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로 들어 간 어느 친구의 편지

"산골로 이사간 친구의 손 편지"

 

얼마전 지리산 자락 어느 산마을로 집팔고 떠난 친구가 볼펜으로 써 내려간 편지 한통이 배달되었다.

그 내용을 좀 적어본다.

 

사실 그 친구 노후대책이란 국민연금 몇십만원, 그리고 32평 아파트 한채가 전 재산이었다.

자식은 하나 있는데 결혼해서 맞벌이 하면서 겨우 살고 있으니 도움 받을 형편이 아니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서울 아파트 몇억에 팔아 지리산자락 산마을 빈집을 1,000만원에 구입, 2,000천만원을 들여 고치니

훌륭한 별장이 됐다고 한다.

 

노후 20년을 남은 세월이라고 생각을 하고 올해 나이 예순넷(64)에 아파트 팔고 남은 돈으로 노후 생활은 될 것 같다.

산골이니 연료값도 들지 않는 옛날 아궁이에 산속에 흔한 삭정이 나무로 겨울땔감은 충분하다.

산골 마을에도 전기, LP가스도 배달되니 기본적 염려는 해결이 된다.

실내 난방은 옛날 방식 구둘장이라 낮으로 틈틈이 산에 가서 땔감을 준비하는데 운동치고는 최고라고 한다.

처음 일년은 답답해서 한달에 한번씩 서울 아들집에 두부부가 며칠씩 찾아가 지냈는데

이제 그것도 귀찮고 산골생활도 몸에 배어 살만하다.

공기맑아 좋고,..생활비 서울의 절반도 안들지,..

자동차 필요없으니 별로 돈들어 갈 일이 없다.

 

 

 

처음에는 눈뜨면 산산 첩첩이라 가슴 답답해서 못살 것 같았지만

지금은 산골 생활도 익숙해져 세상사 시끄러움도 모른다고 한다.

서울에서 생활비 부족해 쩔쩔 매는것 보다 산골마을로 내려오니 아파트 한채 값으로 산골 마을에서 제일 부자가 됐다.

 

5일마다 읍내 장에 아내와 함께나가 목욕도하고 장국밥도 사먹고

단골주막집도 생겨 막걸리 한사발에 세상도 잊는다.

 

"세상 복잡하게 살 필요 없어, 자네도 생활비 힘들면 아파트 팔아 이곳에 오면 걱정없이 살수가 있네."

나도 그렇게 해볼까? 망서려 진다. 마음의 준비가 안됐으니...

답답한 산골마을 생활이 쉽게 길들여질 것 같지 않을거라는 생각때문에 용기가 나지 않는다.

"이사람아, 고향이 따로 있나 정들면 고향이제..."

얼마 전 친구의 전화 목소리가 생생하다.

- <詩庭박 태훈의 해학이 있는 아침중에서>