 통제하고 잘못하면 매를 때려도 된다”는 게 골자다.
그는 1994년 미국 정치잡지 ‘포린 어페어스’를 통해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이에 대한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3,4월호에서 리콴유가 “아시아에 서구의 민주주의는 맞지 않는다”는 논지를 펼치자, 김 전 대통령은 11·12월호에서 “아시아의 문화도 민주주의를 존중하는 전통이 있다”고 반박했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두 정치인의 논쟁에 외신들도 큰 관심을 보였다.
그는 또 장기집권으로 ‘개발 독재자’라는 비판에 시달렸다. 1990년 총리에서 물러날 때도 측근에게 권력을 넘긴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평가를 받았고 2004년에 총리직에 오른 현 리센룽 총리는 그의 장남이다. 그의 자녀와 측근들은 대부분 고위 관리로 재직하거나 주요 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젊은층을 중심으로 ‘정치 후진국’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
노조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도 비판받는 대목이다. 그는 노조를 변호하면서 정계에 입문했지만 노조가 지나친 욕심으로 국익을 해친다고 판단해 파업을 용납하지 않았다.
한국과 싱가포르는 인연이 깊다. 리 전 총리는 박정희 대통령부터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대통령을 모두 만났다. 박근혜 대통령은 1979년 1월 부친 박 대통령이 리 전 총리와 면담할 때 통역을 맡았다.
리 전 총리는 특히 박정희 대통령에 특별한 애정을 보였다. 그는 자신의 회고록에서 “한국의 성공을 위한 박 대통령의 강한 의지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박 대통령이 없었다면 한국은 산업화를 이루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고 적었다. 퇴임 이후 죽음을 맞기 직전까지 온통 싱가포르에 대한 염려뿐이었던 작은 거인. 그가 일군 싱가포르는 리콴유의 인생 그 자체였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1. 싱가포르는 정치적인 표현이나 집회가 모두 금지된다 (모두 형사처벌)
2. 싱가포르는 방송국과 신문사들이 전부 공기업이다. (절대 여당을 헐뜯지 못함.)
3. 싱가포르는 초대 총리 리콴유가 30년 동안 독재를 하고 아들 리센륭에게 정권을 줬다. 그리고 자신은 정치고문(上王)으로 영원한 권력을 소유했다. 자신의 아내와 며느리까지 정부 요직에 앉혔다. 정치가 가족사업이다.
4. 모든 싱가포르 초등학생들은 리콴유의 업적을 강제로 교육받고 있다.
5. 리콴유는 싱가포르의 국부로써 아무도 그의 아성을 무너뜨리지 못하는 권력을 쥐고 있다.
6. 싱가포르 여당(PAP)은 56년째 정권을 잡고 있다. (독재)
7. 싱가포르는 87석의 국회의석 중, 84석이 여당이다 (야당 발언권 전혀 없음)
8. 싱가포르는 야당표가 많이 나온 지역구는 보복성 예산 삭감이 허용.
9. 싱가포르 야당 총수나 야당의원들은 거의 신용불량자들. (여당에서 전부 소송조치)
10. 싱가포르는 여당(PAP 인민 행동당)을 위한 선거구 게리멘더링이 합법.
11. 싱가포르는 회사 노조가 불법. (전부 형사처벌)
12. 싱가포르는 강력한 경찰력과 헌법으로 국민들을 눈과 귀를 막고 통제한다 (덕분에 치안은 양호)
13. 싱가포르는 SNS 검열이 합법. (트위터/훼이스북/이메일등. 정부 비방글은 무조건 형사 처벌)
14. 싱가포르는 여당 독재정권에 반발하는 지식인들을 호주나 캐나다로 강제추방.
15. 싱가포르는 언론자유지수 180개 국가중 140위를 기록. (한국 95위)
16. 싱가포르는 1인당 국민소득이 세계 5위. (5만 5천 달러)
17. 싱가포르는 50년전 정글 밀림이였던 말레이지아 연방섬을 세계최고의 금융국가로 단기간에 뚝딱 만들었다.
18. 싱가포르는 외국기업들의 법인세나 엄청 낮고 양도소득세가 없다. (300개의 다국적 기업 본사 상주)
19. 싱가포르 공무원들 연봉이 엄청나다. (초급공무원 연봉이 1억원+보너스별도)
20. 싱가포르 국부 리콴유는 부패 방지위원회라는 비밀감시체계를 만들어 자신이 제일 먼저 감사를 받았다.
21. 싱가포르 공무원들은 매년 개인재산을 증명해야 한다.
증명못하는 재산은 모두 국가가 몰수하고 강도높은 형사 처벌을 받고 사기업으로 재취업도 제한된다
22. 싱가포르에서 공무원 부정부패는 곧 자멸이다.
23. 싱가포르는 부패인식 지수(CPI)에서 항상 9.5 이상으로 아시아에서 가장 청렴한 국가 1위로 선정. (세계5위)
24. 싱가포르는 영국이라면 그들이 싼 똥도 좋다고 한다. (심각한 영국 사대주의)
25. 싱가포르의 국부 리콴유는 "아시아인들에게 서양식 민주주의는 사치다, 아시아인들에겐 독재가 더 어울린다" 라고 말했다.
26. 싱가포르에서 살인과 마약은 예외없이 사형이다. 성폭행이나 패륜죄는 곤장으로 거의 불구자로 만들어버린다
27. 싱가포르는 자식이 늙은 부모를 부양하지 않으면 형사처벌.
28. 싱가포르는 지난 50년 동안 4만명을 사형시킨 나라. (인구대비 세계1위 사형국가)
29. 싱가포르는 국민행복도 조사에서 꼴찌를 한 나라. (149 개국중 149위)
30. 싱가포르는 성매매가 합법. (필리핀이나 태국 창녀들을 단기비자로 수입)
사진:이정환 기자
국민 모두가 ‘가난한’ 중산층 … 일자리 넘쳐나고 정부에서 집까지 제공
“저기 먼 바다에 정박해 있는 배들 보이시죠? 뱃머리가 왼쪽에 있으면 일본이나 중국으로 가는 배고 오른쪽에 있으면 인도나 중동, 유럽으로 가는 배입니다. 기름을 넣거나 짐을 옮겨 실으려고 잠깐 정박해 있는 것이죠. 아시아와 중동, 유럽을 오가는 배들은 모두 이 길목을 지날 수밖에 없습니다.”
STX팬오션 싱가포르법인 최임엽 상무의 이야기다. 싱가포르 동부 해안에 있는 테마섹 타워 42층에서는 세계 최대 규모의 컨테이너 항구와 그 너머로 드넓은 태평양이 한눈에 내려다 보였다. 2005년 기준으로 이 항구의 물동량은 2320만TEU에 이른다. 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한 개 분량인데 2320만TEU의 컨테이너를 한 줄로 늘어놓으면 지구를 세 바퀴 돌고도 남을 정도가 된다.
싱가포르는 물류 중심지가 되기에 최적의 지리적 조건을 갖추고 있다.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 사이의 말라카 해협은 깊이가 평균 50미터, 폭이 최소 20km 정도 밖에 안 되지만 이 해협을 통과하지 않고 멀리 인도네시아 바깥으로 돌아가려면 항로가 1500km 이상 늘어나게 된다. 이 해협을 바다의 실크로드라고 부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바다의 실크로드, 최적의 물류 중심지
실크로드가 끝나는 이곳에서 이 배들은 연료를 보충하거나 환적 화물을 처리한다. 이를테면 우리나라에서 출발한 짐들을 이곳에 풀어놓고 사우디아라비아나 네덜란드 등 최종 목적지에 따라 다른 배로 옮겨 싣게 되는데 이런 환적 물량이 싱가포르 전체 물동량의 85%를 차지한다. 세계 환적 화물의 5분의 1이 이 항구에서 처리된다.
이처럼 싱가포르 항구는 지리적 조건뿐만 아니라 효율성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완벽한 자동화 설비 덕분에 트럭 한 대가 세관을 통과하고 하역을 끝내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25분, 우리나라 부산항이 40분이나 걸리는 것과 비교된다. 배 한 척이 들어와서 환적을 끝내고 출항하기까지 걸리는 시간도 이곳에서는 24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싱가포르 항만공사는 싱가포르뿐만 아니라 11개 나라에 19개의 항만을 운영하고 있다. 물류 산업은 싱가포르의 전략 산업 가운데 하나다. 부두 이용료와 크레인 사용료 등 배 한 척이 들어와 지출하는 비용은 평균 70만달러. 하루에 평균 60여척 이상이 들어오니까 날마다 400억원 이상을 벌어들인다는 이야기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지만 세계 3위 규모의 정유시설을 확보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인프라가 구축돼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우리나라에서 유럽으로 가는 배들은 싱가포르까지 갈 연료만 채우고 출발했다가 이곳에서 나머지 연료를 채워 넣는다. 물론 가격도 훨씬 싸다. 굳이 연료를 처음부터 가득 채우고 무겁게 출발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싱가포르 사람들은 흔히 우스갯소리로 자신들을 ‘리콴유 주식회사의 종업원’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이 우스갯소리는 자조적이기 보다는 언뜻 자부심이 묻어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리콴유는 1959년 이후 50년 가까이 1당 독재체제를 이어오고 있는 인민행동당의 전 총리다. ‘리콴유 주식회사’는 사회주의와 자본주의가 결합된 독특한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리콴유가 물러난 뒤 고촉통 전 총리가 그 자리를 물려받았다가 지금은 리콴유의 아들인 리센룽이 총리를 맡고 있다. 리콴유는 1990년 물러난 뒤 선임장관에 이어 고문장관이라는 직책을 맡고 있는데 그의 영향력은 아직도 여전하다. 굳이 비교하자면 우리나라의 흥선대원군 정도의 영향력이라고 할 수 있다.
영국의 식민지였던 싱가포르는 2차 세계대전 직후 말레이시아에 편입됐다가 인구 폭동을 겪으면서 말레이시아에서 독립한다. 그때가 1965년, 가뜩이나 GDP의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던 영국군대까지 떠나면서 싱가포르는 존망의 위기에 직면했다. 그때만 해도 싱가포르는 1인당 국민소득이 500달러도 채 안 되는 별 볼 일 없는 나라였다.
자원도 없고 인구도 많지 않고 땅도 비좁은 이 나라에 새로운 희망을 불어넣은 사람이 바로 리콴유였다. 그는 해외 자본을 끌어들여 산업의 기반을 마련하는데 사활을 걸었다.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치안과 환경을 통제하는데도 신경을 썼다. 일찌감치 물류와 금융산업의 가능성을 내다보고 투자를 아끼지 않은 것도 그의 판단이었다.
싱가포르항만공사가 싱가포르 물류산업의 핵심이라면 테마섹홀딩스는 금융산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테마섹은 100% 싱가포르 정부 소유의 국영기업이면서 싱가포르항만공사를 비롯해 싱가포르항공과 싱가포르개발은행(DBS), 싱가포르투자청(GIC), 싱가포르텔레콤 등의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리콴유 장기 독재에 큰 불만 없어
테마섹은 스탠다드차타드은행과 인도네시아의 다나몬은행 등 여러 외국계 은행의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하나금융지주회사의 최대주주도 바로 이 테마섹이다. DBS는 태국의 타이다누은행과 홍콩의 다오헹은행 등을 인수한데 이어 지난해에는 외환은행 인수에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GIC는 일찌감치 우리나라에 들어와 광범위한 부동산 투자를 벌이고 있다.
흥미로운 부분은 이 알짜배기 국영기업들의 주인이 누구냐다. 테마섹의 사장은 리콴유의 며느리(리센룽의 부인) 호칭이다. GIC의 이사회 의장은 여전히 리콴유가 맡고 있고 리콴유의 둘째 아들 리센양(리센룽의 동생)은 최근까지 싱가포르텔레콤의 사장을 맡아왔다. 이 정도면 ‘리콴유 주식회사’라는 우스갯소리가 공연한 소리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이정환 기자 |
리센룽 역시 총리가 되기 전부터 우리나라 한국은행에 해당하는 싱가포르통화국 총재를 비롯해 재무부장관을 역임하는 등 요직을 거쳤다. 총리의 가족들이 권력을 세습하면서 경제를 쥐락펴락하고 있는 셈인데 그런데도 싱가포르 국민들은 이에 특별히 문제 제기를 하지 않는다. 그만큼 투명성과 신뢰가 뒷받침돼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싱가포르의 독특한 정치체제와 관련, “싱가포르 국민들은 삶의 질을 올려주면 권력을 계속 보장해주겠다는 일종의 거래를 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선거를 치를 때마다 집권당이 압승을 거두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인민행동당은 지난해 5월 총선에서 84개 의석 가운데 82개 의석을 차지했다.
경제 발전이 정치 민주화를 가져온다는 전통적인 정치발전 이론이 싱가포르에서는 적용되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다. 일부에서는 인민행동당의 실제 득표율이 66.6%밖에 안 된다는 사실을 들어 리씨 왕조가 흔들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견해도 있지만 인민행동당의 장기 집권은 한동안 계속될 거라는 견해가 더 우세하다.
싱가포르 정부는 지난해 4월, 선거를 한 달 앞둔 무렵 20세 이상의 모든 국민들에게 소득 수준에 따라 200~800싱가포르달러(11만8천~47만5천원)의 성장 배당금을 지급했다. 경제 성장으로 세수가 늘어 국민들에게 돌려준다는 명목이었다. 싱가포르는 2005년 기준으로 4억3천만싱가포르달러의 재정 흑자를 냈다.
다분히 선거를 의식한 선심성 정책이었지만 국민들로서는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 2004년에는 3만명이 넘는 공무원들에게 반 달치 급여를 특별 보너스로 나눠주기도 했다. 최근에는 저소득계층에게 최대 1200싱가포르달러를 지원하는 것을 비롯해 50세 이상 중장년층과 퇴역군인에게 지원을 늘리는 정책을 검토 중이기도 하다.
껌 씹어도 불법, 마약 운반은 무조건 사형
“사실 싱가포르 사람들의 정치의식은 언뜻 이해하기 힘들 때도 있어요. 이를 테면 이 나라에서는 길거리에서 껌을 씹는 것도 불법입니다. 다른 사람에게 불쾌감을 주고 길거리가 더렵혀진다는 이유에서인데요. 그래서 말레이시아 국경에 나가면 껌 파는 잡상인들이 줄을 서 있어요.”
STX팬오션 김훈 과장의 이야기다. 김 과장은 지난해 싱가포르 영주권을 취득했다. 외국인이 싱가포르 영주권을 취득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1300만싱가포르달러 이상의 자산이 있고 310만싱가포르달러 이상을 싱가포르 은행에 예치하면 된다. 한국에 돌아갈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에 김 과장은 “여건만 된다면 이곳에서 계속 살고 싶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영주권을 받으면 우리나라 국민연금과 비슷한 CPF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급여의 33%를 연금으로 내는데 이 가운데 고용주가 13%를 부담하게 된다. 그만큼 실질소득이 늘어나는 효과를 갖게 된다. 또한 CPF를 통해 정부에서 보급하는 공공임대주택 집값의 80%까지 융자를 받을 수도 있다. 이 경우 집값의 2%만 최초 납입금으로 준비하면 된다.
김 과장 입장에서는 영주권을 받는다고 해서 딱히 다른 혜택이 더 있는 것은 아니다. 외국인들도 세금은 똑같이 내고 김 과장은 주거 여건이 상대적으로 좋지 않는 공공임대주택에 살 생각도 없다. 그렇지만 김 과장은 “싱가포르의 삶의 질, 무엇보다도 교육 여건 때문에 기꺼이 싱가포르 국민이 되기를 선택했다”고 했다.
싱가포르에서는 껌을 수입하거나 팔다가 적발될 경우 최대 징역 1년과 1천싱가포르달러(62만원)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마약을 운반하거나 살인이나 총기 범죄 등의 경우는 거의 예외 없이 사형 판결을 받는다.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심지어 화장실에서 용변을 본 뒤 물을 내리지 않았을 경우에도 1천싱가포르달러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한 대만 맞아도 발기불능이나 불임에 걸린다는 태형 제도가 아직까지 남아있고 심지어 두 명 이상 모이는 모든 집회를 법으로 금지할 정도로 민주화 수준이 낮고 그만큼 노동조건도 열악하다. 언론 통제도 심해서 ‘국경없는기자회’는 세계 언론자유도 평가에서 싱가포르를 조사 대상 167개국 가운데 140위로 평가한 바 있다.
그런데도 국민들 불만이 없는 것은 무엇보다도 경제가 꾸준히 성장하고 일자리가 넘쳐나고 있고 삶의 질이 그 어느 나라 못지않게 높기 때문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싱가포르에서는 한 달치 월급만 주고 미리 통보만 하면 누구라도 쉽게 해고할 수 있다. 노동자 입장에서도 그만두면 얼마든지 다른 일자리를 구할 수 있기 때문에 큰 불만이 없다.
이와 관련해 1인당 국민소득이 2만7천달러가 넘는데도 정작 소득 수준이 그리 높지 않다는 사실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반 사무직 직원의 경우 월급이 우리 돈으로 90만원에서 180만원 정도 밖에 안 된다. 매니저 정도 되면 600만원 이상으로 올라가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그리 큰 부담은 아니다. 우리나라보다 훨씬 임금 수준이 낮다는 이야기다.
“이 나라 국민들은 80% 이상이 정부의 공공임대주택에 살고 있습니다. 우리 돈으로 500만원만 있으면 입주할 수 있으니까요. 소득은 상대적으로 낮지만 물가가 높지 않고 부동산 문제가 해결되니까 생활에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 거죠. 게다가 국민연금이 잘 돼 있어서 노후 걱정도 많지 않습니다.” 미래에셋증권 싱가포르법인의 마케팅 매니저 릭탄의 이야기다.
근검절약하지만 해외여행에는 아낌없어
리콴유 주식회사를 이해하려면 이 나라의 교육 시스템을 살펴볼 필요도 있다. 싱가포르는 우리나라 못지않게 입시경쟁이 치열하다. 학교는 서열이 매겨져 있고 철저하게 성적순으로 진로가 정해진다. 대학에 진학하면 중산층을 넘어 특권 계층이 될 수 있지만 그건 일부 엘리트에게만 가능한 일이다.
싱가포르 정부는 우등생을 선별해 파격적인 장학금을 지원하고 필요할 경우 해외 유학까지 보내준다. 싱가포르에서 공무원은 단연 최고의 직장이다. 최고의 인재들이 몰려들고 그만큼 전문성도 높고 당연히 최고수준의 임금을 받는다. 이들이 바로 오늘날 리콴유 주식회사의 경쟁력을 구축한 일등 공신들이다.
“부자가 되고 싶은 욕망은 누구나 있겠지만 싱가포르에서는 대학을 나오느냐 못나오느냐에 따라 원천적으로 한계가 분명합니다. 나라는 잘 살지만 국민들은 가난하다고 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죠. 그렇지만 정부에서 의식주 가운데 주를 해결해주고 물가가 안정돼 있어 의나 식도 큰 부담이 되지 않기 때문에 이런 체제가 가능한 것입니다.”
이 나라 국민들은 자연스럽게 능력에 따라 현실에 순응하는 방법을 익혀 왔다. 소득수준의 차이는 있지만 생활수준이 크게 차이나지 않기 때문에 불만은 많지 않다. 형편이 되면 좀 더 넓고 쾌적한 민간 주택에 들어가면 되지만 그렇지 않으면 공공임대주택에 들어가면 된다. 그런데 그 차이가 그리 크지 않다는 이야기다.
싱가포르에서 가장 번화가로 꼽히는 오차드로드에는 최고급 백화점과 세계적인 명품 매장들이 가득 들어서 있지만 이들의 주요 고객은 싱가포르 국민들이 아니라 외국인들이다. 싱가포르에서 소득수준의 차이는 흔히 소비성향보다는 여름휴가를 어디로 가느냐로 드러난다. 중산층의 욕망이 배출되는 유일한 통로가 바로 해외여행인 셈이다.
글·사진 이정환 기자 cool@economy21.co.kr
|인터뷰| 조이림촹 STX팬오션 싱가포르 법인 제너럴 매니저
STX팬오션은 지난해 3월, 싱가포르 증권거래소에 상장을 했다. 우리나라 기업으로 싱가포르 증시에 상장한 첫 사례다. 단순히 자금조달 뿐만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 글로벌 기업들과 당당히 정면 승부하겠다는 포부가 깔려 있었다. 굳이 물류와 금융 중심지인 싱가포르를 선택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조이림촹은 이 회사에서 제너럴 매니저를 맡고 있다. 우리나라 직원들도 전문가들이 많지만 실무적인 일은 현지 사정에 밝은 그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당연히 그는 다른 직원들보다 훨씬 많은 연봉을 받는다. 싱가포르에는 1천여 개의 외국계 물류기업이 있다. 조이림촹처럼 외국계 기업에서 일하는 비율이 전체 고용의 52%에 이른다. 당신을 싱가포르의 중산층이라고 볼 수 있나. 연봉과 주거 환경을 이야기해 달라. 내가 연봉을 많이 받는다고? 그렇지 않다(웃음). 내 월급은 1만싱가포르달러가 조금 못된다(우리 돈으로 하면 600만원이 조금 넘는 정도). 겨우 입에 풀칠이나 하는 정도다. 싱가포르에서는 공공임대주택 비율이 83%가 넘는다. 당신은 민간주택에 살고 있다고 들었다. 시세로 얼마 정도 하나. 200만싱가포르달러(12억원) 정도 하는 것 같다. 싱가포르는 공공임대주택이 잘 돼 있기는 하지만 주거 환경이 아주 좋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소득이 좀 되는 사람들은 다들 더 좋은 환경으로 이사 가기를 원한다. 정부의 의지와 달리 요즘은 부동산 투자도 많이 늘었다. 공공임대주택도 두 차례에 걸쳐 사고 팔 수 있는데 가격이 뛰고 있다. 싱가포르에서 자가용을 굴린다는 것은 어느 정도 소득수준이 된다는 걸 의미하는 것 같다. 그렇다. 대중교통이 발달돼 있기 때문에 굳이 자가용이 없어도 크게 불편함은 없지만 주말에 말레이시아 등으로 여행이라도 가려면 차가 필수다. 싱가포르에서는 자동차를 사려면 거의 자동차 가격에 맞먹는 세금을 물어야 한다. 중산층의 소비 패턴이 궁금하다. 당신은 평균 이상의 연봉을 받는다. 그걸 다 어디에 쓰나. 크게 다르지 않다. 중산층이라고 명품을 걸치고 다니는 것도 아니고 딱히 더 비싸고 맛있는 걸 먹는 것도 아니다. 생활수준은 비슷하지만 조금 더 좋은 집을 사고 여름휴가를 더 멋지게 즐기는 정도다. 최근 골프 회원권 가격이 걷잡을 수 없이 뛰고 있는 것도 나 같은 중산층이 늘어나고 있다는 증거다. 리콴유 일가의 독재가 50년 가까이 계속되고 있다. 불만은 없나. 불만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경제가 꾸준히 성장하고 일자리가 충분히 확보돼 있기 그런 불만이 드러나지 않고 있는 것뿐이다. 게다가 정치 집회가 법적으로 금지돼 있기 때문에 소수자들은 자신의 의견을 드러낼 통로가 없다. 싱가포르에서는 현실과 맞서 싸우기 보다는 자신의 한계를 쉽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많다. 그래서 정부 공무원들은 경쟁력이 있지만 국민들 개개인의 경쟁력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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