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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교회상황, 윈저우의 교회는 어찌될 것인가?

by 설렘심목 2014. 10. 19.

 

[홍인표의 차이나칼럼]중국의 ‘십자가 전쟁’

 

입력 : 2014-08-21 20:52:41수정 : 2014-08-21 21:05:54 (경향)

 

홍인표 국제에디터·중국전문기자

 

원저우(溫州)는 중국 동부 저장성 항구 도시다. 이곳 출신 상인들은 돈이 되는 곳이면 중국은 물론 세계 어디든 달려가곤 한다. 돈벌이의 귀재라는 점에서 이들을 중국의 유대인이라고 부른다. 원저우는 중국의 예루살렘이기도 하다. 중국에서 기독교도 비율이 가장 높기 때문이다. 전체 시민 900만명 가운데 기독교인이 120만명(13.3%)에 이른다. 교회가 2000개가 넘어 도시 어디를 가나 십자가가 쉽게 눈에 띈다. 일요일마다 가족끼리 손잡고 교회 가서 예배를 보는 것은 원저우에서 흔한 모습이다.

이처럼 원저우가 기독교 도시로 탈바꿈한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원저우는 행정구역상으로는 저장성이기는 하지만, 지리적으로는 저장성 바로 밑에 있는 푸젠성에 더 가깝다. 앞바다를 건너면 바로 대만이다. 이런 지리적, 정치적 원인으로 그동안 중앙이나 지방에서 제대로 대접받지 못한 것도 기독교 열기를 부채질했다. 취업할 만한 대기업이 마땅치 않아 우후죽순 격으로 창업에 나선 개인 자영업자들이 기독교에 많이 귀의했다.

역사적인 배경도 있다. 1881년 원저우를 찾아온 영국 선교사 수틸(1861~1935년)은 26년 동안 머물면서 병원과 학교를 세워 원저우 사람들의 호감을 샀다. 그가 현지 방언으로 신약성경을 번역하고, 부녀자들에게 찬송가를 배우게 하면서 비약적으로 기독교를 믿는 사람이 늘었다. 1949년 중국 공산당 정권이 들어설 즈음, 원저우 기독교도는 7만명으로 중국 전체 신자의 10%에 이를 정도였다. 공산당 정권이 들어선 뒤 10년 정도 흐른 1958년, 무신론 시범지역으로 선정된 이후 모든 교회가 문을 닫고 다른 용도로 넘어가는 암흑기를 겪기도 했다.

하지만 1978년 개혁개방정책 이후 중국 정부가 종교의 자유(불교, 도교, 기독교, 천주교, 이슬람교)를 보장하면서 다시 부활했다. 하지만 요즘 원저우를 비롯해 저장성 전체 교회가 십자가 때문에 수난을 겪고 있다. 저장성이 교회 십자가를 불법 건축물로 규정해 강제 철거작업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직접적인 계기는 저장성의 최고 책임자인 샤바오룽(夏寶龍) 당서기가 올해 초 한밤중에 원저우에 시찰왔다가 불켜진 교회 십자가를 봤기 때문이라고 원저우 사람들은 믿고 있다. 샤 서기가 십자가를 가리키며 “여기가 공산당 천하인가, 하나님 천하인가”라고 개탄했다는 것이다.

올 들어 십자가 철거 작업이 진행되면서 지난 7월 말 현재 300개가 넘는 교회 십자가가 사라졌다. 십자가 철거 때마다 교회 신자들은 몸으로 맞섰지만, 현장에 출동한 경찰과 철거반원의 밀어붙이기식 집행에는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말았다. 저장성이 신자들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십자가를 철거하는 까닭은 무엇인가. 공식 발표대로 단순히 십자가가 불법 건축물이기 때문인가. 거리미화작업의 일환인가. 아니면 당중앙이 마련한 고도의 기독교 길들이기 전략인가.

분명한 사실은 중국의 기독교가 급속도로 부상하고 있다는 점이다. 원래 중국 기독교의 텃밭은 저장성, 허난성, 푸젠성, 안후이성, 장쑤성과 같이 중부 지방 농민들이었다. 그러다가 사회주의 이데올로기가 퇴조하고 시장경제로 바뀌면서 치열한 경쟁에 지친 대도시의 대학생, 젊은이, 직장인, 지식인들이 기독교를 믿기 시작했다.

중국사회과학원이 추산한 중국 기독교 신자들은 2010년 기준으로 2305만명. 실제로 교회에 나오지 않고 가정에서 몰래 예배를 보는 신자들까지 합치면 1억3000만명에 이른다고 중국 학자들은 밝히고 있다. 이는 중국 공산당원보다 많다. 2030년이면 중국 기독교도가 2억4700만명에 이르러 세계에서 기독교도가 가장 많은 나라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저장성에서 일어나고 있는 십자가 철거 파동은 기독교가 공산당 개혁의 걸림돌이 되거나 체제 위협 세력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경고 메시지로 해석할 수 있다.

우리나라 민주화 과정에서 기독교와 천주교가 했던 역할을 중국 기독교가 해서는 안된다고 중국 지도부는 판단했을수도 있다. 십자가를 없앤다고 해서 중국에서 기독교 열기가 사라질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성급하다. 원저우 출신 기독교도 역사학자인 푸궈융은 언론 인터뷰에서 “당국은 눈에 보이는 십자가를 없앨 수 있을망정 눈에 보이지 않는 예수에 대한 믿음은 없앨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 기독교가 중국 공산당과 어떤 관계를 형성할 것인가. 공존이 가능한가.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